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진한 창업을 했었죠.
한 대표님이 술자리를 빌어 직언을 하나 해줘도 되겠냐고 묻습니다. 존경하는 분이라 그러시라 했습니다. 그는 짧게 한마디만 했습니다. 처음엔 기분이 상했다가 그 이후로 약 3년 간 그 문장이 은은하게 박혀서 저를 괴롭혔습니다.
맞말이라 직감해서 뼈아팠을 것인데 당최 문제의 진원지가 어디인지 짚어내질 못했는데 작년에 환부를 찾아냈습니다. 기뻐서 헤실헤실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2년째 그걸 도려내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르코는 사업을 오래 했는데도 순진하네요.”
창업 초기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남들 안하는 거 한발 앞서 도전하곤 했으니까요. “대박 날 것 같아. 멋진 도전이야. 응원해요.” 지금도 페이스북에 들어가면 눈뜨고 못봐줄 제 포스팅과 응원 댓글이 무수히 달려있습니다. 자아가 비대해질 때면 들어가서 정신차리려고 지우지 않고 뒀습니다. 지인만 그런 건 아닙니다. 프로세스 이코노미인지 뭔지 SNS에 올리면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제 비전에 동참하고 저를 응원해주었습니다. 든든한 지지자를 등에 없고 기대감에 론칭을 했지만 그들은 결제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왜 등돌린 걸까요?
제품은 결과물이고 콘텐츠는 그 과정물입니다. 제품 1개 만드는데 콘텐츠는 100+개 나옵니다. 그래서 창업하면 가장 먼저 지지자를 만나고 그 다음 고객을 만납니다. 지지자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고객은 제품을 소비하기 때문이죠. 또한 지지자는 명분을 소비하고 구매자는 욕망을 소비합니다. 지지자는 가치있는 명분에 좋아요, 팔로우, 댓글로 비전에 동참함으로써 대리만족을 느끼며, 성공할지도 모를 사람과의 관계 보험을 들며, 의미있는 일에 지지를 보내는 자신이 가치있는 사람이라는 효능감을 얻습니다. 댓글 한 줄, 좋아요 하나에 3가지를 무료로 얻을수 있으니 ROI높은 사회적 활동입니다.
과정 - 콘텐츠 - 명분 - 무료 → 지지자
결과 - 제품 - 욕망 - 유료 → 구매자
하지만 고객은 다릅니다. 돈을 지불합니다. 자신에게 이게 왜 필요한지, 이정도 돈을 낼만한 가치가 있는지 정확히 판단합니다. 지지자가 등을 돌린게 아니라 제가 지지자를 구매할 고객이라 착각한 것이죠.

지지자들만의 잔치에서 박수받고 겉멋 잔뜩 들었던 시절, 르코
박수는 쏟아지는데 매출이 쌓이지 않았던 이유는, 명분만 팔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7년간 사업을 해오면서(그중 10년 이상은 순진했던 것 같고요)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잘 팔리는 제품, 성공한 창업가, 흥한 비즈니스는 모두 욕망을 간파하고 명분으로 잘 포장해서 고객의 위신을 세워줍니다. “르코는 순진하네요.” 라는 말을 풀어쓰면 이렇습니다.
“명분만 좇고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욕망은 짚어내지 못하네요.”
인류 역사상 가장 폭발적으로 팔려 나갔던 제품은 종교가 팔았던 '면죄부'입니다. 인간은 욕망을 따르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그 욕망을 숨기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욕망을 정당화해줄 세련된 포장지, 즉 '명분'을 간절히 원합니다. 사람 상대하는 비즈니스도 원리는 똑같습니다. 제로 콜라의 제로가 면죄부고 콜라(설탕물)가 욕망입니다.

똥이 마려워 미칠 것 같지만 “잠시 바람좀 쐬고 올게요”라고 합니다. 돈 왕창 벌고 싶어서 창업하지만 “사람들이 나다움을 찾길 바라 창업했어요”고 말합니다. 오늘 따라 유독 잘나온 셀카를 올리면서, “오늘 좀 피곤함 ㅠㅠ”이라고 씁니다. 우리는 욕망과 다른 말을 하도록 훈련받았습니다. 창업가는 이걸 간파할수 있어야 순진하게 망하지 않습니다.
창업한다면, 성공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품이 아니라 재고 만들지 않으려면 고객의 욕망을 정확히 읽어내야 합니다. 근데 이걸 하려면 먼저 해야할 게 있습니다. 바로 창업자 자신을 겹겹이 둘러 싸고 있는 명분 포장지를 걷어내야 합니다.
자금이 부족해서, 역량이 부족해서 망한건 괜찮은데 세상물정 모르고 순진해서 망해보니 아주 뼈아프더군요. 인간의 욕망은 선하지도 추악하지도 않습니다. 이는 그저 본성일 뿐입니다. 손가락질 하며 “쯧쯧쯧” 가치판단 하지 않아야 순진하게 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어떤 현상이든 가치판단 하지 않아야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진실이 매출을 일으키는 열쇠입니다.
그걸 걷어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이야기해 볼게요.
창업가라면 2개 국어를 할줄 알아야 합니다.
하나는 생물학적 언어, 욕망이고 하나는 사회적 언어, 명분입니다.
명분은 내 위신과 체면을 세워주는 사회적 포장지입니다. 인간은 긴 진화의 과정 속에서 원초적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천박하거나 위험한 행동으로 여기도록 학습되었습니다. 만약 모든 사람이 돈, 권력, 성욕, 지배욕 등 날것 그대로의 욕망만 내뱉는다면 사회는 매 순간이 충돌과 전쟁터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명분은 서로 다른 욕망을 가진 개인들이 부딪히지 않고 협력하게 만드는 ‘사회 운영 체제’입니다.
반면 욕망은 돈, 권력, 성적 매력, 우월감 등 인간 본능입니다. 사람들은 문화적으로 학습된 사회적 언어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감추려 하지만, 실제 행동을 하게 만들고 지갑을 열게 만드는 동력은 언제나 이 생물학적 레이어에서 발생합니다.

잘 만들어진 명분은 오랫동안 쓰임을 받습니다. 아직도.
가령, “잘 다니던 대기업 때려치고 창업한 30대 CEO”라는 클리셰는 틀렸습니다. 잘 다니지 못해서, 거기 있으면 말라 죽을 것 같으니까 나온 것입니다. “인류의 연결을 돕는다”는 메타의 거창한 명분 뒤에는 광고 시장 독점과 수익 극대화라는 욕망이 숨어 있고 아프리카에도 무료 인터넷을 제공하는 스타링크 뒤에는 가상세계의 교황이 되려는 일론 머스크의 욕망이 숨어있습니다. 생물학적 레이어에서 보면 진실이 보이죠.
고객이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면서도 스스로를 품격 있는 사람이라 믿게 만드는 포장지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창업가가 갖춰야 할 기본기입니다.
왜 우리는 이토록 짜치는 욕망을 우아하게 설계하지 못할까요
여기 다섯 가지 섹터가 있습니다. 나열된 기준이 무엇일까요?
부동산 → 주식 → 사업 → 정치 → 예술 → 공부
명분과 욕망입니다. 왼쪽으로 갈수록 명분이고 뭐고 이제 욕망만 남은 섹터입니다. 맘편히 지낼 작은 내 집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 모두 “내 집” 앞에 괄호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집 값이 오르는)내 집을 갖고 싶어합니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짜치는 욕망을 제거하고 우아한 명분만 남은 섹터입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돈벌이'를 천대하고 '공부'를 우대하는 문화에서 자랐습니다. 책상에 앉아서 고상한 담론을 체화한 사람일수록 돈을 입에 올리는 것을 경계하고, 심지어는 경멸하기까지 합니다. 21세기에도 사농공상이 작동하죠. 하지만 비즈니스는 이 스펙트럼의 가장 왼쪽, 즉 인간의 날것 그대로인 욕망을 간파하는 창업가가 살아남는 게임입니다.
남보다 우월해지고 싶고, 노력 없이 일확천금을 얻고 싶고, 매력적인 이성에게 선택받고 싶고, 최대한 게으르게 살면서도 대접받고 싶어 하는 이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욕망의 민낯을 마주하는 것을 몹시 힘들어합니다. 남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행위 자체를 가증스럽게 여기고, 결정적으로 나 또한 그런 욕망 덩어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자아는 계속 '멋진 모습'으로만 일하고 싶어 합니다. 시장의 욕망을 못본 체하고 제품을 만들면 창업자의 체면만 차린 '예쁜 쓰레기'가 탄생합니다.
체면 내려놓고 이제 우리도 팔아봅시다.
이제부터 진짜 존잼, 욕망 파는 법 4가지 실제 사례
1. 가계부부클리닉
가계부 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현지님(가명)께서 고객 설문을 돌렸는데 여기 엄청난 욕망이 있습니다.
돈의 흐름을 파악하고 가계부 관리 습관을 갖고 싶습니다.
남편 잔소리로부터 해방하여 명확하고 똑똑한 소비습관을 배워 현명한 아내라는 타이틀을 얻고 싶습니다.
1번은 그냥 가계부의 특징을 말한 것입니다. 가계부를 쓰면 누구나 돈의 흐름을 파악할수 있고 습관을 들이고 싶어하죠. 이게 고객의 명분입니다. 이런 고객 니즈를 가지고 제품을 만들면 가계부 시장의 원오브뎀이 됩니다.
2번이 욕망입니다. 평소 남편으로부터 은근히 무시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라 제대로 한방 먹이고 싶은 것입니다. 그럼 이렇게 팔수 있습니다.

고객 욕망을 포착하면 제품 만들게 아니라 바로 릴스 만들어서 올리고 프리오더를 받습니다.
제품 명: 남편 잔소리 입틀막하는 “똑부 가계부”
특징: 이번달 가계부를 쓰고 → AI 버튼을 누르면 → 남편 입틀막용 월간 현금흐름 레포트 생성 → 남편 이메일로 자동 발행 → 잔소리 사라지고 더이상 무시하지 않음
고객을 만나세요.
그들의 욕망(Pain Point)에서부터 뇌를 때리는 카피가 나오고, 핵심 기능이 설계되고, 서비스 플로우가 나오고 제품의 포지셔닝의 한끗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이런 가계부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이 제품의 포지셔닝은 가계부가 아니라 가정의 평화를 가져오는 “부부클리닉”입니다. 부부간에 대화가 되고 신뢰가 생기면 돈 관리 습관은 따라옵니다.
2. 밥하기 귀찮은 사람들의 카페
“경치 좋은 곳에 있는 카페인데 너무 외진 곳에 있어서 잘 홍보 마케팅이 안 되고 있습니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카페 사장님의 고민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뷰 맛집에 ,주차공간이 넓고, 실내 층고가 높은, 도심 근교에 위치한 카페를 가는 타겟은 주말 나들이 가는 3-4인 가족입니다. 연인도 가지만 가족을 타겟하는 게 객단가가 훨씬 높습니다.
그들은 아침에 거길 갈 때 어떤 생각을 할까요? “애들과 가서 아점 먹으면서 반나절 때우고 와야겠다.”
그럼 뭐가 필요할까요? 밥되는 베이커리가 핵심입니다. 양송이스프 하나 곁들여 팔면 객단가 더 올라가겠지요.
1번이 고객, 2번이 욕망, 3번이 솔루션입니다. 세가지를 이으면 “고객이 욕망하는 해결책”이 되죠. 사장님의 솔루션을 정의하면 “3-4인 가족이 반나절 나들이할수 있는 베이커리 카페”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나요? 지금 유행하고 있는 “도심 근교 대형카페”입니다. 그러니까 도심 근교 대형카페를 하면 돈 버는 게(유행하는 아이템) 아니라 주말에 애들과 가서 아점 먹으면서 반나절 때울수 있게 해줘야(고객의 욕망 해결) 돈을 법니다. 자, 이제 이걸 알려볼게요.
명분으로 알리면 이렇습니다. 대부분 이렇게 하죠
“뷰 맛집 브런치 카페”
핫플 데이트 약속있는 연인, 주말에도 일하는 직장인, 맛집 인플루언서 등 사장님의 고객과 관련없는 10대부터 60대 남녀노소 피드에 아무때나 뜨게 됩니다. 뷰, 맛집, 브런치, 카페 4가지 모두 전국민 키워드이기 때문입니다.

검색하면 인플루언서 호소인들의 수요없는 대량공급으로 온세상 뷰맛집 다 뜹니다.
이번에는 고객의 욕망으로 알려볼게요.
“주말에 밥하기 귀찮은 사람 이거 봐바”
→ 토요일 9시에 침대에서 밍기적대는 엄마들 피드에 뜨게 됩니다.
“키즈카페 그만 가고 싶다…”
→ 토요일 9시에 침대에서 밍기적대는 아빠들 피드에 뜨게 됩니다.
그 결과, 토요일 9시에 부부는 “우리 여기 가볼까?”라고 서로에게 말하게 됩니다. 도심 근교 대형카페를 가려는 사람들의 욕망(Pain Point)은 “주말인데 애들하고 뭐해야하지?” “밥하기 귀찮은데 나가서 먹을까”입니다. 이걸 먼저 알아낸 뒤에 카페도 짓고 콘텐츠도 만들어야 합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고객의 Pain Point를 알면 마케팅도 브랜딩도 필요없습니다.

위 내용을 링크드인에 올렸더니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아빠의 욕망을 짚어주면 경치가 얼마나 좋은지 커피가 얼마나 맛있는지 따지지 않고 일단 자동차에 시동을 걸 것입니다.
3. 차마 약을 팔수 없었던 한의사
한의원에서 한약 매출은 중요합니다. 진료 후에 한약을 권하면 객단가와 수익률이 단숨에 올라가죠. 하지만 많은 한의사가 신성한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한약을 팔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견디지 못합니다. '내가 의사지, 장사꾼인가?'라는 생각에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겁니다. 한약 처방은 의학적 지식이 필요해 상담 실장이 대신해 줄 수도 없으니, 결국 수익은 제자리걸음입니다. (가장 인간 욕망에 충실한 병원, 성형외과/피부과에 괜히 상담 실장님이 계신 게 아니죠.)

이 문제를 해결한 똑똑한 한의원이 있습니다. 그들은 한의사의 체면을 지켜주면서도 욕망(수익)을 실현할 시스템을 만듭니다. 아예 한의사를 만나기 전에, 상담사가 '3개월 패키지 케어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계약까지 마치죠. 돈 이야기는 시스템 뒤로 숨기고, 한의사는 까운입고 진료라는 우아한 '명분'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려면, 모든 병을 고치는 한의원이 되면 안됩니다. 니치해져야 하죠. 비대칭 교정 전문이라고 해볼게요. 그럼 비대칭인 사람만 찾을 것이고 맞춤형 케어 프로그램을 제안받는 프로세스가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신뢰가 갑니다. 이미 다 준비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으니까요. 그럼 나가서 비대칭으로 고생하는 친구에게 소개할 것입니다. 선순환하죠.
강남역 근처에 있는 한 한의원 이야기입니다.
4. 명분 값은 3만원, 욕망 값은 그 10배입니다.
나만의 창업 1기 멤버이신 지애님은 이탈리아에서 올리브 오일과 내추럴 와인을 직접 수입해서 유통하는 일을 합니다. 월에 한 번 올리브 오일 시음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들에게 올리브 오일을 전파하고 있죠. 얼마 전 이 프로그램을 멤버들과 체험하고 지애님에게 피드백을 주는 번개 모임이 있었는데 그때 현장에서 나온 뼈때리는 이야기들을 해볼게요.

나만의 창업 번개 모임: 기획하는 모임을 진행하고 멤버들에게 피드백 받습니다.
서울숲 인근에 그녀의 와인바겸 오피스가 있습니다. 벌써 힙합니다. 그냥 유통업자는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나폴리 맛피아와 함께 요리 공부를 했다고요?? 공부하고 주방에서 일하면서 익힌 “해박한” 지식과 전문성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에 살아서 그곳이 익숙한 지 우리가 부산 다녀온다고 말하듯 두어달에 한번은 뱅기타고 다녀옵니다. 현지 농장에서 일어나는 생생한 에피소드가 차고 넘칩니다.
그리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멋집니다. 이탈리아에서 먹은 모든 것들과 문화와 사람들은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게 했고, 단순히 식재료로써의 올리브유가 아니라 이태리 사람들의 식재료를 둘러싼 문화적 자산과 라이프스타일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합니다.
전문성
공간
기여감(선한 영향력)
2020년 이후로 대한민국에서 이 3가지를 가졌다면 어김없이 떠올리는 게 하나 있습니다.
“나도 모임 한번 열어볼까?”
자영업자 호스트의 명분은 기여감이고 욕망은 매출입니다. 모집 페이지에 매출 높이려고 연다고 하면 사람들이 참여할 리 없잖아요. 그래서 내가 아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가치로 포장합니다. 이건 필요하고 자연스럽습니다. 근데 포장만 그렇게 해야하는데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매몰되어 공간 임대료 + 노동력의 기회비용 + 수십 년간 쌓아온 전문성 등 최소 30만원의 값어치를 10% 수준인 3만원대로 매깁니다.

넷플연가 모임들의 일반적 가격. 기관의 강연료가 시간당 2-30만원으로 시작합니다. 10명 정도 모집한다고 생각하면 2-3만원 대는 합리적인 페이처럼 느껴집니다. 근데 강연과 달리 이런 프로그램은 준비하고, 안내하고, 운영하는 데 회당 최소 8시간은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모객 안되면 그것대로 걱정, 모객이 되면 잘할 수 있을 지 걱정하느라 열흘은 뇌 에너지를 잡아먹습니다. 두 세번 하면 지치는 이유입니다.
나름의 합리성도 있습니다.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비용에 맞춰 가격을 책정해야 모객이 됩니다. 여기서 본업이 따로 있다는 합리화와 하다보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함이 짬뽕되면서 '똔똔만 맞추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접근합니다.
지애님과 같은 호스트는 탁월한 전문성을 가졌지만, 넷플연가와 같은 플랫폼 안에서는 수많은 “주말 나들이” 선택지 중 하나일 뿐입니다. 모임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8시간 동안, 새로운 바이어를 발굴하거나 판매 전략을 새롭게 수립했다면 어땠을까요? 나폴리 맛피아와 요리하며 쌓은 귀한 지식과 노동의 가치가 플랫폼 수수료를 떼고 남은 몇만 원, ROI가 나올리 없습니다.
'선한 영향력'이라는 명분 뒤에 숨은 매출에 대한 욕망을 직시하고 수익구조를 설계하지 않으면 취향 타는 모임은 지속될수 없습니다. 모객이 저조하거나, 몸을 갈아 넣어서 지치거나, 사소한 컴플레인으로 영혼이 털리면, 한방에 와르르 무너져서 그만두게 됩니다. “내가 뭘 얻겠다고 이걸 하고 있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죠.
30만원을 받을수 있게 설계하세요.
“처음부터 3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을 설계해야 해요. 하다보면 뭔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위험해요. 목표 매출부터 정하고 역산하면서 타당성을 확보하고, 챌린지 할 부분을 발라내서 거길 집중적으로 설계해야 해요.”
“어떻게요??”
일단 고객을 다시 정해봅시다. 올리브 오일을 안 먹는 사람은 제외하세요. 올리브 오일을 먹는데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을 타겟해야 해요.
올리브 오일 안 먹는 사람 → 알리고 + 팔기
올리브 오일 먹는데 불편/고통이 있는 사람 → 팔기
사용 안하고 있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건 진짜 “ㅈㄴ” 어렵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표현을 쓰지 않으면 달리 설명이 안돼서요… 이런 고객에게는 알리고 & 팔아야 해요. 파는 것(세일즈)도 어려운 일인데 거기까지 가기도 전에, 알리는 데서 기운 쪽 빼고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폭증합니다. 알리는 건 사업이 아니라 캠페인이에요.
창업은, 사람들이 이미 익숙하게 하고 있는데 문제가 되고 있는 지점을 찾아서 해결해주는 거예요. 다시 말해, “그걸 하고 있는 사람”의 불편함이나 고통을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야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구매합니다.
이런 거예요. 릴스를 무아지경으로 넘기고 있는데 “컬리에서 올리브 오일 눈탱이 안맞는 법”이라는 제목이 보이면, 누가 멈출까요?
컬리에서 할인가라는데 합리적인 가격인지, 샐러드에 뿌려 먹으려는 데 이 정도 급을 사는 게 맞는 건지, 엑스트라버진이 좋다는 건 알겠는데 그럼 퓨어는 안 좋은건 지, 햇올리브라는데 그럼 햇이 아닐때 가격에 비해 얼마나 비싼건 지, 그래서 햇과 햇이 아닌 게 맛에서 무슨 차이가 있는지, 그걸 내가 느낄수나 있는지 등등 온갖 의문이 있지만 그걸 알아보는 수고로움보다 그냥 컬리를 믿는 게 더 싸게 먹히기 때문에 컬리에서 올리브 오일을 사먹는 사람의 알고리즘에는 노출이 될것이고, 그 사람은 이 릴스에서 반드시 멈출 것입니다.
욕망이 클수록/간절할수록 지불가능성이 높아져요.
고객은 자신의 시간을 줄여주거나, 돈을 아껴주면 구매합니다. 따라서, 컬리에서 올리브 오일을 내가 좀 비싸게 사먹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페인포인트를 가진 사람에게 올리브 오일 싸게 사먹는 법과 저렴한 올리브 오일은 구매하고 싶은 솔루션이 됩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테스트를 위해 “컬리에서 올리브 오일 눈탱이 안맞는 법”을 스레드에 올렸습니다. 1시간이 지나자 5명이 멈춰섰습니다. 작은 숫자라고요? 올리브 오일을 먹지 않거나 별로 관심없는 사람의 좋아요는 5천 개가 찍혀도 거의 전환되지 않습니다. 올리브 오일을 먹고 있는데, 불편을 겪고 있는 사람을 찾아냈고 이 5명이 전환 가능한 진짜 고객입니다.
이들의 욕망을 해결하는 30만원의 프로덕트를 설계해 볼게요.
지애님이 하는 유통업의 경우 B2B매출이 더 크기 때문에 B2C로는 인건비 정도의 수익을 목표로 해보겠습니다. 연간 LTV 목표를 30만원이라고 해보겠습니다. B2C로 1년 간 고객 288명(월 24명)을 획득한다면,
연 매출 8,640만 원이 됩니다. 실비와 세금 빼면 직장 월급 정도 될것 같군요. Go.
근데 고객이 과연 모임 한번 참석하는데 30만원 씩이나 낼 용의가 있을까? 나눠서 내게 하면 됩니다. 올리브 클럽을 취향 커뮤니티나 브랜드 찐팬 만들기와 같은 멋져보이는 활동으로 정의하지 마세요. 거긴 아무런 인과적 목표도 액션 설계 기준도 없습니다.
“B2C고객 유입을 위한 엔트리 프로덕트”로 정의해보겠습니다. B2C고객 유입이 목적이니, 가장 앞단에서 고객과 관계맺는 엔트리 프로덕트 역할을 맡깁니다.
모임: 5.5만원 → 현장 구매: 6.5만원 → 온라인 구독: 18만원(월 3만원 * 6개월) = 30만원
프로덕트를 3개로 나눠서 단계별로 설계했습니다. 고객의 페인포인트가 뾰족하면 이 설계는 퍼널이자 “편리하고 합리적인 올리브 오일 구매 여정”이됩니다.
모임에 참여해서 현장 구매를 한 고객은 올리브 오일이 다 떨어져 갈때 쯤, 과연 컬리에서 구매할까요?
일면식이 있고, 맛이 보장돼 있고, 합리적인 가격이고, 이탈리아 올리브 오일 농장 에피소드를 매달 뉴스레터로 보내주고, 분기별로 햇올리브 오일 시식 이벤트를 열어서, 계절마다 힙한 성수 나들이를 할수 있게 해주고, 나랑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찰떡같이 찾아내서 연결해주는 고마운 지애님에게 구매하겠지요.

고객의 페인포인트에서부터 B2B 선물상품, 이탈리아 동행투어의 4가지 상품까지 파생을 시킬수 있습니다.
욕망 팔아서 돈 버는 사업들
이제 시장에서 흔히 볼수 있는 사업들의 욕망을 한번 가볍게 분해해 보겠습니다. 왜 팔리는 지 알수 있을 것입니다.
1. 요가복 파는 법
요가복 사는 사람의 보편적인 욕망은 “평소에도 입을수 있으면 좋겠다”입니다.

“편안함을 주는 디테일로 수련을 돕고, 일상 스타일링으로도 손색 없는 요가 웨어” 꽤 핫한 요가웨어 브랜드 부디무드라의 캐치프레이즈입니다. 팝업으로 시작한 힙한 브랜드에서 이제 백화점에 입점하며 매스 브랜드로 확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 정색하며 “요가 수련을 위한 옷인데 요가할 때 입는 기능성 웨어로 만들어야지!” 라고 한다면 시장이 매우 작을 것입니다. 요가복을 구매하려는 일반적인 대중은 “요가원에 등록했으니 이제 옷이 필요하겠군! 이라며 합리화를 하며 쇼핑몰로 향하지만 막상 샵에서 고를 때는 “평소에도 입을수 있으면 더 좋겠는데…”하면서 옷을 고릅니다. 이 생각의 기저에는 매번 갈아입기 “귀차니즘”이 있고 더 심연으로 들어가면 “개이득”이 있습니다. 10만원에 요가+일상복이니 개이득이죠. 요가복의 명분은 수련이고 욕망은 편한 옷입니다.
2. 전자책 파는 법
전자책은 ‘읽지 않는다’와 같은 말입니다. 전자책 시장이 커진 이유는 책 읽는 사람이 증가해서가 아니라 출간의 허들이 사라지면서 책 내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책=권위)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종이책도 사놓고 읽지 않는데 거의 무료로 풀리는 전자책을 완독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구매하는 이유는, 이 책을 사면 마치 내 지식이 될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구매버튼을 누릅니다.
그렇다면 책에 담긴 지식이 아니라 껍데기가 주는 도파민에 가격을 매겨야 하는 데 이것이 4,900~9,900원입니다. 이 가격을 넘어가면 도파민이 꺼지고 지적 욕구가 있는 사람만 필터링 됩니다. 지적욕구가 충만한데 휴대성이 중요해서 종이책을 읽기 힘든 사람이 주요 고객이니 시장이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밀리의 서재>는 잘되는 것 같던데? 전자책 시장은 커지는 거 아냐?
밀리의 서재에 지불하는 구독료는 ‘16만 권의 책을 언제든지 열어서 볼수 있다는 가능성’에 지불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월 7,900원(연 정기 결제 기준)의 도서관 입장료입니다. 책을 잘 안읽는 데 그래도 좀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이 매스 타겟입니다. 전자책의 명분은 지식고 욕망은 “안읽고 살때의 기분”입니다.

2021년 KT그룹 산하의 지니뮤직에 인수되면서 번들링(Bundling) 전략으로 KT의 특정 요금제(초이스 요금제 등)를 사용하면 밀리의 서재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묶었습니다.
전자책 시장의 고객은 독자가 아니라 저자입니다. 저자의 명분은 지식공유이고 욕망은 “나도 책낸 사람이 되고 싶다”입니다. 독서를 통한 지적 욕구보다 출간을 통한 권위 욕망이 더 큰 시장이죠. 그래서 출간을 돕는 교육, 워크숍, SaaS 시장이 더 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플랫폼을 할 게 아니라면 저자를 타겟하세요. 그것도 아니라면 전자책은 리드마그넷입니다.
3. 독서 모임 파는 법
모임은 명분과 욕망이 물과 기름처럼 잘 분리되어 있어서 누구나 알아채기 쉽습니다. 듀오바리라는 표현이 나온 것도 그걸 쉽게 읽을수 있기 때문이죠. 트레바리 이후 수 많은 독서모임이 생겼다 사라졌습니다. 모임이야말로 이 두 가지를 미세하게 설계하지 않으면/한 곳으로 치우치게 되면 비즈니스로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아래는 트레바리에서 모집 중인 한 클럽의 상세페이지입니다.

더 지적으로 : 글로벌 기업 상무, SKY대학교 교수, 데이터 리터러시
이게 명분이고

더 친하게 : 연령, 성별(그래프에서 성별을 클릭하면 여성이 기본값입니다. 여성 고객은 남성이 별로 없어도 참여할 가능성이 크지만 남성은 여성비율이 낮으면 결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여성을 먼저 보여줘야 구매전환율이 높아집니다.)
이게 욕망입니다.
클럽에 음악듣고 춤추러 가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책 읽고 토론을 즐기러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이는 아주 극소수이며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가장 많은 시장입니다. 만약 지적인 독서 토론만 원하는 사람이 많았다면 클래스 101과 같은 온라인 온리 독서모임 흥행했어야 합니다(트레바리가 굳이 강남역 한복판에 빌딩을 세워서 하는 이유가 있죠). 어딘가에서 수십 년 째 운영되고 있는, 5-60대도 참여하는 고전독서 모임도 흥행했어야 합니다. 독서모임의 명분은 독서토론이고 욕망은 이성만남입니다.
4. 러닝 클럽 파는 법
러닝클럽은 독서모임보다 조금 더 욕망에 충실해야 합니다. SNL에서도 풍자할 정도이니 꽤 적나라한 비즈니스입니다. 일단 연령 제한을 둬서 40대부터는 가입이 안되도록 합니다. 1차 필터링이죠. 그 다음 남녀 비율뿐만 아니라 스타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스타 피드에 스타일리시한 남녀의 러닝 사진들로 채워서 2차 필터링을 합니다. 그 다음 러닝 장소로 3차 필터링을 합니다. 반포 한강공원과 구리시민공원에서 하는 러닝은 참가자가 다르겠지요.
마지막으로 비싸게 주고 산 러닝복을 인증할수 있도록&자기관리를 잘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주변에 알릴수 있도록 사진 촬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성만남은 아무리 잘 설계해도 복불복이지만 인증사진은 100% 게런티가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러닝클럽의 가격범위는 인증 사진 촬영 비용~이성 만남의 가능성 비용입니다.
퇴근후 러닝은 역동적인 움직임과 밤시간이라는 특수한 조건이라 개인 휴대폰으로는 인증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캐논 R6 Mark II + RF 35mm f/1.8 + 고독스 V1 플래시 장비를 갖춘 운영진이 따라 붙어서 뛰는 것이 필수입니다.

[이미지출처: 하입비스트]
보다시피 이러한 장치는 “나의 건강을 위해 러닝”을 한다는 명분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만약 명분에만 심취해서 “진짜 러닝만 하는 사람들의 러닝클럽”을 연다면 모객에 어려움을 겪거나 일정 인원 모객이 된다해도 조기축구회와 비슷한 모습이 구현될 가능성이 큽니다. 알아두세요. 진짜 러닝을 좋아하고 그것만 하고 싶은 사람들은 혼자서 매일 새벽 뜁니다. 모임이 필요 없습니다. 애초에 모임을 열고 싶다고 마음먹는 것 자체가 벌써 러닝이라는 명분과 외로움/자기 과시라는 욕망이 조합된 결과입니다.
러닝클럽의 명분은 건강이고 욕망은 이성만남입니다.
5. 모닝 클럽 파는 법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나 자신, 생산적 모임을 하러 가고 있는 나 자신, 나만의 삶과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는 멋진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는 나 자신… “나 자신 열심히 살고 있어”라는 극강의 효능감을 제공할수 있습니다. 이 세가지는 대한민국 사회가 최단 기간에 선진국이 된 동력인 ‘성실과 열심’을 기반으로 21세기 개인화된 사회의 산물인 ‘나만의 업/커리어’라는 조건을 모두 충족합니다.

아침 8시 커피 한 잔으로 연결을 만드는 서울모닝커피클럽의 모임 모습 [출처: SMCC]
근데 왜 이런 보편적 욕망과 조건을 충족함에도 주변에 모닝클럽이 많이 안 보이냐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이동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10분 더 자고싶다는 욕망은 더 크고 뿌리깊습니다. 이걸 넘기란 거의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갓생사는 느낌을 얻을수 있는 대체재가 많습니다.
예컨대 출근길에 20분만 일찍나가서 스벅에 들러 모닝 세트와 책이 함께 나오도록 찍어서 올리면 굳이 모닝클럽에 가지 않고도 갓생사는 사람으로 보일수 있습니다. 스벅은 출근길에 어디에나 있으니 얼마나 효율적인가요. 그래서 모닝클럽이 대체로 “모닝 커피 클럽”이라고 이름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10분 더”를 이기는 게 하나 있습니다. 모닝클럽은 일종의 MBA입니다. 대단한 걸 배우진 않지만 대단한 배경의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할수 있다면, 그들을 모을수만 있다면 지속성이 생깁니다. 그래서 아직도 CEO조찬클럽이 은은하게 생존 중인 거겠죠. 모닝클럽의 명분은 교류고 욕망은 갓생입니다.
6. 디저트 파는 법
잘 나가는 디저트 가게, 한 손님이 케익을 한입 떠 먹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덜 달고 맛있다!” 안달면 안단 거고 달면 단 건데 굳이 덜 달다는 표현을 합니다. 어쨌든 달고 봐야 한다는 의미인데 이말에 디저트 시장의 명분과 욕망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건강한 디저트는 시장이 작습니다. 명분과 욕망을 모두 제공했을 때 또 손에 달디 단 거 들고 있는 자신에게 ‘이건 건강한 단맛이야’라며 면죄부를 줄수 있습니다. 디저트, 야식, 콜라 등의 아이템은 고객이 스스로에게 줄 면죄부를 끼워 넣어야 잘 팔립니다. 유기농, 맛있으면 0칼로리. 제로콜라가 모두 면죄부입니다.

팥 본연의 단 맛. 설탕을 안썼을 뿐 달긴 달아야 합니다.
건강한 디저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과 시장이 큰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0.1%였던 시장이 0.2%가 되면 100% 상승했다고 떠들수 있지만 여전히 미미한 마켓입니다. “디저트 시장에 불어닥친 웰니스 트렌드”와 같은 류의 미디어 기사를 본적 있지 않나요? 웰니스 키워드가 뜨기 때문에 작은 변화를 침소봉대하며 기사를 쓰는 것입니다. 이때 기사는 “상승”이라는 변화를 다루지 전체 시장의 크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미디어는 멋진 이야기를 퍼뜨려야 돈을 벌수 있기 때문입니다.
디저트가 팔리는 이유는 세 가지중 하나입니다. 달고 맛있어! 너무 예쁘잖아, 이거 유명하대!
달고 맛있으면 바이럴이 터질수 있습니다. 너무 예쁘면 바이럴이 터질수 있습니다. 바이럴이 터져야 유명해집니다. 반대로 말하면, 달고 맛있고 예쁘지만 바이럴이 터지지 않으면 유명해지지 않습니다. 추가로 패키지, 해외 유명세, 빵을 쪼갤 때의 비주얼(이게 시각적 식감으로 바이럴에 가장 중요한 요소)등이 바이럴이 터지는 조건입니다. 바이럴이 터질 조건을 갖추는 게 먼저입니다. 그중 달고 예쁜 건 기본이기 때문에 갖춰야 하는 것이고요. 디저트가 거의 모든 바이럴 조건을 충족하면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가질까요?
두쫀쿠가 됩니다.
단, 바이럴 디저트는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3개월이 채 되지 않습니다. 최근 두쫀쿠의 유행반감기는 10일 남짓이었다고 하더군요. 편의점까지 퍼지면 끝물입니다. 편의점에 출시됐다면 SNS에 두쫀쿠 알고리즘이 한번 휩쓸고 가서 피로감에 쳐다도 보기 싫은 사람들이거나 한번쯤 먹어본 사람들입니다.
바이럴 디저트는 두 번 사 먹지 않습니다. 재구매가 없는 시장이죠. 따라서 바이럴 터진 뒤 3개월 뒤에 두쫀쿠 가게 차리면 안됩니다. 대만 카스테라, 탕후루 모두 뒤 늦게 들어간 자영업자들만 손해보고 나왔죠. 대한민국에서는 1년에 한 개 정도의 하이퍼 바이럴 디저트가 나옵니다. 소비자에게 건강한 먹거리는, 지향하는 것이지 지금 욕망하는 게 아닙니다. 디저트의 명분은 건강이고 욕망은 설탕입니다.
10가지의 케이스를 살펴봤습니다. 원리는 모두 같습니다. 고객의 욕망(Pain Point)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내 욕망(돈 벌고 싶다, 알리고 싶다, 유명해지고 싶다)에서 시작하면 순진한 명분놀이가 됩니다.
고객을 만나세요.
그들의 욕망(Pain Point)에서부터 뇌를 때리는 카피가 나오고, 핵심 기능이 설계되고, 서비스 플로우가 나오고 제품의 포지셔닝의 한끗 차이를 만들어 내서, 종국에는 팔립니다.
스몰브랜드, 1인창업가, 자영업자, 부업러 등 수 많은 창업가의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는데 잘 팔리지 않는 이유는 마케팅이나 브랜딩을 못해서가 아닙니다. 고객의 욕망을 해결하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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