블로그2025년 11월 29일

"GNSN AI" 모먼트: 낭만이 ROI 가장 높습니다.

AI시대 초럭셔리는 뇌메이드 마켓

이 글은 2025년 11월 29일에 르코&렉스 레터로 보낸 글입니다. 글 속 신청 안내와 일정은 보낸 날 기준입니다.

👋🏻 안녕하세요. 르코&렉스입니다.

이틀전 링크드인에서 흥미로운 아티클을 읽었습니다. 엔비디아 주식을 가지고 있어서 일까요. GPU에는 다소 기민하게 반응하다보니 제 알고리즘에 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튼 “GNSN GPU 모먼트”가 무엇일지 고대하며 읽어내려가다가 빵터졌습니다.

GNSN=개나소나

황망함은 잠시, 아티클의 내용이 좋아서 이번 레터에서 소개하고 제 의견을 더 붙여 보려고 합니다.

조여준님의 링크드인 아티클 바로가기

Chapter 1. 광케이블 광풍이 만들어낸 넷플릭스

깐부치킨 회동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 구글이 자체 칩(TPU)으로 구동되는 제미나이 프로를 내놓으면서 유튜브 알고리즘은 구글 세상이 되었습니다.(아아..다행입니다. 알파벳 주식도 갖고 있습니다..)

어떤 카드를 썼을까요? 삼성카드를 썼다고 하던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가 AI에 국가 1년 예산 같은 숫자의 돈을 쏟아붓고 있고, 엔비디아의 GPU는 돈을 싸 들고 가도 구하지 못하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빅테크뿐만 아닙니다. AI는 핵 이후 가장 강력한 국가 전략자산으로 여겨져, 국가 단위의 AI 인프라(데이터 센터와 에너지)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상황을 두고 "이거 닷컴 버블 때랑 똑같은 거 아니냐"며 우려무새들이 어김없이 나타납니다. 거품이 맞습니다. 꺼지겠죠. 여기서 더 나아가 회계사 출신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조여준님은 오히려 거품이 터지길 기다린다고 말합니다. "GNSN GPU 모먼트"라는 개념은 이 시기를 아주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전 세계 통신사들이 "인터넷 세상이 온다"며 빚을 내서 바닷속, 땅속 할것없이 인터넷 고속도로, 즉 광케이블을 미친 듯이 깔았습니다.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자본이 투입된 프로젝트였습니다. 결과는 우리가 알다시피 버블은 붕괴했고 수많은 통신사가 파산했습니다.

그런데 투자한 기업은 망했지만, 땅속에 묻어둔 광케이블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파산 과정에서 이 거대한 인프라는 헐값에 매각되었고, 덕분에 인프라 사용료가 극적으로 저렴해졌습니다. 텅 빈 고속도로가 사실상 무료로 개방된 셈입니다.

바로 이 광케이블 고속도로에, 우편으로 DVD팔던 넷플릭스가 등장합니다. 만약 광케이블 사용료가 2000년대 초반 수준으로 계속 비쌌다면,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고화질 스트리밍 서비스는 탄생할 수 없었겠지요. 데이터를 전송하는 비용이 비즈니스 모델을 압도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인프라 비용이 물처럼 싸진 덕분에 '비디오 스트리밍'이라는 킬러앱이 꽃을 피울 수 있었습니다. 즉, 인프라의 과잉 공급과 버블 붕괴가 응용 프로그램의 전성기를 여는 열쇠였던 것입니다.

❝

2025년 지금도 마찬가지다. Consumer AI의 Netflix가 누구일지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회사일 수도 있다. 하지만 패턴은 분명하다.

인프라 과잉투자 → 가격 폭락 → 대중화 → 킬러앱 탄생

Netflix는 광섬유가 "개나소나"가 된 순간을 기다렸다가 등장했다. 누군가는 GPU가 "개나소나"가 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조여준님의 아티클 내용중

조여준님은 과거 닷컴 붕괴가 넷플릭스라는 킬러앱을 낳았듯, GPU 버블과 가격 폭락이 오히려 혁신을 위한 진짜 토양을 제공한다고 말합니다. 동의하시나요?

옳고 그름이 어디있겠어요. 근거있는 추론일 뿐입니다. 하지만 관점을 다양하게 갖고 있을수록, 비판적으로 갖고 있을수록, 내 의사결정의 퀄리티가 높아지는 것은 언제나 ‘참’입니다.

저는 이 통찰에 창업가의 시선을 더해 이야기를 확장해보려 합니다. 인프라가 공짜에 가까워지고 지능이 껌값이 된 세상은 어떤 모습을까요.

Chapter 2. '개나소나 AI' 시대의 세 가지 풍경

이번에 우리나라가 젠슨 황으로부터 약속받은 차세대 AI GPU '블랙웰'(Blackwell) 칩은 개당 3만 달러에서 4만 달러 입니다. 그걸 26만장 받기로 한건데요. 우리돈 15조 원정도 합니다.

주말이라 제미나이가 살짝 들뜻 탓일까요? 🍗깐부치킨 계산 대작전(???) 결과, GPU 26만 장 구매 금액으로 깐부치킨 후라이드를 약 7억 1천 8백만 마리 사 먹을 수 있습니다. 치킨 한 마리 사주고 그래픽 카드 26만장 받아낸 삼성카드 만세

지금은 GPU가 아주 비쌉니다. 과잉 투자의 끝은 정해져 있습니다. 언젠가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는 시점이 오고, 누군가는 망하며, GPU 가격은 폭락하겠지요. 벌써부터 이건 치킨게임이라며 극단적 경쟁을 우려하기도 하죠. 지능의 가격이 0에 수렴하는 순간, 이른바 'GNSN GPU 모먼트'가 도래하면 제가 하고 있는 일에서 3가지 정도의 풍경을 떠올려 봤습니다.

첫째, 소프트웨어를 휴지처럼 뽑아쓰는 풍경이 떠오릅니다.

디지털 월세라고 부르죠. 지금 우리는 소프트웨어를 월 구독료를 내고 빌려 씁니다(SaaS). 개발 비용이 비싸니 남이 만든 범용 툴에 우리 회사를 맞추는 것입니다. 하지만 AI가 코딩을 0원으로 만드는 시대에 소프트웨어는 더 이상 자산이 아닙니다. 마치 휴지처럼 필요할 때 뽑아 쓰고 버리는 소모품(Disposable Software)이 됩니다. "우리 회사 11월 매출 데이터만 보여주는 대시보드 앱 만들어줘"라고 말하면 3초 뒤에 앱이 생성되고, 확인 후 닫으면 삭제되는 식입니다. 모든 사람이 자기 상황에 딱 맞는 1회용 앱을 즉석에서 만들어 쓰면 기존 SaaS시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둘째, 클릭은 사라지고 의도(Intent)만 남은 풍경이 떠오릅니다.

GPU가 무제한 공급되면 AI는 클라우드가 아니라 내 기기(On-device)에서 24시간 실시간으로 돌아갑니다. 지금처럼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AI가 내 화면을 같이 보며 맥락을 파악합니다. 키노트를 켤 필요도, 버튼을 누를 필요도 없습니다. "다음 주 발표 자료, 저번 스타일로 준비해놔"라고 말하면 AI가 나의 의도를 파악해 결과물을 내놓습니다. 지난 20년간 디자이너들이 고민해 온 버튼의 위치나 메뉴의 구조는 무의미해집니다. 클릭할 대상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UX/UI 디자이너의 역할이 사라지죠. 주문자의 의도만 남습니다.

셋째, “이거 사람이 한거야?” 라고 묻는 풍경이 떠오릅니다.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디지털화될수록, 역설적으로 인간의 흔적이 희소해집니다. AI가 만든 보고서, AI가 그린 그림, AI가 쓴 글이 대다수가 되면 사람들은 "이거 네가 직접 한거야?"라고 묻기 시작하겠죠.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매끈한 공산품이 넘쳐나면서 울퉁불퉁한 핸드메이드 제품의 가치가 올라간 것과 같습니다. AI 연산품이 범람할수록, 인간의 고뇌와 손길이 담긴 제품은 최고의 사치재가 될 것입니다.

Chapter 3. 뇌메이드, AI 시대 초럭셔리

저는 이 새로운 프리미엄을 '뇌메이드(Brain-Made)'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핸드메이드가 '손의 노동'을 팔았다면, AI 시대 우리는 '뇌의 고뇌'를 팔아야 합니다. AI는 빠르고 효율적인 '연산품'을 내놓지만, 인간은 느리고 비효율적인 '뇌작'을 내놓습니다.

공장이 물건을 찍어낼 때, 핸드메이드에 열광했으니
AI가 생각을 찍어니면, 뇌메이드가 비싸지겠죠.
공산품 < 핸드메이드 AI연산품 < 뇌메이드

뇌메이드란 AI의 효율적인 알고리즘 경로를 따르지 않고, 인간의 고유한 경험과 비판적 사고, 직관을 거쳐 탄생한 결과물을 뜻합니다. AI가 수억 개의 데이터를 분석해 '평균적인 정답'을 내놓을 때, 뇌메이드는 그 평균에서 벗어난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이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푸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AI가 답한다면, "우리가 지금 풀려는 문제가 정말 맞는 문제인가?" 이건 인간만 물을수 있죠.

이걸 진부하게 ‘질문이 중요한 시대’라고 퉁치고 싶지 않습니다. '사유의 순수성'은 미래 비즈니스의 핵심 가치가 될것 입니다. 마치 유기농 농산물이 재배 과정을 인증하듯, 앞으로의 지적 생산물은 AI의 개입 정도에 따라 다음과 같이 등급이 매겨지고 거래될수 있지 않을까요.

등급

인증 명칭

AI 개입도

핵심 가치

Grade 1

Brain made

0%

사유의 오리지널리티

Grade 2

AI-Brain made

50% 미만

신뢰와 검증

Grade 3

AI made

80% 이상

효율과 가성비

모두가 잘 만들면 “파는 기술“이 압도적으로 중요합니다.

나노바나나로 모두가 사진가,
veo3로 모두가 영상제작자,
노트북LM으로 모두가 PPT제작자,
클로드로 모두가 작가.

모두가 AI를 값싸고 손빠른 제작자로 여기고 압도적 가성비에 열광하는 사이에 뭘 만들어서, 어떻게 팔 건지 아는 기업은 더 빠르게 부를 창출하겠지요.

기회는 있습니다. 오늘날 파는 기술의 최고봉은 ”누가“입니다. AI를 제작 도구가 아니라 대화 상대로 두세요.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데 공손하기까지한 애를 왜 노동자로 쓰나요. 계속 질문하고 괴롭히다보면 뭘 할지/팔지 깨달은 증강된 나(누가)를 만나게 됩니다. AI로 무언가를 만드는 스킬은 안배워도 됩니다. 금세 말만하면 되는 수준이 될 거니까요. “그때 이거 이렇게 만들어!”의 "이거 이렇게"를 말하려면 시장(니즈)과 나(원츠)를 알아야하죠.

GNSN GPU 모먼트를 기다린다는 것은 지능의 가격이 0에 수렴하는 대중화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시그널입니다. AI 연산품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고민해볼 것은 "어떤 지점에서 AI의 효율성을 끄고, 인간의 고뇌라는 뇌메이드 버튼을 켤 것인가?”입니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AI에게 뇌를 위임하면 안되겠지요.

효율은 마흔의 트로피, 집착은 스무살의 낭만

책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대학시절, 한 학기동안 협업해서 한 권의 책을 실제로 제작해보는 수업을 들었는데요. 챕터별 내용이야 학생 각자의 이야기를 할당할수 있지만 책의 판형과 레이아웃은 하나, 이걸 정하기 위해 교수님이 경쟁 과제를 주셨습니다. 레이아웃을 지배하는 자가 책을 지배하는 것이죠.

판형, 아래위좌우 여백, 세로 컬럼의 수에 대해 근거를 댈수 있는 사이즈를 정해오라니 다들 벙쪄 있었죠. 저는 당시 수업이 끝나고 1시간 이내에 주제를 정한다는 원칙이 있었기 때문에 뇌를 끄고 책이 가장 많은 곳, 도서관으로 직행했습니다. 그리곤 무작위로 책 백권정도를 꺼낸 뒤 30cm자를 들고 사이즈, 여백, 컬럼수를 재기 시작했습니다.

뾰족한 수는 없었고 모를땐 노가다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한 서른 권쯤 넘어가니까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고 오십 권쯤 재니까 좌우 여백에서 책등쪽 여백은 가장자리 여백에 비해 얼마나 넓어야 하는지, 페이지 넘버를 넣는 하단 여백은 상단 여백보다 얼마나 넓어야 하는지 등 나름의 통계적 근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책은 제가 제안한 레이아웃으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사업은 문제해결의 연속이죠. 그러다보니 일 하나를 대할때 “적당함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필요하죠. 그리고 이게 시간이 지나면 고착화 되어서 “적당해야 된다”는 편향이 되고 결국 하나의 결과물에만 "집착하는 것"을 비효율이라 여기게 됩니다.

그래도 됩니다만 심리적 저항이 종종 찾아옵니다. 그럴때 디자인을 배우던 시절을 떠올립니다. 과제 하나 하나에 목숨걸고 했으니 무식하지만 낭만있죠. 그래서 배움이 있고요.

백(100)을 효율적으로 해내게 된것이 “마흔의 트로피”라면 하나(1)에 집착하는 것은 “스무살의 낭만”.

낭만이 있어서 트로피를 얻은 것이겠죠. 이런 이유로, 저는 오래전부터 “낭만이 가장 ROI가 높다”믿어 왔습니다. 선형적인 효율의 한계를 깨려면 비선형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이때 맥락없고 비효율적인 시도들이 빛을 발했습니다. AI시대라면, 더 그럴 것입니다.

비효율(낭만)을 경험하고 스토리텔링해보세요. AI는 3초 만에 답을 내지만, 당신은 그 답을 얻기 위해 50시간을 고민하고 10번을 실패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아니 지금부터 당장 이 비효율적인 과정은 단순히 감성팔이가 아니라 실제로 가장 강력한 마케팅 포인트입니다.

GNSN 모먼트가 오고 거품이 걷힌 자리에는 아주 저렴하고 강력한 인프라가 깔려 있을 것입니다. 그때 “AI연산품의 소비자가 아니라 뇌메이드 공급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만의 미래 풍경을 한번 그려보시면 어떨까요.

유기농 딱지 붙이듯 뇌메이드 딱지 붙이는 순수 뇌작 주말되시길 바랍니다.

이번주 레터에서는 어떠셨나요? 남겨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

📌 조회수가 특히 높았던 다른 글도 읽어보세요.

💸 이제는 실행할 때, 르코&렉스와 시작해보세요.

프로그램 더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