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배운 사람들이 SNS를 못하는 이유

온라인에서 6층짜리 건물주 되는 법. 지식이 0원이 된 시대에 사고의 6층위와 두 개의 기둥으로 나만의 생각 빌딩을 세웁니다.

르코&렉스17분 분량

배운 사람들이 SNS를 못하는 이유

Intro. 0원이 되어버린 지식

전문가는 대중의 언어를 기피합니다. 자신이 쓰는 언어가 곧 권위이자 수익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권위를 유지하고 싶다면 하루라도 빨리 내려 놓아야할 것 같습니다.

강단에서 써야할 교수님의 언어를 SNS에 올리면 조회수 10정도 나오지만 “무기력한 직장인의 삶, 2주만에 동기부여 만랩 찍는 5가지 습관”이라고 올리면 조회수 10만은 나올 것입니다.

과거에는 지식이 책이나 논문에 있었는데 지금은 유튜브에 다 있습니다. 쇼츠, 유튜브, SNS라는 제형이 지식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 지식은 공공재가 됐습니다. 그리고 2023년 2월 1일 세상의 모든 지식은 무료 또는 20달러의 두 가지 가격으로 통일됩니다.

ChatGPT의 초기 구독 화면 모습. 전 분야 최상위 전문가를 내 비서로 둡니다. 심지어 이 전문가는 꼰대도 아니며 나를 무시하지도 않습니다.

책, 논문, 신문, 강단, 연단, 진료실, 연구실.. 지식의 권위를 보증해주던 매체가 평평한 유튜브속으로 모두 빨려 들어갑니다. 25년 현재 유튜브에 개설된 채널수는 1억 1,400만개입니다. 모두가 평등하게 알고리즘의 지배를 받습니다. 썸네일의 원리를 깨닫지 못하면 평생 발견되지 않을 것입니다. 소수의 결정권자가 배정해주던 제한된 지면을 이제는 대중이 배정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중과 소통하지 않으면, 대중에게 직접 팔지 못하면 평생 배운 것들의 쓸모가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

감잡은 물리학자(김상욱 교수)와 의사(정희원 교수)는 일찍이 유튜브를 켰습니다.

반대도 한번 살펴 볼까요. 배운 사람들이 먹물을 빼는 동안 일반 개인이 앞서 나갑니다. 대중의 언어를 공유하기 때문에 어드벤티지가 있죠. 인플루언서입니다. 3초 훅(Hook)을 무기로 가진 이들은 출중한 외모/몸매를 갖추거나, 맛집을 탐험하거나, 육아 정보를 나누는 등 매력자본으로 성장하여 광고비와 협찬을 받습니다. 관심경제의 핵심 수익모델입니다. 근데 이들도 2020년대 들어서 한계에 직면합니다. SNS가 릴스, 쇼츠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전문가와 오직 콘텐츠만으로 경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SNS감각을 탑재한 전문가들이 세련된 언어(매력자본)로 지식과 솔루션(능력자본)을 퍼뜨리자 광고, 협찬 수익 뿐만 아니라 대중과 기업이 물건을 구매합니다. 팬이 된 개인은 책을 사고, 오프라인 강연에 참석하는가하면 이 팬덤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 챈 대기업은 햇반에 그의 얼굴을 새깁니다. CJ가 정희원 교수의 저속노화 브랜드, 전통적(의사) 권위 그리고 그의 팬덤을 높은 값에 구매한 것입니다.

정희원 교수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제품이 잘 팔린다고 제가 보는 이득은 전혀 없다. 계약 자체를 그렇게 했다. 여러분의 건강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습니다. 선의와 진정성이라는, 가장 비싼 걸 얻어냈습니다.

학식 높은 전문가든 평범한 직장인이든 자신만의 경험과 지식에 값을 매길수 있습니다. 누구에게 파느냐에 달려 있는데 직장인은 여지껏 그걸 회사에만 팔아본 것 뿐입니다. 지식의 서열화, 계층화는 해체 수순으로 갑니다. 온 국민이 큰 빌딩에 하나에 모두 들어가, 배운만큼 내며 세들어 사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꼬마빌딩을 세우고 내 도움이 필요하거나 공감하는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지식은 생각이고 생각은 글로 나타납니다. 비즈니스 글쓰기 강의와 컨설팅을 하다보니 지식이 6개의 층으로 구분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사고의 6층위와 두개의 기둥” 이론을 만들었습니다.

이걸 알면 똘똘한 건물주가 됩니다.

이론 소개에 앞서 노파심에 말씀드립니다. 모든 사람이 6층짜리 빌딩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이 몇층까지 세울수 있을지 ‘인지’하고 선택집중해야 평생 무너지지 않을 철골 콘크리트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Chapter 1. 나만의 생각 빌딩을 세워라: 사고의 6층위

1층. "밤새워 쓴 글을 올렸는데 좋아요가 5개밖에 안 달려서 현타옴"
2층. "내 글은 문장이 길고 빽빽한데, 반응 좋은 글들은 여백이 많고 첫 단어부터 훅"
3층. "알고리즘 문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느라 읽는 사람이 얻어 갈 베네핏을 주지 않았기 때문임"
4층. "지난달 터진 게시물 50개를 뜯어보니, 공통적으로 '문제 제기 → 공감 → 해결책'이라는 3단 구조를 갖고 있음"
5층. "이건 뇌과학적으로 '인지적 구두쇠'라고 함. 뇌는 에너지를 아끼려 하니, 직관적인 보상이 없으면 0.5초 만에 이탈함"
6층. "콘텐츠는 타인의 시간을 뺏어와 그의 세계관에 새로운 질문을 심는 것"

‘콘텐츠’라는 주제를 두고 6가지의 다른 말이 있습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생기는 것이며 어떤 리턴을 가져올까요? 여기에 팔리는 글의 모든 비밀이 들어 있으니 눈 크게 뜨고 찬찬히 자신이 썼던 글을 떠올리며 읽어가 보시기 바랍니다.

B1층은 제외할게요. 빛이 들지 않는 지하로는 가지 말아요.

1F - 경험의 층

1층은 모든 지식의 기반입니다. 그리고 ‘남들 하지 않는’ 경험이 핵심입니다. 왜 2-30대에 실패를 많이 해보라고들 하잖아요. 이건 성공한 어른들이 자신의 짜치는 실패 서사를 체계적으로 전달할 재량이 없어서 대충 숭고하게 포장한 자기 과시 문장입니다. 이 레토릭에서 자기 과시를 빼면 그래도 의미있는 말이라서, 여행으로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초딩 내지 중딩까지는 엄마빠 따라 여행을 다닙니다. 간 곳의 지명과 어떤 느낌인지 정도만 기억나죠. 조금 더 커서 간 수학여행은 어떤가요? 저는 고등학교 수학 여행지가 경주 불국사였는데, 마흔이 넘어 다시간 그곳에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니 불국사가 이런 곳이었어?” 하면서 말이죠. 감동적이더군요.

저런 사진 어딘가에 제가 있었겠지요. “절간을 뛰어다녔지” 정도의 희미한 기억만 있습니다. [출처: 경주시 홈페이지]

스무살 이전까지의 경험은 세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내 돈을 쓰지 않습니다. 둘째, 내가 행선지를 정하지 않습니다. 주도성과 목적성이 없는 경험일수록 경험의 내재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셋째, 내 지식과 사유가 없습니다.

대학생 때의 여행을 볼까요. 한학기 동안 알바 빡세게 하면서 돈을 모으는 한편 알뜰살뜰 갈 곳을 정합니다. 주도적 선택, 숙성된 선호에 강철 체력이 더해질 때 우리는 가장 많은 경험 정보를 얻을수 있습니다. 이때는 실패가 없습니다. 경험의 축적, 그 자체로 성공의 재료입니다.

이때 남들 하듯 여행하면 경험 레이어의 범위는 넓을지 몰라도 납작합니다. 층고를 높이려면 남들 하지 않는 경험을 많이 해야합니다. 예컨대 배낭여행지에서 알바도 해보고, 사기도 당해보고, 무전취식도 해보고, 말 안통하는 이성에게 대시도 해보는 등 리스크 테이킹할수록 경험 정보는 불륨이 커집니다. 여행뿐만 아니라 어릴 때 물건도 팔아보고, 남들 취직할 때 창업도 해보면 층고가 높아져서 시야가 확 트이죠. 층고가 높으면? 창발적인 생각이 많아지고요.

(뭐 하나 끈질기게 하지 못하는 자신이 불안할수 있지만 괜찮습니다. 모든 선택은 ‘선호’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나중에 반드시 하나로 꿰어집니다.)

2F - 서술의 층

2층은 관찰과 기록이 핵심입니다. 멋진 해변에서 풍경만 보는 사람과, 그곳에 온 사람들의 옷차림은 어떤지, 표정은 어떤지, 어떤 사람들과 동행했는지, 주변에 어떤 가게들이 있는지 등 속속들이 관찰하는 사람은 같은 곳을 다녀왔지만 다른 곳을 다녀온 셈입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려면 관찰이 습관화 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걸 기록까지 한다면 휘발되지 않고 더 단단하게 기억에 남겨둘수 있겠죠. 하나 더 욕심을 내보자면 “사실 정보”에 “감각 정보”를 달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바람이 살금살금 부는 것이 꼭 모달 같아”, “도시의 색 온도가 3500K 정도되려나. 마치 지브리의 한 장면같아”의 식입니다. 그래야 두개 기둥이 고도화되는데 감각 기둥과 추론 기둥입니다. 이 두가지를 통합할 때 더 탁월한 사고를 할수 있습니다. 이건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2층까지는 일기나 후기입니다. 나혼자 보거나 가까운 사람과 대화할 때 무용담처럼 써먹을 수 있는 소재입니다. 내 정보의 단위 가치를 높이려면 그 위에 몇 층을 더 쌓을수록 좋습니다.

3F - 원인의 층

3층은 4~6층으로 가는 입구로써 이걸 만드는 방법이 가장 간단합니다. 보고 들은 것에 ‘왜’라고 묻기만 하면 됩니다. 대화 상대에게도 해야 하지만 자신에게 해야 하는 상황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나와의 대화를 끈질기게 해보세요. 그때 첫번째 ‘왜’에서 끝내는 것보다 최소 3번정도는 물어서 파고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1. 저 그림 참 좋다. 왜?

  2. 바다 색감이 너무 예뻐서. 왜 그 색감이 예쁘다고 느껴졌어?

  3. 바다는 푸르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저 그림의 바다는 거의 투명에 가까워서 새롭달까. 왜 나는 새로운걸 좋다고 표현할까?

  4. 예술작품은 관념적인 사물을 다르게 보게 만드는 힘이 있어. 그래서 사실 색감이 맘에 들었던 게 아니라 바다를 왜 다를게 표현했을지 생각해보게 해서 좋았던 것 같아.

그림을 보고 왜라고 묻지 않았으면 저 그림의 이름과 좋았다는 느낌만 남았을 것인데, 왜라고 3번 묻고 나자 예술의 역할뿐만 아니라 자신이 어떤 것을 보고 ‘좋다’고 말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질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현상은 모두의 정보인데 “왜”라고 물으면 나만의 정보로 바뀝니다. 다시 말해, 공공재인 정보를 사유재로 만드는 수단이 “왜”입니다.

간혹 왜왜왜 하다보면 막힐 때가 있습니다. 이때 보통은 검색해버리거나 모르니까 하던 생각을 그만두게 됩니다. 기껏 발품팔고 책을 보는 등 에너지를 썼는데 누구나 아는 상태로 갖고 있는 것보다는 사유 재산으로 만드는 것이 좋겠지요.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가설을 세운다고 생각하세요. 옳고 그름이 중요한게 아니라 논리적인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필요한데 모르는 정보가 있다면 논리적인 추론을 해서 임시 상수로 만들어놓고 아는 정보(사실)를 가져와서 분석을 한 뒤, ‘이건 이럴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워둡니다. 이것이 현상의 이면에서 작동하는 매커니즘을 얻는 과정입니다.

이 상태로 만든 정보가 많아야 합니다. 내 지식의 옷장에 옷걸이를 걸어두는 거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옷걸이가 많을수록 거기에 옷(새로운 지식)을 많이 걸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을 보다가 어? 이거 그거랑 비슷하네 하면서 새로운 지식이 기존의 지식 옷걸이에 탁 걸리게 됩니다. 쉽게 설명하려고 쓴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이런 느낌으로 뇌에 탁 걸립니다. 해보세요.

4F - 패턴의 층

1~3층의 과정을 매일같이 반복해서 하다보면 패턴이 보입니다. 4층에 자연스럽게 진입하죠. 유사한 현상을 범주화하고 그 현상들의 공통적인 구조를 이해하게 됩니다.

5F - 원리의 층

깨달음이 목적이라면 4층까지 해도 되지만 이걸 누군가에게 팔거나 알려주려면 작동 원리를 일반화를 해서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과학자들이 실험만 하지 않죠. 동일한 조건에서 같은 결과를 얻을수 있도록 원리를 밝혀 공식을 만듭니다. 이게 원리의 층입니다.

자기 분야에서는 탁월한데 그걸 가르치는 것에 서툰 사람들을 보셨을 것입니다. 원리의 층까지 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에서 이런 풍경이 자주 일어나니 예를 들어보죠.

창업 초기에는 대표와 직원의 역량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단순 역할 구분만 되어 있죠. 초기 스타트업은 대표가 성장하는 만큼 성장합니다. 단기간에 압도적으로 성장한 회사의 경우 대표와 팀원간 역량이 현격하게 벌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대표는 회사가 얻은 성장의 과실을 체계적으로 정돈해서 내재화를 하기보다 그냥 냅다 달려나갑니다. 그리고 뒤쳐진 팀원들의 역량을 아쉬워합니다. 시리즈 B정도의 스타트업에서 초기 멤버 물갈이가 잦죠.

6F - 메타의 층

이제 다 왔습니다. 6층입니다. 여기서부터는 패턴과 패턴간, 원리와 원리간의 창의적이고 비선형적인 연결을 통해 아예 다른 관점을 만들어내는 레벨입니다. “아니 이런 생각을 어떻게 하는 거야?” 싶을 때가 있죠. 그게 메타 레이어에서 작동하는 사람에게 보이는 보이는 반응입니다. 이들은 관점에서 그치지 않고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오늘날의 복잡도 높은 사회는 창발적 접근이 필요한 문제들이 대다수입니다. 로켓을 싸게 만들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그걸 회수해서 재사용 하겠다는 생각은 일론 머스크가 했죠. 기존의 사고체계 안에서 선형적인 사고만 해서는 나올수 없는 해법입니다.

회수가능한 로켓으로 화성으로. 일론 머스크는 대략 30년 안에 화성 식민지 건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주선 생산량이 연간 100대에 도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출처: 로이터]

또라이적 기질은 드러난 모습일 뿐 인문학, 철학, 과학, 정치, 비즈니스 등 온갖 필드에서 축적한 직간접 경험 데이터와 그걸 바탕으로 자신만의 사고 체계를 갖추고 특정한 원리 레이어들을 이렇게 저렇게 비선형적으로 수없이 연결하는 시도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한 분야만 아는 전문가는 패러다임을 바꾸지 못하는데요. 이들을 우리는 ‘장인’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일본이 아직도 도장찍는 로봇(도장을 없애야 하는데 그걸 빨리찍는 로봇을 만듭니다)을 만드는 역행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의 6층위는 두 개의 기둥이 떠받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이를 감성 vs 이성, 혹은 현실적 vs 이론적이라는 표현으로 나눕니다. 사고의 작동 방식을 기준으로 더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여기서는 감각과 추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겠습니다. 사고의 층위에 따라 글쓰기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현상적인 이야기로 좀더 설명을 이어가 보겠습니다.

Chapter 2. 생각 빌딩을 떠 받치는 두 개의 기둥

감각 기둥: 깊이를 만듭니다.

글맛이 쩌는 사람들이 있죠. 글이 흡입력있고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뜬구름 잡는 표현이 없고 현실세계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다시말해 어떤 현상을 목격했을 때 장면, 표정, 기운, 신체 감각, 미세한 정서의 결을 고해상도로 캡처해서 그걸 필터링없이 말하듯 글로 쓰는 사람들입니다. 1층과 2층, 그중에서도 2층 서술 레이어가 발달한 사람입니다. 직접 경험의 관찰력이 뛰어나죠. 이들은 주로 1층(경험)에서 3층(원인) 사이에서 강점을 발휘합니다.

  • 특징: 구체적, 생생함, 현장감, 인간 중심. 언어 이전의 감각을 포착합니다.

  • 강점: 글이 생생하고 독자의 감정을 즉각적으로 건드리며 강력한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독자로 하여금 "내 마음을 들켰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이끌어냅니다.

  • 한계: 경험에만 의존할 경우 일반화가 어렵고, 구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해 확장성에 제약이 생깁니다. 개인의 서사에만 머무를 위험이 있어 타인에게 적용 가능한 솔루션으로 발전시키기 어렵습니다.

추론 기둥: 높이를 만듭니다.

추론 기둥이 발달한 사람의 말과 글은 알아 듣긴 좀 어려워도 집중해서 들으면 남는 게 있습니다. 좀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더라도 논리적으로 빈틈이 없습니다. 어디서 봤을 법한 에피소드를 그대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 이면의 인과관계, 메커니즘, 구조, 패턴을 도출하여 적확한 언어로 표현합니다. 주로 4층(패턴)에서 6층(메타) 사이에서 강점을 발휘합니다.

  • 특징: 추상적, 논리적, 체계적, 구조 중심. 현상을 개념화하고 모델링합니다.

  • 강점: 논리적 완결성이 높고, 전략과 솔루션을 제시하며 지식적 권위를 확보합니다. 독자에게 지적 희열과 명확한 솔루션, 그리고 세상을 보는 새로운 틀을 제공합니다.

  • 한계: 쌀로 밥짓는 말을 할수 있습니다. 현장의 구체성이 결여되어 독자에게 "맞는 말인데 와닿지는 않는다", "너무 어렵다"는 반응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미가 없습니다.

사고의 6층위와 두개 기둥을 살펴봤습니다. 이걸 인간의 생물학적 생애주기에 매칭해서 러프한 활용법을 제안해보겠습니다.

1~2층까지는 체력이 필요합니다. 근데 인간은 20대부터 노화가 시작되므로 경험과 관찰, 즉 직접 경험 데이터의 양은 갈수록 줄어듭니다. 그래서 이걸 30대 중후반까지 잔뜩 쌓아둬야 에이징커브 곡선의 기울기가 커졌을 때 간접 경험 데이터 만으로도 현실적이고 깊이 있는 지식을 길어낼 수 있습니다.

마케팅을 책으로만 공부한 사람은 어떤가요? 경험없는 지식은 원론적이라 말은 그럴듯하지만 실전에서 다 무너집니다. 그렇다고 현장 지식(소위 암묵지라고 하죠)만 있는 사람은 그걸 복제하거나 확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현실에서 작동하는 지식은 형이하학에서 형이상학까지 모두 아울러야 쓸모있습니다.

제 경험에 한해, 골든 크로스를 마흔 언저리로 봅니다. 걷다가 돌부리를 보고 다리를 평소처럼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걸려 넘어지는 때가 정확히 마흔이기 때문입니다. 2-30대에 튼튼한 다리로 직접 경험 데이터를 최대화하고 40대부터는 책, 인터뷰, 커피챗 등 타인이 발품팔아서 잘 가꿔 놓은 지식을 간접적으로 흡수하는 것이 최대효율을 낼수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 커피챗은 기술의 축복입니다. 책은 일방향의 일반론 지식이지만 커피챗은 내가 원하는 것만 쏙쏙 물어볼수 있어 효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사고의 6층위와 두개의 기둥” 이론을 바탕으로 내 글을 넣으면 정량적으로 각 층의 점수와 강점, 약점, 전략이 도출되는 “텍스트 인바디”라는 간단한 프로그램을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보고 있습니다. 완성된다면 구독자와 가장 먼저 나눌게요.

Outro. 구독자로부터 날아온 질문, 샘플링

안녕하세요 르코님. 뉴스레터를 너무나 잘 읽고 있는 독자입니다.

뉴스레터를 읽을 때마다, 이런 퀄리티를 무료로 봐도 되나 싶을정도로 감명깊게 읽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항상 궁금했던 것이 있습니다. 르코님의 사고흐름이요.

어떤 걸로 input을 받으시고, 인사이트를 얻으시며, 어떻게 그걸 르코님만의 방식으로 소화해서 배출해 내시는지가 참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 사고흐름이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닐텐데, 여기에 오시기까지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됐는지도 궁금합니다.

르코님의 생각 결과물도 궁금해하지만 르코님 자체가 궁금하여 용기내어 여쭤봅니다. 이걸 궁금해하는 사람은 비단 저뿐만은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구독자로부터 받은 DM

3일 전 한 독자로부터 DM을 받았습니다. 배경 맥락을 충분히 제시하지 않은 채 단문 메시지로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초안으로 써뒀던 “사고의 6층위와 두개의 기둥” 이론을 꺼내 글을 보탰습니다. 그게 1만 자가 넘게 될 줄은…

“어떤 걸로 input을 받으시고, 인사이트를 얻으시며, 어떻게 그걸 르코님만의 방식으로 소화해서 배출해 내시는지가 참 궁금합니다.”

이 이론을 바탕으로 구독자님의 질문에 답을 해볼게요. 샘플(르코)이라 생각하고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1층: 10대 중반부터

중학교 2학년때부터 내 앞길은 내가 결정하며 살았습니다. 의사결정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했으므로 내가 얻은 경험 정보의 소유권이 대부분 제게 있습니다. 굵직한 결정에 있어서 엄마빠가 시켜서 한 게 없습니다. 주도적 선택, 숙성된 선호에 강철 체력이 더해진 20대에는 대학을 자퇴하고 창업으로 직행했습니다. 처음 했던 분야가 전세계에 3개 회사밖에 없던 사업이었습니다. 뮤지엄의 전시를 기술을 활용해서 인터렉티브하게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정부에서 청년 창업이 막 시작될 때 실리콘밸리 보내주고 투자해주는 무슨 지원 사업이 있었는데 제가 첫번째 선발자였습니다. 또 2016년도에 지금의 로컬 크리에이터 사업의 시초가 된 지원 사업을 제주에서 처음 시범 시작했는데 그것도 첫번째 마루타였습니다. 대한민국에 스타트업, 로컬씬이 만들어지던 초입에 있다보니 얻어 걸린 경험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 빌딩은 1층 층고가 높고 특이한 가구들이 많은 편입니다.

2층

그 기간 동안 사람을 정-말로 많이 만났고, 말로 많이 떠들었고(서술) 기록을 게을리 하지 않은 덕분에 더욱 선명하게 정리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아, 저는 건축과 디자인을 전공한 23년차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원래도 호기심이 많아서 눈이 바쁘지만 디자인의 기본이 관찰이라서 이미지를 보면 단 시간에 최대한의 정보를 긁어 오는 걸 잘 하는 편입니다.

3층

뭐든 궁금하면 바로 질문해보는 성향입니다. 그래서 3층이 발달하게 된 것 같습니다. 물어볼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혼자 노트북에 워드 하얀 화면 켜놓고 질문하고 엔터치고 답하고 엔터치고 질문하고 엔터치고 답하곤 했습니다. 혼자 그렇게 놀았습니다.

4층: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사업계획서를 수백 편은 썼습니다. 창업은 7번째지만 이런 저런 도전은 수십 번이었고 리젝될 때마다 고쳐써야 했기 때문에 수백 편에 달합니다. 시장을 분석하여 논리적 기반을 만들고 비즈니스 모델링을 해서 얹은 다음, 마치 이게 될 것처럼 그럴싸한 언어로 장표를 만드는 일련의 패턴화 훈련이 됐던 것 같습니다.

5층: 30대 중후반부터

30대 중후반부에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그때 시간이 많아서 책을 많이 읽고 특히 팟캐스트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 제가 경험하며 생각해 둔 원리가 있는데 책에서 증명된 이론으로 알려주니까 신이나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이걸 처방적 지식과 명제적 지식이라고 합니다.

구분

처방적 지식

명제적 지식

핵심 질문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이 사실인가?

목적

문제 해결 및 목표 최적 달성

세계에 대한 이해 및 설명

결론

실행의 나침반(방향은 아니까 일단 가볼수 있음)

세상의 지도(어디갈지 모르지만 뭐가 어디 있는지는 앎)

처방적 지식을 먼저 습득하고 명제적 지식을 습득하면 목표까지 최단거리로 갈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 반대로하면, 아는 건 많은데 어디 써먹을지 모르는 상태에 놓일수 있습니다.

자기계발서(1-2층)나 실용서(3-4층)유형의 콘텐츠는 거의 섭취하지 않습니다. 철학, 진화생물학, 양자역학, 불교, 뇌과학, 정치 등의 책을 주로 읽었습니다. 특히 정치시사가 뜻밖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개인이나 회사 단위를 넘어서서 가장 큰 국가의 기본 작동 원리를 들여다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치 이슈를 파보면 순수과학 책과 달리 1층이 매우 탄탄합니다. 대중의 거친 심리가 투표로 계량화 되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에서 얻은 지식 레이어에 정치시사 레이어를 얹어서 생각하다 보니 돈과 권력이라는 사회 현상의 유기적인 인과를 만드는 사고 훈련이 됐습니다. 세상은 두 장의 종이로 움직이죠. 투표지(정치)와 지폐(비즈니스).

6층: 2년 전부터

2년 전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어떻게 살것인가”라는 질문을 제 뇌에게 던져 놓고 한 8개월간 매일 15km씩 걸으면서 생각했는데요. “직주근접의 고리를 끊는 것”이 이 질문의 가장 현실적이고 손에 잡히는 해결책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일터 결정권”을 소유하기 위해 지금의 일을 시작했습니다.

40년 간의 경험과 생각들을 글쓰기로 꺼내는 한편, 빡세게 SNS로 소셜리스닝하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맞춰서 내 지식을 체계화하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의도하고 한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그걸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창업했지만 패러다임을 바꾸는 건 제 능력 밖이라는 걸 30대에 깨달았기 때문에 지금은 아주 개인적인 우주, 나만의 세계관을 만들어가며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몇층에 있나요? 어떤 “생각 빌딩”을 지을지, 건물주 되는 상상을 해보는 주말 되시길 바라요.

AX Scan 리포트 · 30개사 선착순 무료

글에서 본 방법을 우리 회사에 맞춰 보고 싶다면

공개된 회사 정보와 시장을 5일 정도 조사해 AX Scan 리포트를 만들고, 1:1 컨설팅에서 함께 읽어 드립니다. 신청하면 10일 안에 우리 회사만의 AX 프로젝트 플랜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