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내 급여, 내 매출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매출의 50%는 시장이, 30%는 고객이, 15%는 AI가 결정합니다. 좋아하는 일보다 시장이 원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르코&렉스5분 분량

내 급여, 내 매출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작이 반? 시장이 반이다.

SNS에서 이 이미지를 본적이 있나요? 이를 본 많은 사람들을 생각에 빠지게 했습니다. “내가 매일 애쓰는 게 고작 5%만 영향을 끼치고 있다니…”

업계 50%

오래전 후배 디자이너가 이직하고 싶다며 찾아왔습니다. 힙하고 유명한 큐레이션 커머스 브랜드에 가서 일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연봉 올리고 싶은 거 아닌가요?" 맞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럼 카카오뱅크나 토스 같은 핀테크 회사에 지원하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인터넷 은행이 막 문을 열던 때였습니다.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어떤 회사에도 재밌는 일은 없어요. 돈을 벌어서 그걸로 재밌는 데다 쓰는 거예요.”

디자이너가 하는 일은 큐레이션 커머스 회사에서든 핀테크 회사에서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클릭율을 높이는 버튼과 이미지를 만듭니다. 하지만 시장이 크거나 전도유망한 업계라면 회사 매출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고 그 돈이 월급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2026년 3월 기준으로 금융·보험업 종사자는 한 달에 평균 996만 원을 받았고, 숙박·음식점업 종사자는 234만 원을 받았습니다. 네 배가 넘는 차이입니다.

회사 30%

같은 업계 안에서도 어느 회사에 다니느냐에 따라 월급이 또 달라집니다. 2023년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593만 원이었고, 중소기업 근로자는 298만 원이었습니다. 두 배 차이입니다.

팀 15%

같은 회사 안에서도 어느 팀에서 누구와 일하느냐에 따라 일을 배우는 속도도, 평가도, 승진도 달라집니다. 그중에서도 사수가 가장 중요합니다. 스탠퍼드 연구진이 직원 2만여 명의 기록을 5년 동안 분석했습니다. 하위 10%에 속하는 팀장을 상위 10%에 속하는 팀장으로 바꾸자 팀 생산성이 12%쯤 올랐습니다. 아홉 명이 일하는 팀에 한 사람을 더 뽑은 것과 비슷한 효과입니다.

성과 5%

매일 몸을 갈아 넣어 야근하고, 영혼을 바쳐 자기계발해서 바꿀수 있는 건 딱 5%입니다. 연봉이 크게 오른 순간을 떠올려 보면, 일을 조금 더 잘하게 됐을 때보다 업계나 회사를 옮겼을 때인 경우가 있죠.

부업, 프리랜서, 크리에이터, 창업 등 “내 일”을 해서 낼수 있는 매출의 구성도 비슷합니다.

업계 → 시장 50%

시장은 사이즈도 중요한데 성장세가 더 중요합니다.

코로나 때를 떠올려 보세요. 밖에서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지자 사람들은 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1:1로 PT를 받고, 사람이 적은 곳을 찾아 캠핑을 떠났습니다. 편의점에서는 곰표 밀맥주가 누적 6,000만 캔 팔렸습니다. 캠핑용품 시장은 2019년 3조 원대에서 2022년 6조 원대로 두 배가 됐습니다.

사람들이 다시 밖으로 나가자 그 돈이 몽땅 빠져나갔습니다. 곰표 밀맥주를 처음 만든 세븐브로이맥주는 2025년에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고 캠핑용품 매장에서는 70만 원 넘게 팔리던 텐트를 30만 원대로 내려도 팔리지 않았습니다.

이 회사들이 코로나가 끝난 뒤 갑자기 양조 기술과 텐트 제작 역량이 나락으로 간 게 아닙니다. 그걸 사줄 수요자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간 것 뿐입니다. 잘 팔릴 때는 회사가 잘해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코로나가 끝나자 시장 덕분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회사 → 고객 30%

직장인은 월급을 회사에서 받고, 창업을 하면 고객에게 월급을 받습니다. 같은 업계에서도 어느 회사에 다니느냐에 따라 월급이 달라지듯이, 같은 시장에서도 누구를 고객으로 타겟하느냐에 따라 매출이 달라집니다.

PT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같은 헬스장에서 같은 트레이너가 같은 PT 10회권을 팔아도 찾아오는 사람은 제각각입니다.

첫 번째 사람은 석 달 뒤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부입니다. 웨딩드레스를 입는 날이 정해져 있어서 운동을 미룰 수 없습니다. 10회를 마치고도 부족하다 싶으면 10회를 더 등록합니다.

두 번째 사람은 병원에서 허리 근육을 키우라는 말을 들은 40대 직장인입니다. 운동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허리가 아파서 밤잠을 설칩니다. 통증만 줄어든다면 가격을 크게 따지지 않습니다.

세 번째 사람은 새해 결심으로 등록한 대학생입니다. 살을 빼고 싶기는 하지만 급하지는 않습니다. 용돈으로 결제해야 해서 가장 싼 상품을 고르고, 2월이 되면 헬스장에 잘 나오지 않습니다.

세 사람 모두 같은 시장의 고객이지만 트레이너에게 가져다주는 매출은 크게 다릅니다.

  • 불편함의 크기. 석 달 뒤 웨딩드레스를 입어야 하는 예비 신부와 허리가 아파 밤잠을 설치는 직장인은 PT가 없으면 당장 곤란한 상황에 있습니다. 반면 뱃살이 조금 신경 쓰이는 대학생은 PT를 받지 않아도 생활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결혼, 출산, 이직, 창업처럼 삶이 크게 바뀌는 시기에 사람들이 평소보다 쉽게 돈을 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 시기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꺼번에 커집니다.

  • 시급성. 언제까지 해결해야 하느냐입니다. 결혼식 날짜처럼 기한이 있으면 사람들은 바로 결제합니다. 기한이 없으면 "다음 달부터 하자"며 미룹니다.

  • 구매력. 쓸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느냐입니다. 필요가 아무리 커도 돈이 없으면 살 수 없습니다.

팀 → AI 15%

팀장, 팀원을 AI에이전트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인사가 만사였다면 지금 기업들이 돈 쓰는 곳을 보면 AI 전환이 만사인 모양새입니다.

성과 → 전문성 5%

“제가 딱히 전문성이 없어서요. 뭘로 돈을 벌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내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말입니다. 이 고민이 해결된다해도 5%정도 영향을 끼치는데 굳이 붙잡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요.

회사에 다니는 동안에는 시장을 살펴볼 일이 없었습니다. 회사 물건이 잘 팔리든 안 팔리든 월급날이면 월급이 들어왔습니다. 무엇을 누구에게 팔지는 회사가 정했고, 직원은 맡은 일만 잘하면 됐습니다. 회사에서 평가받던 기준이 내 실력뿐이었으니, 회사를 나와서도 내가 뭘 잘하는지부터 묻게 됩니다.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고민은 끝이 없습니다. AI도 배워야 하고, SNS도 배워야 할 것 같고, 마케팅도 알아야 할 것 같지만 전문성은 그것을 사려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돈이 됩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알면, 필요한 실력은 일을 하면서 채울 수 있습니다. 요즘은 AI 덕분에 그 시간도 크게 줄었습니다.

  • 매출의 50%는 시장이 결정합니다.

  • 매출의 80%는 시장과 고객이 결정합니다.

  • 매출의 95%는 시장과 고객과 AI가 결정합니다.

<프콘핏>이 다루는 것이 이 95%입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뭘해야 할까요?

시장이 원하는 일을 해야합니다. 시장이 반입니다.

다른 일을 시작해보고 싶을 때 사람들은 자신이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잘하는 건 5%고 좋아하는 건 내가 벌어들일 매출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미디어에서 좋아하는 일로 돈버는 사람들이 종종 나와서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합니다. 그건 자신의 선택을 미화하는 것이거나, 좋아서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시장이 만들어져버렸거나, 그냥 시작한 일이 돈을 벌다보니 재밌고 좋아진 것중 하나입니다.

그럼 왜 사람들은 시장과 고객이 아니라 내 선호와 욕망을 먼저 살피는 걸까요? 내가 원하는 건 훤히 보이는데 시장이 원하는 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던 시장이 훤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대충 이럴 것이다가 아니라 틀림없이 원하는 걸 또박또박 말하고 있습니다. <프콘핏> 웹북에서는 이 시장이 왜 보이게 됐는지, 어떻게 그걸 확인하는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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