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요즘 사업 부자들이 돈 버는 방정식 · 1편

사업의 3요소, 고객과 나와 시장의 교집합 N

고객, 나, 그리고 시장. 사업의 3요소입니다. 요즘 사업부자들이 돈버는 방정식은 3요소의 교집합인 N을 찾는 것입니다.

르코&렉스14분 분량

사업의 3요소, 고객과 나와 시장의 교집합 N

돈 버는 원리를 깨달았군요.

대학 자퇴하고 창업했어요.

전시에 IT기술을 얹어서 만든 솔루션을 파는 벤처 회사였죠. 스타트업이라는 용어가 들어오기전 대한민국은 새파랗게 어린 대표에게 냉담했습니다. 갖은 굴욕과 무시를 당했지만 전국 팔도, 뉴욕, 로마, 이스탄불의 뮤지엄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전에도 없고 지금도 없지 않을까 싶은데, 대학 중퇴자가 한예종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별안간 “볕이 든 인생”을 만끽했습니다.

돈 버는 법은 모른 채.

서너번 더 창업했으니 그 사이에 또 뭐가 많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라 스킵하고, 몇년 뒤 제주에서 호스텔 개발 사업을 시작합니다. 뭐 이렇게까지 잘되나 싶었던 찰나, 코로나를 만나 매출 90%가 하루 아침에 증발하죠. 돈 버는 법은 여전히 모른 채 12년 창업 생활을 빚으로 일단락 했습니다.

서른 후반이 되어서야 첫 직장 생활 시작.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 덕분에 카드 빚과 빚진 마음(사업하면 주변인에게 마음의 빚이 말도 못하게 쌓입니다.)을 청산하고 미련없이 퇴사합니다.

1년 정도 쉬다가 돈을 좀 벌어보자 싶어서 일단 12년 간의 일을 글로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잘하는 지 낱낱이 알아야 했어요. 가진 게 그게 전부니까 그걸 알아내서 써먹으려고요. 글로 써서 묵히면 뭐하나 싶어서 뉴스레터로 발행합니다. 10편 보냈는데 구독자는 단 2명. 구독자 1000명 만들어보자 하고 SNS를 앞에 붙이고 퍼널을 만듭니다. 본의 아니게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업이 전개됩니다. “돈 버는 법”의 한가운데 들어온 줄 꿈에도 모른 채요.

컨설팅한다고 한적도 없는데 돈 낼테니 컨설팅 해줄수 없겠냐는 DM이 옵니다. 일주일에 한번 꼴로 제안이 옵니다. 그 결과, 4개월만에 이전 직장 연봉을 만듭니다. 이전에 창업했을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일이 벌어지자, ‘이거 뭔가 있구나’ 싶어서 그때부터 매일 13km 정도 걸었습니다. 이런 일을 두고 깊게 사고하지 않으면 “SNS로 퍼스널 브랜딩 해야하는구나, 뉴스레터가 요즘 뜨는구나”정도로 납작하게 받아들이고 맙니다. 거시적 현상에서부터 내 눈앞에 벌어진 현상까지 인과로 꿰어내기 위해 철학/뇌과학/정치시사/경제/사회인문학 분야의 팟캐스트를 들으며 걷고 또 걸었습니다.

이렇게 1년 정도를 보내자, 나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 졌는지 이해하게 됐어요. 근데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날리 만무하니 일반 작동 원리를 찾기 위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기 시작했습니다. 비로소 내 업의 목표가 생겼습니다.

바로, 돈 버는 방정식입니다.

이때부터 돈 될 것 같고 마음 끌리는 사업 “아이템”을 정하는 대신 사람 1명(나)의 원액을 찾고 그걸 레버리지해서 가장 수익성을 높이는 “돈 버는 원리”에 천착합니다. 이게 소위 말하는 1인 창업의 본질입니다. 돈 버는 회사, 돈 벌줄 아는 사업가는 그 원리를 깔아 놓고 그 위에 아이템을 씌웠던 것이더군요.

겉바속똑, 겉은 바뀌어도 속은 똑같습니다.

예전에 아는 F&B분야 회사 대표님이 하신 말이 떠오릅니다. “타이어도 필요하면 팔수 있어요.”, “엥, 갑자기 타이어를 왜 팔아요?”라며 전혀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놀랐던 기억이 나요. 사업의 겉만 보던 저와 속을 아는 사람의 차이였던 거죠.

작년, 전 직장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맥킨지 다니다 창업하셨고 “인당매출액 10억”을 만들어보겠다던 그는 어느새 고작 팀원 25명으로 목표에 도달한 상태였죠. 맥킨지가 그렇죠. 인력 하나를 정점까지 레버리지해서 돈 버는 모델을 만들어 낸 분이라 배울 게 많아서 퇴사 후에도 밥 사달라고 자주 찾아갔습니다. 참고로 “르코는 사업을 오래 했는데도 순진하네요.”라며 제 자존심을 나락 보냈던 사람입니다.

“르코, 어떻게 지내요?” 밥벌이 잘하고 있냐는 거죠. 청어가 올라간 소바를 먹으면서, “지금 이런 일을 하고 있고요, 수익은 이런 방식으로 나오고요,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가려고 해요.” 라고 설명하자 그가 툭 한마디 던집니다.

“돈 버는 원리를 깨달았군요.”

지금부터 읽게 될 글은 창업가의 인생에서 흔히 등장하는 젊음의 결기, 숭고한 이데아, 피땀눈물의 성장과 그로인한 과시적 성공과 같은, 당신이 돈 버는 데 전혀 도움 안되는 겉치장을 싹 걷어낸 “돈 버는 원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잘하는 건 보잘 것 없었고 하고싶은 건 많았던 20대 창업가가 17년이 지나서야 ‘아…이거였구나’ 깨달게 된,

“돈 버는 방정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눈길이 돈이 되는 시대입니다.

일단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 그 위에 있으니까요.

우리는 지금 자산의 정의가 바뀌는 시대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재테크가 부동산을 매입하고 주식을 사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자산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축적됩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머무는 텍스트 한 줄, 이미지 한 장, 영상 하나가 그대로 자산이 되는 시대. 바로 '관심경제(Attention Economy)'입니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소비재가 아니라, 돈을 만드는 기축통화입니다.

영어에 ‘Pay Attention’ 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관심을 ‘지불한다’는 뜻이죠. 이 표현 그대로, 실제 온라인 세상에서는 관심이 곧 돈이 됩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사람들의 한정된 시간과 시선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가장 강력한 부의 원천이 되기 때문입니다.

창작자 중심의 시장 성장은 이 구조적 흐름을 정확히 반영합니다.

팬데믹 이후 사람들의 관심을 다루는 직업은 가장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미국에서 ‘전업 디지털 크리에이터’는 2020년 20만 명에서 2024년 150만 명으로 7.5배 급증했습니다.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유지하는 능력이 인터넷 경제 전체 규모를 4조 9천억 달러(미국 GDP의 약 18%)까지 끌어올린 것입니다. 이 시장의 수익 성장 속도는 전통 미디어보다 5배나 빠릅니다.

이제 사람들의 시선, 좋아요, 댓글, 저장 하나하나는 단순한 행동이 아닙니다. 은행의 거래 기록처럼 누적되는 '신뢰'의 증거입니다. 과거에는 금융권의 신용점수가 자산 증식의 출발점이었다면, 이제는 온라인상에 쌓인 믿음이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관심이 신뢰로 전환되고, 이 신뢰가 누적되어 브랜드를 만듭니다. 관심경제는 이전의 자본 모델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부의 인과관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너, 요즘 SNS 열심히 하더라.”

지인들을 만나면 이런 인삿말을 제게 건네곤 합니다. 제가 스레드를 시작한 게 2년 전인데요. 아마 2년 전엔 저도 저런 말투로 SNS하는 사람들을 대했던 것 같습니다.

전세계 50억 명 이상이 SNS를 사용합니다. 오늘날 SNS와 온라인 미디어를 경유하지 않고 돈버는 사업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최근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천궁2도 격추 장면이나 전쟁 실황이 SNS를 통해 공유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팔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치인의 결정은 여론을 반영하죠.

SNS가 사람들의 일상을 지배했고, 인간 행동을 바꿨으며, 그로 인해 사회와 경제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이 바뀌는 것은 자명합니다. 따라서 요즘 사업으로 부자가 된다는 건, 이 관심경제라는 거시적 흐름위에서 탄생할수 밖에 없습니다.

SNS를 열심히 해서 팔로우 늘리는 건 가장 ROI 안나오는 경제 활동입니다. 관심경제가 작동하는 원리, 그 위해서 돈버는 방정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업의 절대 요소 세가지가 있죠.

고객, 나, 그리고 시장. 사업의 3 요소입니다.

요즘 사업부자들이 돈버는 방정식은 3요소의 교집합인 N을 찾는 것입니다. 이중 하나만 빠져도 사업은 굴러가지 않거나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위태로운 상태에 놓여 있을 것입니다.

하나씩 설명해 볼게요.

고객 문제

고객의 Pain Point(고통), Needs(필요), Problem(문제)이라는 표현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대개 비슷한 맥락에서 사용하지만 미세하게 구분을 좀 해드리자면, Pain Point는 고객이 겪고 있는 고통의 상태 그 자체를 표현한 거고, Needs는 고객이 해결하고 싶은 필요의 단계에 들어선 상태고, Problem은 한 문장으로 정리한 카피입니다.

Needs는 고객이 직접 말하는 것이니 정확성은 높지만 고객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 모른다는 명제에 동의하신다면 한계가 분명합니다. 가령 김치찌개 전문점인데 “제육볶음은 없나요?” 라는 손님의 니즈를 반영하기 시작하면 김밥천국이 됩니다. 밥 비벼 먹고 싶은 게 진짜 욕망일수 있습니다. 큰 대접과 김을 제공하면 전문점 이미지는 강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할수 있죠.

백채김치찌개가 대접과 김을 줍니다. 여기 매출이 506억원(2024년 기준)

Problem은 내가 잘 정의하면 괜찮지만 미디어가 쓴 걸 보고 가져다 쓰거나 문제구나 느끼는 경우가 많죠. 기저에 있는 고객의 진짜 고통이 제거된 상투적 표현, 예컨대 “요즘 직장인 70%가 번아웃”과 같은 헤드라인 종종 보셨을 거예요. 이건 고객의 고통 아니라 사회 현상입니다.

기관의 데모데이나 사업계획 심사를 종종 하는데 고객 문제 적는 칸에 이런 게 적혀 있으면 일단 거릅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먼저 정하고 고객 문제를 끼워 넣은, 답정너 사업계획서 거든요. 사업은 고객의 Pain Point 해결, 그게 전부입니다. 고객의 Pain Point를 찾되, 기저에 있는 날것의 욕망까지 간파해내야 합니다.

시장 흐름

시장을 이기는 경우는 딱 두 가지 있습니다. 돈이 아주 많거나, 시간이 아주 많거나.

전자가 다이아몬드 수저고 후자가 덕후입니다. 무자본으로 창업하고 싶은 우리는 시장을 이길수 없으며, 평생 그림 한점 팔지 못하고 죽은 고흐처럼 해바라기 덕후가 될 인내심이 없다면, 시장의 흐름 위에 올라타야 합니다.

김난도식 트렌드에 빠삭한 건 사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거시부터 미시까지 꿰어낸 경제 상황, 내가 속한 산업이 역사적으로 겪어온 변화, 타겟 고객이 갖고 있는 세밀한 시대 정서(이거 모르면 콘텐츠 하나에 나락갑니다.)까지.. 나를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한 이해입니다. 범위가 크죠. 그래서 이건 평소에 콘텐츠로 섭취해야 합니다. 르코&렉스가 이런 뉴스레터를 매주 발행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나의 원액

마지막으로 나의 원액(Core Essense)을 알아야 합니다. 흔히 “나는 좋아하는 게 뭘까? 잘하는 게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곤 하는데 이런 이분법 질문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내가 아는 것, 해본 것, 만들어 본 것, 풀어본 것으로 쪼개서 리스트업을 해보면 최소 20가지, 많으면 100가지도 나옵니다. 이거 하나하나가 내 사업의 소스들입니다. 이 조각들을 조합해서 내가 가장 경쟁력있다고 할수 있는 원액을 추출합니다.

참고로 제 원액은, “짧은 시간에 질문을 던져 핵심 병목을 찾아내고 선형적, 비선형적 사고를 동시에 돌려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더 농축해 볼까요? “꼬리질문”이 저의 찐농축액입니다. 이 원액을 뉴스레터, 강의, 노션템플릿, 1:1멘토링 제형에 이리저리 옮겨 담으면서 프로덕트 마켓 핏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원액이 있으면 고객의 니즈에 맞게 제형만 바꾸면 됩니다. 제형이 얼마나 중요하냐면요.

홍삼을 떠올려 보세요. 홍삼농축액이 있고 그걸 캔디, 환, 정과, 파우치에 담아서 팔죠. 수십 년간 그렇게 팔다가 2012년부터 스틱에 담았더니 2030에게 대박이 터지면서 1조 6천억을 팔아치웠죠. 같은 원액을 제형만 바꿨을 뿐인데 1년에 한번 선물하는 효도시장에서 매일 먹는 비타민 시장으로 넘어온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3요소입니다. 이정도로 하고 이제 17년 사업의 암묵지를 꺼내볼게요.

3요소의 교집합을 찾지 못한 사업들

위 도식화에서 A, B, C 이야기입니다. 세가지 교집합(N)이 아니라도 변수 하나가 워낙 탁월해서(예: 건물주, 유명인) 사업이 굴러가는 경우도 당연히 있습니다. 지금 소개할 이야기는 ABC중에서도 한계가 분명한 사례를 뽑아서 이야기 해볼게요. 이게 어디 책에서도 볼수없는 꿀잼 정보죠. 뼈맞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내려놓으니 비로소 채워졌어요”라며 명상으로 새 삶을 얻은 사람, “식단을 바꿨더니 삶이 바뀌었어요”라며 채식으로 건강을 되찾은 사람, “발리에서 살아요”라며 요가로 삶의 터전을 바꾼 사람들이 급증합니다. 지독한 자기통제가 육체와 정신을 바꾸자, 삶 전체가 이전과 완전히 달라지게 된 것입니다.

어릴 적에 고로쇠 수액 마시고 건강이 좋아진 이웃 어르신이 그렇게 고로쇠 수액을 전도하고 다녀서 집 냉장고에 잔뜩 쌓여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행위를 반복해서 인생 반전을 이룬 사람들은 대체로 “극강의 자기효능감”에 빠져서 주변에 전도하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주변 지인에게만 합니다. 이때 대체로 사람들의 반응은 좋습니다. 날씬해지고, 건강해지고, 삶이 바뀔 수 있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게 칭찬과 부럽다는 피드백이 많아지면 “돈도 벌어야 하니 사업으로 한번 해봐?” 하며 사업 뽐뿌가 찾아옵니다.

화장품 이것저것 다 써본 사람이 뷰티브랜드 만들고, 요가하러 발리 다녀온 사람이 요가원 차리고, 맥주 좋아하는 사람이 양조장 만들고, 채식주의자가 비건 식당을 엽니다. 그래서 요즘은 헤비 유저가 창업하더라고요.

하지만 바로 여기서 ‘헤비 유저 창업가의 저주’가 시작됩니다.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꾼 경험이 있다 보니, 비즈니스를 ‘고객의 문제 해결’이 아닌 ‘세상을 향한 계몽과 전도(캠페인)’로 접근합니다. “이 좋은 걸 왜 안 해?”라며 인간의 본능과 욕망을 통제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고난도의 가치를 팔기 시작하는 것이죠.

명상, 채식, 요가와 같은 활동은 고도의 자기통제가 필요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야식을 끊고 사람 만나는 걸 줄여야 원하는 상태에 이를 수 있습니다.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하고 인간의 욕망과 대척점에 있는 것들은 대중적인 사업이 되기 어렵습니다.

이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레벨 8 이상은 돼야 공감할 수 있는 뾰족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정작 레벨 8 이상은 시장에 거의 없거나, 어딘가에서 같은 방식의 사업을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시장에 가장 많은 대중은 레벨 1~3입니다. 올챙이적 시절의 감각으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야, 돈이 되는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평생 육식하는 사람인데 산채비빔밥(레벨 1)도 먹는 사람이 많을까요? 채식주의자(레벨 10)가 많을까요? 고객 입장으로 생각을 전환해 보셔요. “고기디톡스 레시피” 릴스를 스무 개 정도 올리면 터질 거예요. 그때, 간편식을 만들어 프로필에 링크만 걸어요. 임대료 내고 비건 식당 차리는 것보다 더 쉽게 채식을 알리는 방법입니다. 매출도 더 나올 것입니다.

에이전시와 위탁/소싱/사입 판매가 B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업입니다.

사실 위탁판매도 마케팅력으로 승부를 보기 때문에 마케팅 에이전시와 업의 본질은 같습니다. 마케터, 디자이너, 개발자 출신이 대행업을 가장 먼저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독립하면 대략 이렇게 흘러가죠.

퇴사하자마자 아는 사람들 통해서 일거리가 들어옵니다. 프로젝트 한 건당 페이가 월급을 훨씬 상회합니다. 감사한 마음에 헌신하기로 다짐하고 맥북을 사러 갑니다. 세달 쯤 지나서 들어오는 신규 프로젝트 단가가 이전만 못합니다. “괜찮아.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다시 열과 성을 다해 프로젝트에 몰입합니다. 단가도 낮은데 일거리가 줄어듭니다. 불안하니 SNS를 시작하고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네트워킹을 하면서 소위 “영업”이란 걸 합니다. 근데 일은 안들어오고 돈 안되는 협업이 늘어납니다. “역시 남의 일해주는 건 적성에 안맞아.”라며 내 브랜드 준비를 시작하고 그 과정을 SNS에 올립니다. 클래스 101 담당자로부터 디엠이 와서 강의를 합니다.

대행업은 당장의 현금 흐름을 만들수 있지만 진입장벽이 없습니다. 인건비 베이스라 확장성이 없고 브랜드 인지도가 쌓이지 않습니다. 에이전시의 최대치가 “플러스엑스” 같은 유명 디자인 에이전시고, 위탁판매가 끝까지 가면 “블랭크 코퍼레이션”입니다. 미디어 커머스(위탁 및 소싱 판매)가 끝까지 갔을 때의 모습을 보여주는 롤모델 회사죠. 트래픽과 마케팅 대행력으로 수천억 매출을 찍었지만, 결국 '남의 제품'을 파는 한계와 트래픽 비용 상승으로 꺾였던 역사가 있기도 합니다.

B에서 3년 이상 사업한 분들 열에 아홉에게 찾아오는 병이 있습니다. 둘다 남의 일, 남이 만든 제품을 파는 거다 보니 “내 브랜드하고 싶다” 병이 찾아옵니다.

에이전시나 위탁판매를 통해 탁월한 마케팅력으로 큰돈을 만진 뒤, 세속적인 이미지를 벗고 교양미를 장착하려는 대표들의 특징이 있습니다. 단순히 '돈을 잘 벌어다 준다'는 대행업의 속성을 지우고, 인류, 본질, 고유함, 웰니스와 같은 고차원적인 가치를 앞세워 자신을 '장사꾼'이 아닌 '철학을 가진 브랜드 디렉터'로 포지셔닝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외적인 변화도 따릅니다. 일단 수염 제모 시술을 하고 얼굴에 광채가 나도록 피부과를 다닙니다. 젠몬병(젠틀몬스터 시찰 다녀와서 우리도 이런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 만들어보자 병)이 찾아와서 감도높은 공간을 하나 만듭니다. 그리고 네임드들과 교류하는 파티를 엽니다.

A가 시장 문법에서 좀 동 떨어진 아방가르드라면, B는 효율성과 규격화 등 '숫자의 논리'를 따르는 모더니즘적 비즈니스입니다. 그리고 C는 B의 획일성에 반발하여 나타나는 포스트모더니즘에 가깝습니다. 거대 자본의 한복판에 있던 직장인이나, 대행업으로 돈을 만져보며 현타를 느낀 장사꾼들에게서 이 자아실현적 비즈니스의 욕구가 강하게 고개를 듭니다. 남들과 다른 거 하고 싶고, 우아하게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싶다는 창업자의 사적 욕망이 '위대한 비전'이라는 명분으로 둔갑하는 지점이죠.

예스24의 포스트모더니즘이 독립서점이고, 회식 문화의 포스트모더니즘이 커뮤니티며, 빨리빨리의 포스트모더니즘이 웰니스(쉼)고, 라거맥주의 포스트모더니즘이 수제맥주고, 프랜차이즈 커피 소비의 포스트모더니즘이 Tea(차)이고 테크 스타트업의 포스트모더니즘이 로컬 크리에이터 입니다. 역사적으로 반복되어온 현상이라는 의미, 기존의 규격화되고 효율화된 질서의 반대급부로 나타나는 모든 비즈니스는 창업자의 자아실현 욕구가 투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창업자는 기본적으로 주류 시스템에서 튕겨져 나온 이탈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기존 질서와 규격화에 환멸을 느낀 창업자의 반골 기질이 정치나 사회 운동이 아닌 '브랜드'라는 탈을 쓴 자아실현으로 발산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누가 봐도 멋있고 힙해 보이는 가치는 SNS 바이럴에 탁월하며, 미디어는 이런 고상한 창업자를 찾아내 조명하는 것을 즐깁니다. 덕분에 콘텐츠로는 반응이 좋지만 제품은 안 팔리고, '좋아요'는 찍히는데 '매출'은 안 찍힙니다.

창업가는 혁신적이지만 고객은 보수적입니다. 예컨대 카카오톡의 기능이 압도적이라서 쓰는 게 아니라 모두가 쓰고 있기 때문에 계속 쓰는 것입니다. 시장은 여전히 익숙함과 편리함이라는 보수성이 지배하고 있고, 고객은 웬만해선 자신의 습관을 바꾸지 않습니다.

주변의 박수와 응원은 아낌없이 받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밑 빠진 독에 내 몸을 갈아넣거나 돈을 붓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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