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2026년 4월 16일
창업하시나요? 매거진B와 롱블랙을 끊고, 미슐랭을 보세요.
창업가가 가치를 추구하는 것에만 몰입하다 보면, 정작 돈이 나오는 구멍이 어디인지 파악하는 감각이 무뎌집니다.
이 글은 2026년 4월 16일에 르코&렉스 레터로 보낸 글입니다. 글 속 신청 안내와 일정은 보낸 날 기준입니다.

vol.138
“우리는 서점이 아닙니다”: 공간의 가치를 확장하는 ‘츠타야 서점’의 WHY
“서교문고, 책 읽는 사람 없어서 매년 적자”
두 가지 헤드라인이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콘텐츠를 클릭할 건가요?
100명중 100명은 첫번째 콘텐츠를 클릭합니다. 두번째 콘텐츠는 쓰여지지 않을테니까요.
오늘 이야기는 두가지 콘텐츠 사이의 맹점을 파고듭니다. 바로, 브랜드 콘텐츠 소비자가 브랜드 창업가가 되었을 때 빠지는 함정입니다.
Part 1. 롱블랙 즐겨보는데, 창업하시나요?
2011년 쯤으로 기억합니다. 대한민국에 킨포크 열풍이 붑니다. 매끈한 도시의 질감에 절여진 서울 새럼들이 울퉁불퉁한 포틀랜드의 라이프스타일과 로컬 브랜드에 푸-욱 빠집니다. 그리고 그 해, 매거진B가 창간합니다. 바야흐로 대중이 제품이 아니라 콘텐츠로 “브랜드”를 소비하기 시작합니다.

창간호로 선택한 브랜드 프라이탁 브랜드는 '지속가능성'의 상징입니다. 저도 하나 있어요. 지속가능성의 가치는 제 구매결정에 전혀 동기가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한남동이라는 핫플에 매장이 있어서 거기 놀러가고 싶었고, 모든 가방의 컬러 배합이 세상에 딱 하나뿐이니 희소하고, 말도 안되게 비싸지 않고, 이뻐서 샀습니다.
광고조차 없는 세련된 브랜드 잡지에 사람들은 열광합니다. 브랜드를 심층 분석하는 웰메이드 콘텐츠는 입소문이 났고, 조수용이라는 사람이 주는 이미지와 그가 만들어낸 잡지의 미감이 합쳐져 매거진B는 인테리어 오브제가 됩니다. 당시 좀 힙한 공간에 가면 항상 매거진B가 있었죠. 감도높은 콘텐츠 맛을 본 대중은 모노클까지 파면서, 브랜드 하는 사람이나 마케터들의 필독서처럼 여겨집니다.
2019년 롱블랙이 등장합니다. 24시간이 지나면 기사가 사라지는 '휘발성'을 무기로, 매일 브랜드/마케팅 읽기를 루틴화합니다. 매거진B와 달리 감도 높은 스몰브랜드의 창업자, 모모스 커피와 같은 로컬 브랜드, 츠타야 등의 일본 브랜드를 다루면서 브랜딩 하는 사람, 마케터, 디자이너들의 필수 구독 매체가 됩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감도높은 '취향 계정'들이 롱블랙이나 매거진B의 문법을 짧은 카드뉴스로 변형해 유통하면서 브랜딩과 마케팅은 업계만의 뉴스가 아니라 가장 대중성있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합니다.
왜 대중들은 브랜드를 콘텐츠로 소비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요?
기업의 브랜드화, 차별화가 필요했을 뿐입니다.
2000년대까지의 제품은, 튼튼하고 잘 작동하고 편리하면 팔렸습니다. 기능이 중요했죠.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력은 자연스럽게 상향평준화됩니다. 그럼 어디서 차별화를 해야할까요?
기업들이 “디자인”을 들고 나옵니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라는 수식어가 붙은 피터 슈라이어, 애플의 조너선 아이브 같은 산업 디자이너가 연예인만큼 각광받습니다. 과거 명품 브랜드의 전유물이었던 '스타 디자이너' 시스템이 일반 산업 전반으로 퍼진 것이죠. 하지만 디자인은 취향의 영역이라 경쟁사보다 더 낫다고 말할 근거가 취약합니다. 여기, 돈이 될 구멍입니다. 레드닷, IF, IDEA의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가 열일 합니다. 하지만 이도 얼마가지 못합니다. 장사를 과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저같은 애도 레드닷 1개, IF 1개 있습니다.
유일무이하고 지속가능한 해자를 만들수 있는 게 없을까? 차별화가 필요한 기업은 더 깊은 곳을 파고듭니다. 바로 '철학’입니다. 왜 만들 것인가.
기능의 시대: 무엇을 만들 것인가
디자인의 시대: 어떻게 만들 것인가?
브랜드의 시대: 왜 만들 것인가?

MUJI corporate advertising, 2003-2018 | 제공: 일본디자인센터

[출처: 롱블랙]
장인정신, 헤리티지, 친환경, 지속가능성, 로컬리티, 사회적 기업, 소셜 임팩트… 시대정서를 대변하는 가치가 이름을 바꿔 등장합니다. 미디어가 이를 받아서 기업의 활동을 납작하게 해석합니다. 한 켤레 사면 한 켤레는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탐스(TOMS)의 착한 이미지가 추앙받고, 애플의 'Why'가 삼성의 'What'을 압도하며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기업'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브랜드'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자, SNS를 타고 빠르게 퍼져나갑니다.
사람들이 매거진B, 롱블랙과 같은 브랜드 콘텐츠 미디어 열광한 이유는, 대기업 자본력이 못마땅한 근원적인 언더독 소비 심리와 진정성 있는 브랜드와 그들의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만족감 때문입니다.

브랜드 전성시대를 보여주는, 한때 자자했던 사이먼 시넥의 골든써클 이론. 삼성엔 있고 애플엔 없는 것, 반도체입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전세계 영업이익 1위를 달성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습니다. 애플을 제치고 말이죠.
브랜드 콘텐츠 소비자가 창업할 때 빠지는 두 가지 함정이 있어요.
첫 번째 함정은 체급의 차이입니다. 브랜드 콘텐츠 미디어에 소개되는 브랜드들은 대개 생존 단계를 넘어 '상징성'을 확보해야 하는 체급이거나, 워낙 창업한지 오래 돼서 생존을 걱정할 단계를 지났거나,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브랜드 자산을 쌓는 단계에 있습니다. 대기업에게 브랜딩은 자산 가치를 높이는 효율적 투자지만, 초기 창업가에게 브랜딩은 당장 내일의 생존을 위협하는 비용일 뿐입니다. 제로투원하는 창업가에게 필요한 건 ‘있어보이는 문장'이 아니라 'PMF’와 '영업’입니다.
두 번째 함정: 소비자의 감각으로 생산자가 되려는 오류입니다. '소비할 때 멋져 보였던 것'을 '내가 해야 할 일'로 착각합니다. 멋진 브랜드의 스토리를 읽다 보면, 그 가치를 지탱하기 위해 뒤에서 작동하는 처절한 수익 구조보다는 눈에 보이는 근사한 현상에 마음을 빼앗기게 됩니다. 그리고 성공한 브랜드의 철학은 대개 모든 고난을 이겨낸 뒤에 사후적으로 편집/미화됩니다.
브랜딩 콘텐츠의 타겟은 '안목을 높이고 싶은 소비자'나 '대기업 마케터’입니다. 콘텐츠 소비자로써 이런 미디어는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창업가가 가치를 추구하는 것에만 몰입하다 보면, 정작 돈이 나오는 구멍이 어디인지 파악하는 감각이 무뎌집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롱블랙과 미쉐린을 비교하며 방법을 찾아 보겠습니다. 따라오시죠!
Part 2. 있어보이는 콘텐츠가 아니라 돈 나오는 타이어가 먼저입니다.
미슐랭 가이드 아시죠. 레스토랑에 별 하나를 줬다 뺐다 하면서 전 세계 셰프들의 운명을 쥐락펴락합니다. 이걸 만든 회사가 타이어 회사인 것도 아실 거예요.

[출처: 루비워크샵]
1889년, 프랑스의 미쉐린 형제는 타이어 공장을 세웁니다. 당시 프랑스에 자동차가 3,000대도 안 됐어요. 타이어를 더 팔려면 사람들이 더 많이 운전해야 하고, 더 많이 운전하려면 갈 곳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여행 가이드북을 만들었어요. "여기 맛있는 식당 있어요, 저기 좋은 호텔 있어요. 자, 운전하고 가보세요." 그러면 타이어가 빠르게 달테니깐, 더 구매하겠지?라는 생각으로 20년간 무료로 35,000부를 뿌렸습니다.
그러다 1920년, 창업자 앙드레 미쉐린이 타이어 가게에 들렀다가 자기가 애지중지 만든 가이드북이 작업대 받침으로 쓰이고 있는 걸 봅니다. 그날로 유료화해요. 무료에서 7프랑으로 올렸습니다. 이후 광고를 전면 폐지하고, 익명 평가단을 만들고, 별점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미쉐린 3스타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요리가 매우 훌륭하여 맛을 보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곳."
여행 = 운전 = 타이어
2023년 미쉐린 전체 매출 약 284억 유로. 한화 약 40조 원. 영업이익률 12%. 125년째 타이어를 팔고 있습니다. 가이드가 시작한 계기는 돈을 벌기 위한 게 아니었어요. 타이어를 팔기 위한 광고였습니다.
사람들이 롱블랙을 좋아하는 이유는 광고없는 고퀄리티 콘텐츠이기 때문입니다. 미슐랭 가이드와 같죠. 그럼 이런 고퀄 콘텐츠가 있는 롱블랙은 미쉐린처럼 돈을 벌고 있을까요?
한번 살펴볼게요. 롱블랙이 퍼블릭하게 공유한 KPI들을 나열하면 이렇습니다.
누적 콘텐츠 1,408개. 노트 누적 조회수 3,500만 회. 재구매율 91.9%(자체 발표, 아마 연간 갱신 기준). 콘텐츠 완독률 85%. 멤버십 회원의 60%가 주 3회 이상 방문, 33%는 주 5회. 인스타 15.3만, 뉴스레터 약 10만정도 됩니다. 한국 텍스트 미디어 중 최상위권이에요. 유료 서비스인데 완독률 85%이나 됩니다. 그런데 이 숫자들에서 빠진 게 하나 있죠.
바로, 돈입니다.

롱블랙의 2025년 매출은 30.4억이고 누적 적자는 23억 원입니다. 콘텐츠는 역대급인데 그걸로 사람을 끌고와서 돈을 벌어 주는 타이어가 없습니다.
미슐랭 가이드는 콘텐츠입니다. 이 콘텐츠의 매출은 미쉐린 전체의 1% 미만이에요. 가이드를 만들어서 돈을 버는 게 아닙니다. 원래 가이드가 설계된 목적은 세 가지였어요.
첫째, 브랜드 프리미엄을 부여합니다. "미쉐린 3스타를 평가하는 그 미쉐린이 만든 타이어." 이 인식 때문에 미쉐린은 브리지스톤이나 한국타이어보다 20~30% 비싼 가격을 받아요. 가이드에 들어가는 비용은 타이어 프리미엄 마진으로 몇십 배 회수됩니다. 둘째, 운전 장려를 위해서였습니다. "맛을 보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곳." 여행 = 운전 = 타이어 마모 = 교체. 1900년에 설계한 순환이에요. 셋째, 데이터였습니다. 전 세계 3대륙 30여 지역 3만 곳을 평가하면서 쌓이는 도로 데이터, 여행 패턴, 소비자 행동 데이터. 타이어 유통 전략에 반영됩니다.
롱블랙이 미쉐린과 닮은 점은 딱 하나.
콘텐츠의 권위입니다. 롱블랙 노트에 소개되면 그 브랜드의 인지도가 올라가요. 미슐랭에서 별점 주면 줄 서는 것과 같습니다.
다른 점도 딱 하나. 하지만 비즈니스로써는 뼈아픕니다.
미쉐린은 가이드가 직접 돈을 못 벌어도, 뒤에 40조짜리 타이어 사업이 있어요. 가이드는 그 사업의 프레스티지를 지켜주는 보험이에요. 롱블랙은 콘텐츠에 돈을 쓸수록 콘텐츠가 더 좋아집니다. 그리고 거기서 끝납니다. 뒤에 타이어가 없기 때문에, 프레스티지를 쌓을수록 비용만 올라가고 회수할 곳이 없습니다. 돈이 순환하지 않고 증발하죠. 물론 리텐션률 상승을 통해서 회수를 할 수 있겠지만, 결제 유저당 평균 매출(ARPPU)이 낮다보니, 효율이 낮은 편이에요.
롱블랙에 타이어를 붙일수 있을까?
혁신의숲 소비자 분석 데이터를 볼게요. 롱블랙은 2.5만 명(추정)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구성은 여성 65%, 30대 46%(최대), 연소득 6,000만 이상 40.4%, 연소득 1억 초과 17.7%. 마케터, 기획자, 브랜딩, 사업전략 종사자가 주력입니다.
롱블랙은 한국에서 경제력과 구매력을 모두 갖춘 최상위 오디언스를 2.5만 명을 갖고 있고, 그런 그들에게 작고 귀여운 월 5,900원을 받고 있습니다. 돈 쓸 준비가 된 사람들인데 말이죠.
이 프로필의 사람들이 롱블랙 밖에서 돈을 쓰는 곳을 볼게요. 커리어 코칭 30~100만. 온라인 강의 15~50만. 비즈니스 네트워킹 이벤트 10~30만. 브랜딩 컨설팅 100~500만. 마케팅 SaaS 3~30만/월.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이 돈이 전부 롱블랙 바깥으로 나가고 있어요.
그리고 더 중요한 게 있어요. 이 사람들은 이미 매일 아침 롱블랙에 오는 습관이 잡혀 있습니다. 60%가 주 3회 이상, 33%가 주 5회라고 한답니다.
업을 재정의 해야 합니다.
스스로를 미디어 또는 콘텐츠 회사라고 정체성을 딱 박아 놓으면 그걸 벗어난 기회가 안보이기 마련입니다. 재정의를 내려야 하죠. 롱블랙은 습관 플랫폼(Habit Platform)이에요. 수십 년 미디어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으며 잔뼈가 굵은 대표 입장에서 본인이 만든 회사를 습관 플랫폼이라고 말하는 건 참으로 어렵죠.
그러나 롱블랙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구매력 높은 고객의 습관을 잘 만든 회사가 맞습니다. 인스타그램이 하루에 한 번 열리고, 카카오톡이 하루에 수십 번 열리듯이, 롱블랙은 아침에 한 번 열리는 습관이 된 거예요.
습관 플랫폼은 미디어와 다르게 돈을 벌 수 있어요. 미디어는 "어떤 콘텐츠를 보여줄까"를 고민하지만, 습관 플랫폼은 "이 습관 위에 어떤 가치를 얹을까"를 고민합니다. 듀오링고가 영어 학습 습관 위에 프리미엄 구독과 인증 시험을 얹은 것처럼요.
재정의를 했으면 이제, 원액을 찾아야 합니다.
롱블랙 팀의 원액(原液)은 "감각적 비즈니스 케이스를 발견하고, 그 안의 논리를 해부해서 인사이트로 전달하는 능력"이에요. 매일 8,000자 노트에 담기는 시각, 분석법, 큐레이션 감각인 셈이죠. 이 원액이 지금 오직 "노트"라는 형태 하나에만 담겨 있어요. 가격도 월 5,900원 한 가지. 독자가 "롱블랙 좋아, 더 깊이 배우고 싶어"라고 해도 줄 게 없습니다. 더 고가치 상품이 없으니까요.
농도 | 고객에게 일어나는 변화 | 롱블랙의 현재 |
|---|---|---|
맛보기 | "이런 시각이 있구나" 알게 됨 | ✅ 월 5,900원 구독 |
✅ 월 9,900원 구독 | ||
써보기 | 원액을 내 업무/삶에 직접 적용해봄 | 비어 있음 |
내 것 | 원액을 완전히 체화함 | 비어 있음 |
맛보기 단계에서는 "이런 시각이 있구나"를 알게 되는 건데, 이건 월 5,900원~9,900원의 구독으로 되고 있어요. 근데 그 다음이 없습니다. 원액을 내 업무에 직접 적용해보는 "써보기" 단계? 비어 있어요. 원액을 완전히 체화하는 "내 것" 단계? 역시 비어 있습니다.
구독자 2.5만 명이 더 올라갈 데가 없이 서 있어요. 롱블랙도 이걸 느꼈는지, 2025년 3월에 9,900원짜리 "무제한 노트 플랜"을 런칭했어요. 지난 4년 반 동안 쌓아온 1,600여 권의 노트를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요금제입니다. 기존 "오늘의 노트 플랜" 외에 선택지가 하나 생긴 거예요.
방향은 맞습니다. 가격 계단의 첫 번째 칸을 만든 거니까. 근데 이 계단이 올라가는 곳을 보면, 여전히 "읽기"예요. 5,900원짜리 노트 1개를 읽던 사람이 1,600개를 읽을 수 있게 된 건데, 달라진 건 양이지 종류가 아닙니다. "이런 시각이 있구나"를 아는 맛보기 단계에서, "이 시각을 내 업무에 적용해본다"는 써보기 단계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맛보기를 1,600번 하는 거예요. 같은 층의 방이 넓어진 거지,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생긴 건 아닙니다.
Part 3. 당신은 혼자. 콘텐츠부터 시작하면 콘텐츠만 하게 됩니다.
우선순위는 콘텐츠가 아닙니다.
롱블랙은 23명이 있고, 11억 투자를 받았고, 매출이 30억이에요. 구독료로 인건비를 못 대도 버틸 체력이 있습니다. 당신은 혼자예요. 시장이 내제하고 있는 구조적 매출의 문제들은 개인에게 몇 배는 더 가혹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롱블랙은 5년 적자를 버텼어요. 누적 23억을 태우면서도 팀을 유지하고 콘텐츠를 매일 발행했습니다. 나한테 23억이 있나요. 5년을 버틸 수 있나요. 없습니다. 그래서 순서가 더 중요합니다.
"일단 콘텐츠를 만들면서 팔로워를 모으고, 팔로워가 쌓이면 그때 프로덕트를 만들어야지."
이 순서가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유가 있어요. 눈에 보이니까. 팔로워 수가 올라가고, 좋아요가 달리고, 댓글이 달리면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프로덕트 설계는 눈에 안 보여요. 스프레드시트에 숫자 넣고, 고객 인터뷰하고, 가격 테스트하는 건 올릴 데도 없고 반응도 없습니다. 그래서 콘텐츠 쪽으로 에너지가 쏠려요.
근데 콘텐츠를 먼저 만들면 그 콘텐츠를 유지하는 데 에너지가 다 소진됩니다. 매주 3회 블로그를 쓰면 "오늘 뭘 올리지?"에서 시작해서 리서치, 사진, 편집으로 주 20~30시간이 날아가요. 여기에 댓글 대응, SNS 운영, 알고리즘 대응까지 합치면 남는 시간이 없습니다. 프로덕트를 만들 시간이 아니라, 프로덕트를 생각할 시간이 없어요.
그리고 더 무서운 건 이거예요. 팔로워가 쌓이면 콘텐츠를 못 멈춰요. 3일 안 올리면 알고리즘이 죽고, 일주일 안 올리면 팔로워가 잊어요. 콘텐츠가 트래픽을 만들고, 트래픽이 콘텐츠를 요구하고, 그 사이클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됩니다. 러닝머신 위에 올라간 거예요. 속도를 줄이면 떨어져요.
원액이 있으면 콘텐츠가 자동으로 나옵니다. "상세페이지 7단계 프로세스"가 원액인 사람은 "상세페이지에서 가장 중요한 1단계"를 무료 콘텐츠로 풀면 돼요. 이미 머릿속에 있으니까 리서치가 따로 필요 없습니다. 7단계 중 1단계를 풀었으면 다음 주에 2단계를 풀면 돼요. 소재 고민이 없어요. 원액이 콘텐츠의 원천이 되니까, 콘텐츠를 만드는 행위 자체가 프로덕트의 마케팅이 됩니다.
원액 없이 콘텐츠부터 만들면? 매번 새 소재를 찾아야 하고, 매번 새 리서치를 해야 해요. 그리고 그 콘텐츠가 아무리 잘 돼도, 팔로워가 만 명이 되어도, "그래서 뭘 파는 사람인데?"에 답을 못 합니다.
그렇기에 원액 → 프로덕트 → 콘텐츠. 이 순서가 맞습니다.
10배 팔 때 내 시간이 10배 들면, 그건 사업이 아니라 대행입니다.
가령, 코칭 건당 20만 원. 월 10건이면 월 200만 원입니다. 여기서 500만 원을 벌려면? 25건입니다. 한 건에 2시간이면 월 50시간이 코칭에만 들어갑니다. 여기에 세일즈, 고객 응대, 콘텐츠 만드는 시간을 합치면 주 40시간이 넘어요. 이미 직장인 풀타임이에요. 700만 원을 넘기려면 몸이 두 개 필요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이 계산을 안 하고 시작해요. "일단 클라이언트를 모으자"부터 하니까. 10명 모으면 20명 모으면 되지 않나? 됩니다. 근데 20명한테 코칭하면서 동시에 콘텐츠 쓰고, 세일즈하고, 비즈니스 티벨롭까지 하는 사람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6개월이에요. 6개월 뒤에 번아웃이 옵니다. 그리고 한 달 쉬면 매출이 0이 돼요. 아파도 매출이 0이에요. 코칭은 내가 안 하면 돈이 안 들어오는 구조니까.
롱블랙의 광고 상품, 위드롱블랙이 같은 구조예요. 에디터 2명이 투입되는 건당 3,000만 원짜리를 연 19건 파는 게 한계입니다. 19건이 아니라 38건을 팔고 싶다면 에디터가 2배 필요해요. 에디터가 2배면 인건비도 2배. 건수가 늘어날수록 마진율이 낮아지는 구조입니다.
대행이 나쁜 건 아닙니다. 대행은 현금을 만들어요. 당장 먹고살 돈이 필요하면 대행이 맞아요. 문제는 대행에서 멈추는 거예요.
천장을 뚫으려면 "10배 파는 데 내 시간이 10배 안 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프로덕트, 온라인 코스, 커뮤니티 멤버십, 템플릿. 한 번 만들면 100명한테 팔든 1,000명한테 팔든 내 시간이 추가로 안 드는 것. 100번째 구매자가 결제할 때 내가 자고 있어도 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행으로 현금을 만들고, 그 현금으로 프로덕트를 만들어야합니다. 그리고, 이 전환을 6개월 안에 시작하지 않으면, 러닝머신에서 내려올 타이밍을 영영 못 잡습니다.
Part 4. 내 타이어를 찾는 법
여기서부터는 롱블랙 이야기가 아니라 당신 이야기예요.
Step 1. 업을 재정의하세요.
"나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아닙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찾아오는 사람"으로 재정의하세요.
예를 들어볼게요. "나는 인스타 마케팅 강사"가 아니라 "소규모 쇼핑몰 대표들이 광고비 안 쓰고 매출 올리는 법을 배우러 오는 사람." "나는 퍼스널 브랜딩 코치"가 아니라 "이직 준비하는 30대 직장인들이 링크드인에서 눈에 띄고 싶어서 찾아오는 사람."
왜 이게 중요하냐면, "강사"나 "코치"로 정의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강의와 코칭밖에 없어요. "이런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찾아오는 사람"으로 정의하면 그 이유를 해결하는 모든 형태가 열립니다. 코칭도 되고, 템플릿도 되고, 커뮤니티도 되고, SaaS도 돼요. 롱블랙이 "콘텐츠 만드는 회사"에서 못 벗어나면 콘텐츠만 계속 만들게 돼요. "매일 아침 감각을 충전하러 오는 습관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면 제가 제안한 인덱스, 번들, 진단 도구, DB가 전부 자연스러워집니다.
Step 2. 원액을 꺼내세요. 콘텐츠보다 먼저.
당신이 만드는 콘텐츠 안에는 당신만의 시각, 분류법, 프로세스가 들어 있어요. 그게 원액입니다.
원액을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있어요. 당신한테 반복적으로 들어오는 질문을 모아보세요. "이거 어떻게 해요?" "이건 왜 이렇게 하는 거예요?" 그 질문들에 대한 당신만의 답이 원액이에요. 그 답을 체계화하면 프로세스가 되고, 프로세스를 문서화하면 프로덕트가 됩니다.
원액이 형태(블로그, 유튜브, 팟캐스트)에 묻혀 있으면 프로덕트가 안 나와요. 형태를 걷어내고 안에 있는 구조만 꺼내세요. 롱블랙의 원액은 "감각적 비즈니스 케이스를 발견하고 해부하는 능력"인데, 이게 "노트"라는 형태에 갇혀 있어서 다른 프로덕트가 안 나오고 있는 거예요. 당신도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Step 3. 프로덕트 단계를 만들어야합니다.
맛보기(무료 콘텐츠) → 써보기(디지털 프로덕트, 7.9~14.9만) → 내 것(프리미엄, 49만~500만).
이 세 단계가 왜 필요하냐면, 사람마다 지갑이 열리는 타이밍이 달라요. 무료 콘텐츠를 보고 바로 500만 원을 내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아니면, 그정도로 뛰어나야해요. 그런데 무료로 "이 사람 괜찮네"를 확인하고, 9.9만 원짜리로 "진짜 도움이 되네"를 경험하고 나면 199만 원이 비싸게 안 느껴져요. 각 칸이 다음 칸의 세일즈를 해주는 구조입니다. 계단이 없으면 고객이 올라올 수가 없어요. 롱블랙이 2.5만 명을 모아놓고 월 5,900원 한 칸에만 세워둔 게 정확히 이 문제예요. 무제한 노트 플랜을 만들었지만, 그건 같은 칸을 넓힌 거지 위층을 만든 게 아닙니다.
Step 4. "10배 팔 때 내 시간이 10배 드는가?"를 물으세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이 질문을 대입해보세요. 코칭 10건을 20건으로 늘리면 내 시간이 2배 드나요? 그러면 대행이에요. 온라인 코스를 10명한테 팔든 100명한테 팔든 내 시간이 같나요? 그러면 프로덕트예요.
대행이 나쁜 게 아닙니다. 롱블랙의 위드롱블랙이 대행이고, 건당 3,300만 원(vat 포함)이에요. 대행은 현금을 만들어요. 프로덕트는 구조를 만들어요. 둘 다 필요합니다. 순서가 중요한 거예요.
대행으로 현금을 만들면서, 동시에 그 대행 과정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관찰하세요. 10명한테 코칭하면서 똑같은 말을 5번 반복하고 있다면, 그 5번의 반복이 프로덕트의 재료예요. 그걸 영상으로 찍으면 온라인 코스가 되고, 문서로 정리하면 워크시트가 되고, 템플릿으로 만들면 디지털 프로덕트가 됩니다.
르코&렉스의 제안: 원액이 안 보이면 우리가 꺼내드립니다.
여기까지 읽고 "내 원액이 뭔데?"가 안 떠오르신다면, 그게 정상이에요. 원액은 본인 안에 있는데 본인이 가장 못 봅니다.
이유가 있어요. 원액은 당신한테 너무 당연한 거라서 그래요. 매일 하는 일이고, 늘 이렇게 생각해왔고, 다들 이렇게 하는 줄 알아요. "이게 돈이 돼?"라고 생각하는 그것이 원액일 확률이 높습니다. 롱블랙 에디터들도 자기가 매일 쓰는 분석 프레임워크가 별도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걸 아마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거예요. 너무 당연하게 쓰고 있으니까.
르코&렉스의 프로덕트 빌드가 하는 일이 정확히 이거예요. 당신의 지식과 경험에서 원액을 추출하고, 농도별로 정제해서 디지털 프로덕트로 만드는 데까지 같이 갑니다.
4주 동안 만들고, 12주 동안 팝니다.
처음 4주는 집중적으로 프로덕트를 빌드합니다. 원액 추출, 프로덕트 설계, 가격 계단, 론칭 준비까지. 4주 안에 팔 수 있는 물건이 손에 잡혀요. 르코&렉스가 거의 만들어주다시피 할거예요.
그리고 이후 12주 동안 커뮤니티에서 실제로 팔면서 피드백을 받고 업그레이드합니다. 프로덕트는 한 번 만들어서 끝나는 게 아니에요. 첫 버전을 빠르게 내놓고, 실제 구매자의 반응을 보면서 다듬어야 합니다. 4주동안 만들고, 12주에서 살아남는 물건으로 만드는 거예요.
왜 이 구조냐면, 혼자 하면 프로덕트 만드는 데만 3~4개월이 걸려요. 거기에 콘텐츠도 만들어야 하고 대행도 해야 하니까 현실적으로는 6개월 이상. 그리고 만들어놨는데 팔리지 않으면? 혼자서는 뭐가 문제인지 모릅니다. 피드백 루프가 없으니까. 같이 하면 4주 만에 시장에 내놓고, 12주 동안 가능성을 높입니다.
나만의 창업을 돕는 레터 4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