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2026년 2월 24일
인풋 중독에서 벗어나야 할 때
고용에서 창업으로 대 전환기를 맞은 지금, 3세대 커뮤니티를 이렇게 한번 시작해볼까 합니다.
이 글은 2026년 2월 24일에 르코&렉스 레터로 보낸 글입니다. 글 속 신청 안내와 일정은 보낸 날 기준입니다.

vol.127
안녕하세요. 르코&렉스입니다:)
아래 문항을 한번 풀어 보시겠어요?
다음 중 ___을 위해 해야할 일로 적합한 것을 골라보세요.
① 영어 공부
② AI 공부
③ 마케팅 공부
④ 브랜딩 공부
⑤ 온라인 강의 듣기
⑥ SNS 퍼스널 브랜딩
⑦ 독서 모임
⑧ 부업
⑨ 자격증 따기
⑩ 네트워킹
저 공란에,
30년 전 승진이 적혀 있었습니다.
3년 전 월천이 적혀 있었고요.
지금은 불안이 적혀 있습니다.
불안하니까 1부터 10까지 마킹합니다.
인풋 중독과 커뮤니티의 진화, 완결편을 가져왔습니다. 3세대 커뮤니티의 모습까지 한번 만나보시죠 :)
커뮤니티를 말끔히 말아 먹어 봤는데요.
창업 3년차 쯤, <미술식당>이라는 걸 했습니다. 2012년에 우리나라에 처음 소셜다이닝이라는 문화가 소개됐어요.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밥 먹는 거죠. 지금이야 소셜활동이 워낙 다양하게 자리 잡아서 그럴수 있겠구나 싶지만 당시에는 “어색하지 않을까? 체할 거 같아!”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소셜다이닝, <집밥> 서비스의 메인 화면
저는 매일 한남동, 이촌동, 경주, 부여등 전국의 뮤지엄으로 출근 하고, 가끔 로마, 뉴욕, 이스탄불등 세계곳곳의 꽤 유명한 뮤지엄과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어느 논문에서, 1년에 미술관을 가지 않는 사람이 93%라는 걸 보게 돼요. ‘좋은 작품 가져다 놓고 전시를 멋지게 만들면 뭐해. 안가는 사람은 안가는데..’ 미술관은 7%에게 더 좋은 작품과 전시를 보여주는 일을 하고 있었죠. 그때 제 업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됩니다. “93%를 미술관으로 오게 하는 방법이 뭘까?” 이것이 저의 유일한 관심사가 됐어요.
당시 창업 씬의 분위기를 좀 말씀드리자면, “일단 하나씩 다 모바일에 집어넣고 플랫폼 위에 태워보자!” 하는 느낌이었어요. 서비스 앞단에 일단 AI를 붙이고 있는 지금의 모습과 비슷하겠네요. 모바일 시대 초입, 온라인에 연결된 시간이 폭증하니까 사람들의 니즈를 연결하면? 그게 돈이 됐죠. 바야흐로 연결 안됐던 게 뭐가 있었는지 찾는 게임, 아니 창업이 시작됩니다.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가 다소 어수룩하게 데모데이하는 모습을 보며, “저런 서비스가 된다고?” 하며 약간 무시했던 기억이 납니다. ‘되는 걸’ 창업하는 게 아니라 ‘되게 만드는 게’ 창업이라는 걸 이젠 알게 됐지만, 그땐 대표병 초기라서 나 잘난 맛에 살았습니다.
전세계 어디나 미술관 주변은 맛집이 많습니다. 7%가 입맛이 까다롭잖아요. 그래서 밥 먹자고 유인해서 전시 보게 하는 <미술식당>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었죠. 93%가 맛있는 음식과 지적 허영을 싫어할 리 없으니까요. 본업이 끝난 주말에 사람들 모객하고, 직접 전시 도슨트를 하고, 미리 섭외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전시에 대한 감상을 나눴습니다. 나중엔 레스토랑과 협업해서 전시의 컨셉에 맞는 코스 요리를 만들어 제공하기도 했고, 트레바리의 이벤트 프로그램으로 협업하기도 했어요.

트레바리와 함께했던 미술식당. 윤수영 대표는 사진 컨셉이 늘 비슷합니다. 즐거운 상태예요.
4년 동안 격주로 프로그램을 열었고, 말끔히 말아먹었습니다.
어떤 커뮤니티를 기대하나요
회식문화는 이제 거의 자취를 감췄고, 요즘은 주말에 등산 가자고 하는 상사 없죠. 회사에서 주말에 부서 대항 체육대회 하나요? 불만이 쇼츠로 터져나와 전국민 뭇매 맞겠지요. 한달씩 붙잡혀 교육받던 연수원이 이제 직원들 휴양시설이 되었다고 하죠.
1970년대 대한민국, 회사의 성장이 곧 국가 발전이었고 또한 내가 잘 사는 길이었기 때문에 공동체의 사회적 기능은 모두 회사가 담당했습니다. 개개인의 취향이 ‘단합’이라는 한 단어 속으로 깡그리 빨려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2000년대 반전이 일어납니다. 인터넷이 깔리면서 회사-집말고도 “모일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 지면서 지금의 커뮤니티 역사는 시작된 것입니다.
왜 커뮤니티는,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은데 오랫동안 유지되는 곳은 거의 없을까요?
성공하는 이유는 수 백가지지만 실패하는 이유는 몇 가지 안되거든요. 그래서 지난 번에 뭘 잘못 설계해서 실패한 건지 이것저것 파보다 보니 35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됐는데요. 명분을 한 꺼풀씩 걷어내면서 따라 들어가다 보니 가장 마지막에 이 질문에 이르더군요.
지금 시대를,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가?
이 글은, 커뮤니티를 다루지만 “내 인생, 어떻게 살아 내야 할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내 미래 해상도를 높여줄 이야기, 시작해 볼게요.
일단 종로의 피카디리 극장 앞으로 가보시죠.

"오늘 저녁 7시, 종로 피카디리 극장 앞. 노란색 손수건을 가방에 묶고 있을게요."
라디오 PD인 '해피엔드'와 쇼핑호스트인 '여인2'는 각자의 상처를 갖고서 PC통신 화면 속으로 도망옵니다. 얼굴도 모르는 두 사람을 이어준 건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라는 음악입니다. 이름 대신 닉네임 뒤에 숨어 솔직한 문장들을 전송합니다. 그리고 해피엔드가 현실 만남을 제안합니다. 1997년 개봉한 영화 <접속>의 한 장면입니다.
PC통신 하신 분들 손 🙋🏻♀️🙋🏻♂️
그때 회사에서 부장님이 “김대리 주말엔 잘 쉬었나?” 라고 인사(치레)를 하면, “아이고 부장님 말도 마세요. 남들 안듣는 음악 찾아서 듣는 걸 좋아하는데요. 우연히 라디오에서 [벨벳 언더그라운드]라는 뮤지션에 꽂혀서 신촌과 청계천으로 LP음반을 구하러 다니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습니다. 'Pale Blue Eyes'라는 노래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기가 맥힙니다” 라고.. 그때 그시절…말할수 있었나요?
모난 돌이 정맞던 시대, 덕숨찐(덕력을 숨긴 찐따) 직장인들을 컴퓨터 앞으로 불러 모으는 일이 벌어집니다. 바로, PC통신입니다.

전화선을 PC에 꽂자 '삐-' 소리가 나면서 파란 화면이 열리고, 사람들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학교, 직장, 동네라는 물리적 한계에 갇혀 있던 인간 관계가 '취향’ 이라는 새로운 축을 중심으로 전국구로 확장된 것입니다. PC통신은 전국의 수 많은 한석규와 전도연을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얼굴도 이름도 가린 덕후들의 티키타카는 첫만남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이른바, ‘벙개’문화의 시초가 됩니다. 피카디리 극장은 번개의 명소였죠.
하지만 이 평화로운 낭만은 1997년 IMF 외환위기로 끝이납니다. '평생직장'의 신화가 깨지고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작되자, 더 이상 동호회 나가서 한가하게 '음반'이나 '영화' 이야기만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기술은 조직속 고립된 개인을 연결하고, 경제 위기는 개인을 더욱 고립시킨다.”
이게 커뮤니티가 진화하는 규칙입니다. 그리고,
이 그래프 한번 보세요.

3일 동안 뒤지다가 두 가지 추세의 상관성을 찾아냈습니다. [출처: 르코&렉스]
커뮤니티의 진화를 이해하려면 두 개의 추세선을 봐야하는데, 두 그래프의 추세는 상수이며 기술 트리거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세대의 커뮤니티가 탄생했습니다. 근데 특이점이 옵니다. 2세대까지의 기술 트리거는 연결을 강화했지만 AI는 연결과 무관합니다. 개인을 증강하여 연결이 필요없도록 만듭니다. 더욱 고립될수 있죠.
경제 성장률은 내려갑니다.
1990년대 초 10%에 육박하던 경제 성장률이 10년 째 2%대 입니다.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입니다. 성장률이 높을 때는 답이 정해져 있습니다.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됐어요. 경제가 매년 10%씩 커지니까, 그 파도를 타면 모두가 올라갔습니다. 커뮤니티가 필요 없었어요. 아니, 정확히는 회사 자체가 커뮤니티였습니다. 직장 동료와 술 마시고, 등산 가고, 야유회 가고. '사적인 모임'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박했습니다.
그런데 성장률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주말 등산 멤버에서 빠지고 교육 받으러 다니던 최대리는 과장 승진하고, 퇴근 후 술자리 뿌리치고 영어학원 가던 박대리는 외국계 회사로 연봉 올려서 이직합니다. 우리가 남이가 으쌰으쌰하던 회사가 순식간에 경쟁 체제로 바뀝니다. 회사 내 각자도생의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1인 가구 비율은 올라갑니다.
1990년 9.0%에서 시작해서 2024년 36.1%. 지금도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804만 5천 가구.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3분의 1 이상이 혼자 삽니다. 특정 집단이 30%를 넘어서면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기능이 바뀌고 문화를 주도하는 힘을 갖게 됩니다. 가구 회사는 4인 가구 쇼파 만들다가 1인 가구로 방향을 틀고, 건설사는 주거형 오피스텔과 원룸을 짓습니다.
1인 가구, 회사에서도 경쟁하느라 고독한데 집에 와서도 혼자라 외롭습니다. 사람사는 냄새가 사라진 삶의 공백을 메우는 게 바로 커뮤니티입니다.
다음 카페에서 정모 해보신 분들 손 🙋🏻♀️🙋🏻♂️
새천년 밀레니엄 시대, 전국에 초고속 인터넷이 깔립니다. 고화질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할수 있게 되자 온라인 교류가 만개하여 “인터넷 카페”의 시대가 열립니다. 관심사 정보가 더욱 활발하게 오고 갑니다. 소통이 깊어지니 만남이 잦아집니다. 일회성 번개가 아니라 아예 정기 모임(정모)로 발전합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자주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가족, 회사가 아닌 “제3의 소속감”이 탄생합니다. 관심사기반 동호회는 오늘날 자기계발/취향계발 커뮤니티의 원형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옵니다. 1인 가구 비율 약 23.9%, GDP 성장률은 PC통신 시절의 반토막인 3~4%대입니다. 최대리는 승진하고 박대리는 외국계 이직하는데 무능한 부장님 비위나 맞추고 있을 수 없죠. 이때부터 대한민국 직장인의 숙명과도 같은 자기계발 광풍이 불기 시작합니다. 12년 공부하고 취업하면 끝이었는데 사회인이 되어서도 퇴근 후 공부하는 게 상수가 됩니다.

2012년 출간. 끝없이 스펙 쌓고 경쟁해야 하는 청춘을 위해 쓴(?) 돈 걱정 그다지 없는 서울대 교수의 책
트레바리, 넷플연가, 남의집, 문토 해보신 분들 손 🙋🏻♀️🙋🏻♂️
2008년 아이폰이 출시, 24시간 인터넷을 손에 들고 다니게 되자 세상의 모든 Needs를 연결하는 플랫폼 서비스가 우후죽순 쏟아집니다.
한편 연봉 상승율에서 물가 상승율을 빼면 0에 수렴하는, 소위 남는 거 없이 장사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서자 사람들은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갓생과 현생입니다.
불안하니 성장은 해야겠는데 노오력 해봐야 내 집 하나 못사니까 현생이나 살기로 합니다. 내 집 마련의 꿈이 사라지자 나를 위한 소비가 시작됩니다. 퇴근 후에도 자기계발하며 갓생을 살고, 주말에는 취향계발을 위해 호캉스와 맛집 투어 다니면서 현생을 삽니다.
“불안한데 일단 즐기자.”
갓생과 현생이 공존하는 모순이 시작된 것입니다. 하루에도 서너번 아예 다른 감정이 충돌하면 자연스레 뭘 찾게 되는 지 아시나요? 내 정체성입니다. 이때 처음으로 사람들은 자신에게 질문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뭘 좋아하지? 내가 잘하는 일이 뭐지?” 불안하다 보니 잘하는 일이 뭔지 알아야 하고, 즐기려고 보니 좋아하는 게 뭔지 알아야 하니 던지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을 한 사람당 500번씩 하다 보니 그 유명한, 답없는 국민 고민이 탄생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할까, 잘하는 일을 해야할까”
현생을 살 것인가 갓생을 살 것인가. 어렵죠. 이것저것 시도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사유하면서 찾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모순을 비판적으로 들여다 봐야해서 두렵고 귀찮은 일입니다. 쉬운 방법이 있죠. 남에게 “너 이런 사람이구나” 라는 말을 듣는 게 가장 확실하고 ROI높습니다. 사회적 승인을 통한 정체성 확보 작업입니다. 그러려면 빠르고 많은 ‘남’이 필요하겠죠.

[출처: 와이즈앱·리테일·굿즈, DMC미디어, 나스미디어 소셜미디어 이용 행태 보고서 재구성]
인스타그램 이용자수가 가파르게 증가합니다.
자신의 삶(이라 쓰고 소비)을 전시하고 정체성을 확인합니다. 식당 사진을 자주 올리면 미식가, 여행 사진을 자주 올리면 욜로족, 책을 자주 올리면 지적인 사람, 빈티지 소품을 자주 올리면 취향수집가라는 정체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정체성을 찾으려고 시작한 계정이 커지면서 인플루언서가 되고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게 됩니다). 이때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집니다.
갓생은 성장을 위한 자기계발, 현생은 자아감을 찾기 위한 취향계발입니다.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 1인 가구가 30%를 향해 달려가면서 외로움은 사회적 문제가 됩니다.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데 외롭기까지 합니다. 갓생의 현타와 현생의 외로움을 한방에 해결해줄 솔루션이 쏟아져 나옵니다. 바로 2세대 커뮤니티입니다.
트레바리, 밑미는 자기계발(쪽으로 기울어 있는) 커뮤니티고, 문토, 넷플연가, 남의집은 취향계발(쪽으로 기울어 있는) 커뮤니티입니다.
2019년 1인 가구가 드디어 30%를 찍으며 대한민국의 주류 가구형태가 됩니다. 같은 해 트레바리는 누적 회원 3만을 달성하면서 그 유명한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요.
공부는 그만, 자기계발은 이제 작동하지 않습니다.
가만있으면 중간은 가던 게 부모님 세대고, 가만 있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던 게 불과 얼마 전, 가만 있으면 나만 뒤쳐진다는 느낌을 이제는 받습니다.
그래서 너도나도 공부를 시작합니다. 베이비 부머가 밥벌이 외에 나머지를 몽땅 자식 공부시키는 데 올인한 결과, 대한민국이 반세기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이라는 아웃풋이 나와 버렸습니다. 아는 것이 힘, 공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DNA에 박혀 있습니다.
IMF이후 자기계발 광풍이 불었고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직장인은 자기계발(=공부)을 미덕으로 여깁니다. 영어 공부는 부동의 1순위, 최근에는 AI 공부 열풍이 불고 있죠. 근데 A를 공부를 해서 가고 싶은 B는 어디인가요? A와 B가 인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불안해서 공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불안과 공부 DNA를 가진 우리에게 2세대 커뮤니티는 썩 괜찮은 지적 안식처지만 "성과를 만들거나 실질적인 역량을 강화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했죠.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며 "나는 성장하고 있다"는 충만함은 얻었으나, 그것이 내일 당장 야생의 시장에서 나를 지켜줄 실전 무기가 되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코로나가 찾아옵니다.
강의듣고 챌린지 해보신 분들 손🙋🏻♀️🙋🏻♂️
코로나가 불러온 두가지 집착이 있습니다.
자기통제 집착과 루틴 신드롬
팬데믹의 3년, 지구의 82억 명은 자신에 대한 통제권을 거의 잃은 채 살아야 했습니다. “밖에 나가지 말아라, 마스크 써라, 4명 이상 모이지 말아라, 1미터 이상 붙지 말아라.” 그래서 코로나는, 불가피하게 외부에 힘에 의해 자기통제권이 박탈된 시대를 의미합니다.
외부의 힘을 통제할 수 없게 되자 반대급부로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명상, 요가, 독서, 러닝, 독서, 글쓰기를 통해 자기통제에 집착하죠. 목표를 향한 강박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견디기 위한 최소한의 자기 질서를 만드는 루틴이 대유행을 합니다. 아침 루틴, 출근 루틴, 운동 루틴, 공부 루틴, 수면 루틴 등 루틴을 붙이면 마법처럼 바이럴이 터집니다.
근데 루틴을 혼자 하자니 잘 안됩니다. 이 니즈가 쌓이면서 챌린지라는 다소 특이한 습관 커뮤니티가 만들어집니다. 챌린저스가 등장하죠. 만날수없으니 각자 실천하고 인증하고 보상하는 코로나용 “따로 또 같이” 커뮤니티입니다.

성공 집착
집에 갇힌 사람들은 폭등하는 부동산과 코인 차트를 보게 됩니다. 땀 흘려 일하는 가치보다 자산의 증식 속도가 월등히 앞지르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성장' 대신 '성공'이라는 단어에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판을 키운 게 바로 부업 강의입니다.
재택이 늘어나니 출퇴근에 썼던 2시간이 빕니다. 회의나 탕비실 스몰톡이 사라지니 또 2시간이 빕니다. 코로나로 인한 합법적 반차가 매일 주어지자 부업을 시작합니다. SNS에 블로그, 주식, 코인, 부동산 등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들이 등장합니다. 통장을 까고 수익을 인증하니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수익화 강의가 쏟아집니다. 빨리 퇴근하는 법을 팔던 온라인 강의 플랫폼이 빨리 퇴사하는 법을 팔기 시작합니다. 강의에는 챌린지를 붙여서 일종의 성공 커뮤니티 역할을 하게 됩니다.
3세대 커뮤니티는 어떤 모습일까요. 다시 질문해 볼게요. 지금 시대를,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요?
세대 | 시기 | 1인가구 | 경제 성장률 | 기술 트리거 | 커뮤니티 핵심 가치 |
|---|---|---|---|---|---|
1세대 | 1994~ | 9% | 9.9% | PC통신 | 낭만 |
1.5세대 | 1999~ | 15.5% | 4.3% | 초고속 인터넷 | 여가 |
2세대 | 2009~ | 23.9% | 3~4% | 스마트폰/플랫폼 | 자기계발(성장) |
2.5세대 | 2020~ | 30.2% | -0.7~2.8% | 코로나 | 자기통제(루틴) |
3세대 | 2024~ | 38% | 2.1% | AI | 생존 |
1세대, 1인 가구 비중은 20%를 넘지 않았습니다. 알아주지 않고 심심해서 모였습니다. 2세대, 1인 가구 비중이 30%를 빠르게 향합니다. 그래서 외롭고 불안해서 모입니다. 3세대, 1인 가구 비중은 40%에 육박합니다. 그래서 고립감에 생존하려고 모일 것입니다.
2세대에 왜 취향 커뮤니티(남의집, 문토)는 망했는데 자기계발 커뮤니티(트레바리, 넷플연가는 취향에서 자기계발로 피보팅)는 생존했을까요? 3세대는 과연 자기계발로 충분할까요? 이 지표를 보면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바로, 1인 사업자 100만입니다.
1인 가구의 증가뿐만 아니라 1인 창업가도 계속 증가할 것입니다. 창업가는 자기계발하지 않습니다. 생존하죠.
경제가 10%씩 성장하고 상방이 뚫린 시대는 직장이라는 큰 흐름 위에 있으면 잃을 게 없었습니다. 근데 지금은 어떤가요? 경쟁하는 사람들이 모두 눈에 보이고(SNS), 원하는 모든 지식과 정보를 불러 올수 있는데(AI), 하방이 위태롭습니다(저성장). 따라서, 3세대 커뮤니티는 생존과 자립의 문제를 다뤄야 합니다.
중세 유럽에 길드(Guild)라는 게 있었습니다.
같은 업종의 장인들이 모여서 기술을 공유하고, 신입을 가르치고, 품질을 관리하고, 서로의 생존을 보장했습니다. 길드에 속하지 않으면 빵을 구울 수도, 가죽을 다룰 수도, 철을 벼릴 수도 없었습니다.
이 길드에서 3세대 커뮤니티를 봅니다. 나만의 업을 만드는 사람들이, 같이 모여서 설계도를 만들고, 서로의 사업을 봐주고, 각자의 수익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곳이 3세대 커뮤니티의 모습이라고 예측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AI가 합류합니다. 중세 길드는 장인의 손기술로 먹고살았지만, 3세대 길드는 AI를 도구로 씁니다. 혼자서는 디자인도 못하고, 마케팅 카피도 못 쓰고, 시장조사도 못 하던 1인 기업가가 AI를 쓰면 모든 게 가능해집니다. 그런데 "어떻게 쓸지"는 여전히 사람의 판단입니다. 그 판단을 같이 키우는 곳. 그게 AI 시대의 길드입니다.
3세대 커뮤니티는 이 세가지를 지향해야 하겠습니다.
첫째, 고립에서 자립으로
2.5세대가 외친 경제적 자유는 주식, 코인, 부동산으로 대박난 사람들이 파는 로또입니다. 0.001%에 내 인생을 거는 건 위험합니다. 경제적 자립을 지향해야 합니다.
둘째, 인풋에서 아웃풋(실행)으로
AI 시대에 지식은 0원으로 수렴합니다. 아는 것이 힘(력)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아는 것이 무기력해지고 있죠. 실행없는 지식, 아웃풋없는 인풋은 점차 의미를 잃어 갑니다.
셋째, 각자도생에서 공생으로
1세대의 낭만(결혼)은 녹록치 않고, 2세대의 관계 보험(인맥)은 당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에 무리,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당장 내일의 생존을 함께 도모하는 신뢰할만한 파트너입니다.
이 글은 1인 가구 40%, 1인 사업자 100만, 2% 성장율, AI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일 지, 자료 조사도 하고 생각 정리도 하면서 쓰게 됐습니다. 고용에서 창업으로 대 전환기를 맞은 지금, 자립과 실행과 공생의 가치를 담아 3세대 커뮤니티를 이렇게 한번 시작해볼까 합니다.
<나만의 창업> 커뮤니티 소개 레터, 많은 공유 부탁드려요.
4편: [현재 글]인풋 중독에서 벗어나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