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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 거긴 어떻게 돈을 버나

올리브영의 본질은 화장품 유통이 아니라 K뷰티 브랜드가 대중 브랜드가 되는 과정을 압축해주는 매출화 인프라입니다.

르코&렉스22분 분량

올리브영, 거긴 어떻게 돈을 버나

비단을 짜지 않은 비단 장수를 아시나요?

[뉴스 속의 한국사] 종로 '육의전', 궁궐에 물품 공급한 최고 상점이었죠

조선 한양에 육의전(六矣廛)이라는 여섯 개의 큰 시전이 있었습니다. 비단, 무명, 명주, 종이, 모시, 어물을 파는 가게들이요. 이들한테는 금난전권(禁亂廛權)이라는 권리가 붙어 있었어요. 허가 없이 같은 물건을 파는 난전 상인을 단속하고 물건을 빼앗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 비단, 우리를 거치지 않으면 한양에서 못 판다"는 거죠.

재미있는 건 육의전 상인들이 비단을 짜지 않았다는 겁니다. 누에를 치지도, 베틀을 돌리지도 않았어요. 이들이 쥔 건 물건이 아니라 길목이었습니다. 한양에서 비단을 팔고 싶으면 아무리 베를 잘 짜도 육의전 앞에 줄을 서야 했어요. 부는 베 짜는 사람이 아니라 길목 쥔 사람한테 흘러갔고요.

이 권리는 1791년 신해통공(辛亥通共)으로 무너집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팔라고 하며, 길목이 열리는 순간 육의전의 독점도 같이 끝났어요.

오늘 분석해볼 회사도 비단을 짜지 않습니다. 누에도 안 치고, 화장품도 안 만들어요. 대신 21세기 K뷰티 시장의 금난전권을 쥐고 있습니다. 바로 올리브영입니다.

올리브영을 화장품 유통회사라고 부르면 절반만 맞습니다. 좀 더 정확히 보면 이렇거든요.

올리브영은 화장품을 유통하는 회사라기보다, K뷰티 브랜드가 대중 브랜드가 되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매출화 관문을 틀어쥐고, 그 통과권으로 브랜드의 마진과 제품 방향까지 조정하는 카테고리 권력을 가진 독과점 회사입니다.

12.8%의 이익률은 일반적인 유통회사가 낼 수 없는 숫자입니다.

“리얼 K뷰티” 외국인도 좋아하는 올리브영… 매출 5조 눈앞

매출과 이익률부터 보겠습니다. DART 공시 기준으로 올리브영의 2025년 별도 매출은 5조 8,335억 원, 영업이익은 7,447억 원입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1.8%, 영업이익은 22.5% 자랐어요. 영업이익률이 12.8%, 당기순이익은 5,547억 원이고요. 다 역대 최대입니다.

성장 곡선이 좀 무섭습니다. 2021년 매출 2조를 넘긴 뒤 2022년 2조 7,774억, 2023년 3조 8,611억, 2024년 4조 7,899억, 2025년 5조 8,335억. 영업이익률은 2019년 4.5%에서 2021년 6.6%, 2023년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넘기더니 2024년 12.7%, 2025년 12.8%로 올라섰어요. 영업이익 7,447억을 체감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20억씩 벌었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문점이 생기는 건 매출 성장 속도가 아니라, 이익률의 성장 속도입니다. 저 12.8%라는 숫자가 되기 위해 어떤 것들이 작용했는 지 궁금합니다. 일반 대형마트의 영업이익률은 잘해야 2~3%입니다. 쿠팡도 오랫동안 적자였고 이제 막 한 자릿수 초반에 올라섰어요. 유통업에서 12.8%면 "유통"이라는 단어 자체가 좀 어색해지는 숫자입니다. 화장품을 싸게 떼와 비싸게 파는 것만으로는 절대 안 나와요.

그러면, 이 마진은 어디서 나올까요. 브랜드가 혼자서는 못 하는 일에서 나옵니다.

K뷰티 인디브랜드 인기업고…ODM ‘한국콜마·코스맥스’ 훨훨

작은 화장품 브랜드가 제품 만드는 건 사실 어렵지 않아요. 코스맥스, 한국콜마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 주거든요. 어느 인디 브랜드 대표가 그러더군요. 제조는 코스맥스가, 유통은 직매입사가 해주니 우리는 죽어라 마케팅만 하면 된다고요.

문제는 그 제품을 돈으로 바꾸는 전 과정은 혼자 못 돌린다는 데 있습니다. 저희가 늘 말하는 매출화 5단계, 기억하시죠? 무엇으로 팔릴지 뽑아내는 추출력, 진짜 수요가 있는지 확인하는 검증력, 소비자가 알아볼 형태로 묶는 상품력, 필요한 사람한테 닿는 도달력, 마지막 망설임을 결제로 바꾸는 판매력. 대기업은 이 다섯을 다섯 개 부서로 굴립니다. 그런데 직원 셋짜리 인디 브랜드는 이 다섯을 혼자, 동시에, 맨손으로 돌려야 해요. 그래서 대부분 도달과 판매에서 죽습니다. 제품은 좋은데 아무도 모르고, 알아도 안 사거든요.

올리브영이 한 일이 바로 이겁니다. 다섯 단계를 브랜드마다 각자 알아서 하게 두지 않았어요. 전국 1,381개 매장, 매대, 랭킹, 올영세일, 회원 데이터, 리뷰, 오늘드림. 이걸 전부 하나의 인프라로 압축해 버렸습니다. 이러니, 크고 작은 브랜드 모두 올리브영에 들어가는 순간, 혼자서는 몇 년 걸릴 매출화 과정을 통째로 빌려 쓰게 돼요.

그러니 올리브영이 받는 입점 수수료와 광고비와 매대 비용은 단순한 유통 마진이 아닙니다. 브랜드가 혼자서는 못 만드는 매출 발생 시스템을 빌려 쓰는 값, 일종의 접근권 프리미엄이죠. 12.8%는 베를 못 짜는 사람들한테 길목을 빌려준 값입니다. 이 다섯 단계, 기억해 두세요. 글 맨 끝에서 여러분 이야기가 됩니다.

돈이 새어 나오는 다섯 개의 통로들을 보겠습니다.

그 돈이 정확히 어디서 나오는지 통로별로 보겠습니다.

첫째는 입점과 매입으로 상품을 떼와 파는 마진입니다. 이건 일반 코스매틱 기업들이 매출 단위를 바꾸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불하는 입장료에 가까워요. 모든 회사들이 12.8%가 나왔으면 진작 대기업 모두 다 H&B 스토어를 차렸겠죠. GS의 랄라블라와 롯데의 롭스가 왜 사라졌겠어요.

CJ올리브영 ‘트렌딩 나우존’ 입점 기념 이벤트 진행

둘째는 광고와 매대와 행사입니다. 여기서 진짜 마진이 벌립니다. 올리브영 안에서 잘 팔리려면 매대에서 눈에 띄어야 합니다. 매대 위치, 랭킹 노출, 올영세일 참여, 한 달간 좋은 곳에 진열되는 파워팩. 이걸 두고 브랜드들이 돈을 냅니다. 매대는 한정돼 있는데 들어오고 싶은 브랜드는 끝없이 불어나거든요. 식약처에 따르면 제조 시설 없이 위탁생산으로 화장품을 파는 책임판매업체가 2015년 6,422개에서 2025년 2만 8,412개로 늘었습니다.

10년 만에 4배가 넘게 불어난 거예요. 게다가 한쪽에선 폐업도 폭증하고 있어요. 2024년 한 해 화장품책임판매업체 폐업이 8,831건으로 2020년(882건)의 10배입니다.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겼다 우수수 죽는다는 뜻이죠. 베 짜는 사람이 폭증하고 그중 다수가 일찍 쓰러질수록, 살아남아 길목 앞에 줄 선 브랜드는 더 절박해집니다. 그러면 길목 주인은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너 아니어도 들어오고 싶은 브랜드, 저기 줄 서 있어." 그 순간 광고비는 부가수익이 아니라, 대중 브랜드가 될 기회를 사는 통행료가 됩니다.

https://contents.cj.net/esg/report/KR/OY_2025 Impact Report_Web_Kor.pdf

셋째는 PB 브랜드입니다. 올리브영은 2007년부터 바이오힐보, 웨이크메이크, 컬러그램, 브링그린 같은 자체 브랜드를 굴려요. PB 매출은 전체의 7~10%, 5천억 원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서 "아, 마진 좋은 자체 브랜드네" 하고 넘어가면 얕게 보고 마는 겁니다.

올리브영이 직접 밝힌 PB의 역할이 인상적이에요. 매장 데이터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카테고리를 확인하는 것, 그리고 글로벌 시장의 반응을 미리 떠보는 것. 그래서 회사는 PB를 "테스트베드"이자 "전략 자산"이라고 부릅니다. 수만 개 브랜드가 올리브영 매대에서 광고비 내고, 행사비 내고, 가격 낮추고, 샘플 뿌리고, 리뷰 쌓으면서 자기 돈으로 실험을 해요. 그 과정에서 어떤 성분, 어떤 제형, 어떤 가격대, 어떤 색감이 팔리는지 데이터가 쌓이고, 그 데이터의 최종 소유자는 올리브영이고요.

올리브영이 가장 잘 팔리는 조합을 보고 PB로 만들면, 남들이 돈 내고 검증해 준 답안지를 자기 브랜드의 원가 절감과 마진으로 가져오는 셈입니다. 실제로 미국 PB 매출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62%씩 자랐고, 올리브영은 2024년 2월 LA에 미국 법인까지 세워 아마존에 PB를 먼저 깔아두고 있어요. PB를 많이 낸다는 건 올리브영이 제조사가 됐다는 신호라기보다, 브랜드들이 치른 검증 비용의 결과를 올리브영이 자기 마진과 해외 진출의 첨병으로 회수하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소비자는 이 PB들이 올리브영 자체 브랜드인 줄 잘 모릅니다. 다 독립 브랜드처럼 보이거든요. 권력이라는 건 보일 때보다 안 보일 때가 더 셉니다.

올리브영, 방한 외국인 구매 금액 1조원 달성

넷째는 외국인과 글로벌입니다. 2025년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서 방한 외국인이 쓴 돈이 1조 원을 넘었어요. 외국인 매출 비중은 이선정 대표 취임 무렵 2%에서 25%까지 올라왔고, 2025년 2분기엔 분기 기준 30%로 역대 최대를 찍었습니다. 명동타운 매장은 고객의 90%가 외국인이고, 증권가에선 중국인 관광객 1인당 구매액이 1년 새 40~50% 늘었다는 분석도 나와요.

외국인이 본국에 돌아가서도 찾는 글로벌몰 회원은 336만 명, 글로벌몰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70% 자랐고요. 외국인 비중이 절반을 넘는 곳을 "글로벌 관광 상권"으로 따로 관리하는데, 이 매장이 1년 새 60개에서 135개로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매출화 5단계로 보면 이건 도달력의 폭발이에요. 한국 매장 하나가 전 세계 관광객한테 K뷰티를 도달시키는 관문이 된 거죠.

그런데 이 도달력은 올리브영이 완전히 통제하는 자산은 아닙니다. 환율, 관광객 수, 한류, 항공권 가격, 국가 이미지 같은 외부 변수에 통째로 걸려 있어요. 성장의 일부가 실력이라면 일부는 운입니다. 사드 한 번에 중국 매장 11개를 전부 접었던 회사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는 점 생각해야합니다.

다섯째는 아무도 잘 안 세는 데이터 통행료입니다. 공정위 조사로 드러났어요. 올리브영은 2017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납품업체한테 "매출 정보를 준다"는 명목으로 매입대금의 최고 3%를 일방적으로 떼어 갔습니다. 그렇게 챙긴 돈이 약 1,700억입니다. 보이시나요. 올리브영은 데이터를 파는 것만으로도 돈을 법니다. 브랜드는 자기 매출이 어떻게 났는지 알려면 그 정보값을 올리브영한테 내야 했어요. 길목 쥔 자가 길목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정보까지 파는 거죠.

그런데, 저 정보값이라는 것이 실제 저 값어치는 아닙니다. 갑이 어떻게 해서든 돈을 내놓으라고 강한 말을 하는데, 을병정들은 따라갈 수 없죠. 그렇지만, 그렇다고해서 가치가 없는 건 아닙니다. 새로 돈이 나올 수 있는 구석이 존재하는 겁니다.

잠깐, 본인 사업으로 돌려보면. 여기까지 끄덕이셨으면 하나만 생각해 보세요. 본인 사업에서 돈나올 구석은 몇 개인가요. 대부분의 1인 창업가는 돈나올 구석이 하나입니다. 강의면 강의, 코칭이면 코칭. 그거 하나 막히면 매출이 0 원이 됩니다. 올리브영이 무서운 건 매출의 크기가 아니라 매출원의 개수거든요. 이 얘기는 맨 끝에서 본격적으로 풀게요.

브랜드는 제품을 만들고, 올리브영은 규격을 정합니다

어워즈 선정 기준과 2025 올해의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브랜드가 만드는 건 제품입니다. 올리브영이 만드는 건 상품이에요. 같은 수분크림이 브랜드 자사몰에 있을 땐 그냥 수분크림입니다. 그런데 올리브영에 들어가는 순간 올영픽이 되고, 재구매템이 되고, 민감성 추천이 되고, 랭킹 1위가 되고, 오늘드림 가능 상품이 되고, 세일 중인 상품이 돼요. 소비자가 지갑을 열고 싶어지는 맥락이 척척 붙는 거죠.

저희가 자주 드는 홍삼 얘기랑 똑같습니다. 같은 홍삼을 환으로 빚어 팔면 잘 안 사 먹는데, 스틱에 담아 팔면 한 해 1조 6천억어치를 사 먹어요. 알맹이가 아니라 담는 형태가 매출을 만든 겁니다. 올리브영은 제품을 진열만 한 게 아니라, 제품마다 살 이유를 붙여 준 거고요.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올리브영 MD들은 "감이 좋다"는 말을 듣는다고 합니다. 본인들은 "근거 있는 감"이라고 하죠. 클린뷰티, 슬로우에이징 같은 트렌드를 시장에 아직 없을 때 먼저 제안해서 키웠습니다. 호주와 미국 시장을 보고 "이 트렌드는 한국에 반드시 온다"를 미리 읽어 냈습니다. 점유율이 낮은 영역은 일부러 1순위로 안 밀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부터 공략했다고 하고요. 이게 무슨 뜻이냐면, 올리브영은 어떤 성분, 어떤 가격대, 어떤 제형, 어떤 패키지, 어떤 프로모션 구조가 팔리는지를 한국에서 가장 정확하게 아는 쪽이라는 겁니다.

그러면 올리브영은 브랜드한테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우리 고객한텐 이 가격대가 안 맞으니 더 낮춰서 다시 가져오세요. 이 색감보다 저 색감이 우리 매대에서 팔리니 바꿔 오세요. 이 성분, 이 제형으로 다시 개발해 오시면 좋은 곳에 진열해 드릴게요. 이걸 단순한 갑질로 보면 분석이 거기서 멈춥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이건 카테고리 설계 권력이에요.

그렇기에 올리브영은 완성된 제품을 받아 진열만 해주는 유통사라기보다, 무엇이 팔리는지 알기 때문에 브랜드한테 제품 개발의 방향까지 요구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에 가까운 갑중의 갑의 위치에 있는 기업입니다.

어느 올리브영 MD가 입점 제안서를 검토하는 방법이 기억에 남습니다. 다른 브랜드들이 흔히 쓰는 표현을 하나씩 지우면서 읽는답니다. 중복을 다 지운 뒤 남는 한 줄, 그게 그 브랜드의 엣지라고요. 그런데 대부분은 다 지우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합니다. 그 남는 한 줄을 판정하는 권한, 그게 카테고리 권력자겠죠.

CJ올리브영 "100억 클럽 브랜드, 5년 만에 3배 넘어"

숫자로 보면 이 권력의 크기가 드러납니다. 올리브영 입점 브랜드 중 연매출 100억 원을 넘긴 브랜드가 2013년 2개에서 2024년 100개로 늘었습니다. 토리든, 클리오, 라운드랩처럼 올리브영을 통해 1,000억대로 큰 브랜드도 있고요. 보통 한두 개 인기 제품이 브랜드 전체 매출의 80%를 끌고 가는데, 그 한두 개를 올영세일 차별화 상품으로 끄집어내 스케일업해 주는 게 올리브영입니다. 브랜드는 제조를 하고, 올리브영은 시장의 답안지를 들고 있어요. 누가 더 센지는 말 안 해도 아시겠죠.

경쟁자가 많아질수록, 올리브영은 더 비싸집니다

K뷰티 2라운드는 '플랫폼' 싸움…'쿠팡 VS 올리브영' 승자는

보통은 경쟁자가 많아지면 플랫폼의 힘이 약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올리브영은 반대예요. 경쟁을 두 종류로 나눠 보면 보입니다.

  1. 플랫폼 바깥의 경쟁. 브랜드끼리 소비자를 두고 싸우는 겁니다. 이건 가격을 낮춥니다.

  2. 플랫폼 안으로 들어가려는 경쟁. 브랜드끼리 매대를 두고 싸우는 겁니다. 이건 가격을 올립니다.

K뷰티 브랜드가 많아질수록 소비자의 선택지는 늘어납니다. 그런데 대중 소비자한테 확실히 닿을 오프라인 관문은 제한돼 있어요. 그러면 경쟁의 방향이 소비자가 아니라 올리브영 매대를 향합니다. 브랜드 간 경쟁이 심해질수록 정작 먼저 돈을 버는 건 소비자도 브랜드도 아닌 올리브영이에요. 다들 같은 소비자를 만나려고 같은 관문 앞에 줄을 서니까요.

이게 금난전권의 원리입니다. 비단 짜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육의전의 길목은 더 귀해졌어요. 그 결과 올리브영의 국내 뷰티시장 점유율은 2022년 12.2%에서 2025년 20.2%로 뛰었습니다. 매대는 안 느는데 들어오려는 줄만 길어지면, 올리브영은 수수료도 광고비도 마진 조건도, 심지어 제품 개발 방향까지도 더 세게 요구할 수 있습니다. K뷰티의 호황이 역설적으로 올리브영의 권력을 키우는 거죠.

다이소, 쿠팡, 무신사를 의식하는 이유가 여기서 나옵니다.

올리브영의 경쟁자를 "화장품 파는 회사"로 보면 분석이 평범해집니다. "경쟁이 심해졌네" 정도죠. 매출화 비용의 관점으로 보면 그림이 선명해집니다. 이 경쟁자들은 화장품을 파는 게 아니라, 올리브영이 독점하던 매출화 단계를 하나씩 분해해서 가져가고 있어요.

[2025 신년특집] 화장품 부문별 이슈와 예측 ②오프라인 투톱 올리브영 vs 다이소

다이소는 저가 제품의 도달력과 판매력을 떼어 가려고 합니다. 다이소 뷰티 매출 신장률을 보세요. 2022년 50%, 2023년 85%, 2024년 144%, 2025년 약 70%로 자랐어요. 입점 브랜드는 2022년 7개에서 2026년 1월 160여 개로 23배, 상품 수는 120종에서 1,700여 종으로 14배 불었습니다. 한 시장조사에선 다이소에서 1년간 팔린 기초 & 색조 화장품이 약 3,376억 원어치로 추정되는데, 전년의 두 배가 넘어요.

다이소가 5천 원의 기적으로 저가 카테고리의 매출화 비용을 제로에 가깝게 만든 겁니다. 더 무서운 건 이게 다이소만의 흐름이 아니라는 거예요. 이마트는 LG생활건강과 손잡고 4,950원 균일가 브랜드를, 롯데마트는 가성비 뷰티존을, 편의점 CU까지 가성비 화장품을 밀고 있어요. 저가 관문 자체가 여러 갈래로 열리는 중입니다.

쿠팡은 구매 직전의 망설임을 떼어 갑니다. 압도적인 리뷰, 가격 비교, 로켓배송으로 마지막 망설임을 지워요. PB 전문 자회사로 자체 브랜드도 키우고요. 그리고 뒤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올리브영을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정면으로 들이받았습니다.

무신사는 취향 있는 브랜드의 도달과 신뢰를 떼어 갑니다. 무신사 뷰티는 파레토의 법칙을 뒤집겠다고 했어요. 상위 20%가 아니라, 주목받지 못한 80%의 신생 브랜드를 발굴하겠다는 겁니다. 본인들이 들고 있던 1,600만 명을 넘는 회원과 강한 2030 고객을 무기삼아 접근하겠다는 건데요. 성수 메가스토어 안에 뷰티 상설 매장을 열고 500여 개 브랜드를 입점시켰는데, 입점한 브랜드들의 온라인 일평균 거래액이 입점 전보다 약 35% 늘었다고 합니다. 어떤 브랜드는 250%까지 뛰었고요.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매출을 끌어올리는 도달 인프라가 된 거예요. 올리브영이 못 가진 취향과 도달을 무신사가 가진 겁니다.

더 무서운 흐름은 아예 저 길목을 우회하는 쪽입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색조 화장품을 샤오홍슈에서 C뷰티로 직구해요. 비싼 돈 주고 국내 제품 살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고요. 매출화 관문 자체를 건너뛰는 겁니다.

그러니까 올리브영의 진짜 위기는 화장품 파는 곳이 많아진 게 아닙니다. "브랜드가 대중 브랜드가 되려면 반드시 올리브영을 거쳐야 한다"는 전제가, 한 조각씩 쪼개지는 겁니다. 신해통공은 한 번에 오지 않아요. 다이소가 저가를, 쿠팡이 망설임을, 무신사가 취향을, 샤오홍슈가 도달을 가져가면서 야금야금 옵니다.

"잘나간다더니 중소기업에 갑질"…올리브영, 납품단가 후려치기·지인찬스 입점 논란

여기에 신호가 하나 더 있습니다. 갑질이에요.

2023년 12월, 공정위는 올리브영에 과징금 18억 9,600만 원과 시정명령을 내리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어요. 혐의는 이렇습니다. 2019년부터 올리브영이 행사하는 품목은 당월과 전월에 경쟁사 행사를 못 하게 막은 배타적 거래 강요. 행사 명목으로 깎인 가격에 납품받고 행사가 끝난 뒤엔 정상가로 팔면서 납품가는 환원 안 한 파워팩 차액 8억 부당 수취. 그리고 앞서 본 데이터 통행료 1,700억인 것이죠.

그런데 공정위 판단이 좀 묘했습니다. 올리브영을 H&B 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보기는 명확하지 않다고 했어요. 온라인 사업자들과 경쟁하니까요. 그래서 수천억 부당이익에 비해 과징금이 19억으로 솜방망이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같은 자료에 오프라인 점유율은 약 70%라고 적혀 있어요. 경쟁사들은 사업을 접거나 줄였고요. 이 모순이 다 말해 줍니다. 올리브영은 독점이라 불릴 만큼 세지만, 독점으로 처벌받지는 않을 만큼 영리하게 경계에 서 있어요.

진짜 신호는 그다음입니다. 2024년 9월, 공정위가 올리브영 본사를 또 현장조사했어요. 이번 혐의는 경쟁사 무신사의 뷰티 페스타에 참여하려는 납품업체한테 불참을 강요했다는 거였습니다. 비슷한 시기 쿠팡은 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신고했고요. 칼날은 계속 움직였습니다. 공정위는 2026년 들어 쿠팡에 과징금 21억 8,500만 원을 매기고,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를 묶어 이른바 "올다무"로 부르며 유통 플랫폼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어요.

브랜드가 올리브영을 절대 못 떠난다면, 올리브영은 굳이 막을 필요가 없습니다. 막는다는 건 떠날 곳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갑질 논란을 도덕 문제로만 볼수도 있지만 구조 신호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올리브영이 지키려는 건 매대가 아니라, 브랜드의 매출화 과정을 독점하던 자기 위치거든요. 무신사와 쿠팡이라는 새 관문이 생기니까 막으려는 거고요.

1791년 신해통공 직전에도 육의전은 난전 단속을 가장 격렬하게 했습니다. 가장 세게 단속할 때가 독점이 가장 위태로울 때예요. 힘자랑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약함의 신호인 거죠. 그래서 해외 시장을 더 절실하게 키울 수 밖에 없습니다.

강해질수록 천장이 낮아집니다.

[테샛 공부합시다] 독점은 진입장벽 높여 사회적 손실 낳죠… 영원한 독점은 없고 결국 경쟁으로 가요

독점 체제는 그래서 단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지만, 롱텀에 좋지는 않습니다.

단기적으로 올리브영은 더 쥐어짤 수 있습니다. 수수료 더 받고, 행사비 더 받고, 마진 조건 더 세게 걸고, 제품 방향까지 요구하고. 매대가 귀할수록 더 셀 수 있죠.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더 쥐어짤수록 브랜드들이 올리브영 밖의 매출화 경로를 더 절박하게 찾습니다. 자사몰로, 쿠팡으로, 무신사로, 틱톡샵으로요. 이 점이 아이러니 한 것이죠. 올리브영은 강해질수록 더 많이 쥐어짤 수 있지만, 더 많이 쥐어짤수록 다음 경쟁자를 자기 손으로 키웁니다. 강함이 균열을 만드는 구조입니다.

2025년 실적으로 약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12.8%로 또 역대 최고를 찍었어요. 마진은 꺾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같은 해 4분기, 올리브영 직영점 수가 2021년 이후 처음으로 줄었어요. 3분기 1,178개에서 4분기 1,166개로요. 출점으로 크던 회사가, 국내 점포를 더 늘리지 않기 시작한 겁니다. 대신 온라인 비중이 2021년 24.3%에서 2025년 30.7%까지 올라왔고, 성장의 무게중심은 매장 출점에서 외국인과 글로벌, 온라인으로 옮겨갔어요. 국내에서는 점포 밀도도 점유율도 일정 수준 차오른 거죠. 천장이 낮아졌다는 건 마진이 꺾였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까지 성장을 만들던 방식이 한계에 닿았다는 뜻입니다.

올리브영, 지난해 CJ그룹 전체 매출 13%·영업이익 29% 차지

여기에 한 가지를 더 감안해야합니다. 올리브영은 현재 CJ그룹 전체의 매출이익은 13%, 영업이익은 29% 이상을 책임지는 효자가 됐고, 시장에선 자연히 기업가치와 상장, 승계를 둘러싼 계산이 돕니다. 한 K뷰티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 산업에 의미 있는 오프라인 2위 사업자가 없다는 게 가장 아쉽다고 했죠. 2위가 없다는 건 1위가 그만큼 무겁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올리브영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 흔한 처방은 "길목을 막지 말고 넓혀라" 정도였어요.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이렇게 됩니다. 올리브영의 다음 성장은 브랜드를 매장 안에 가두는 데서 나오지 않습니다. 브랜드가 어디서 팔리든 올리브영의 데이터와 리뷰와 물류와 랭킹과 테스트베드와 회원 기반을 쓰게 만드는 데서 나와요. 폐쇄형 관문에서 개방형 인프라로 넘어가는 거죠.

재미있는 건 올리브영이 이미 그 자산을 다 갖고 있다는 겁니다. 올리브영N 성수는 개점 1년 만에 250만 명이 다녀갔고 그중 넷에 셋이 외국인인, 잘하는 풀캐리부터 버린 테스트베드예요. 올리브베러는 웰니스로 카테고리를 넓히는 확장이고, 글로벌몰은 336만 회원과 150여 개국 인플루언서가 알아서 파는 도달 인프라고, 뷰티박스는 중소 브랜드를 큐레이션으로 띄우는 검증 인프라입니다. 한 문장으로 줄이면, "우리 매대에 들어와야 팔린다"에서 "우리 인프라를 쓰면 어디서든 더 잘 팔린다"로 넘어가야 해요. 육의전이 신해통공 이후에도 살아남으려면, 난전을 단속하는 대신 자기 길목의 노하우를 누구한테나 빌려주는 쪽으로 갔어야 했습니다. 막는 자는 무너지고, 빌려주는 자는 남거든요.

이제 여러분 차례에요.

여기까지 읽으시니라 고생하셨어요.

제가 올리브영을 따라 하라는 게 아니라고 했죠. 매출 5조 8천억짜리 회사가 푸는 구조를 1인이 통째로 풀 순 없어요. 가져갈 건 원리 하나입니다. 올리브영이 브랜드한테 해준 일은 매출화 5단계를 대신 압축해 준 것이었어요. 그런데 1인 창업가인 여러분한텐 올리브영이 없습니다. 그러니 그 다섯을 본인이 본인한테 해줘야 해요. 여러분이 여러분의 올리브영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진짜 질문드리고 싶은게 있습니다.
여러분은 제품을 만들고 있나요, 아니면 제품이 돈이 되는 과정을 만들고 있나요?

좋은 글, 좋은 강의,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건 추출력 하나입니다. 그것만으론 부족해요. 작게 검증하고, 돈 내고 싶게 묶고, 맞는 사람한테 닿고, 마지막 망설임을 결제로 바꾸는 흐름이 있어야 합니다. 이 다섯을 한 단어로 누르면 거래력이에요.

그런데 이 거래력을 만들기 위한 능력은 더해지는 게 아니라 곱해집니다. 추출력 x 검증력 x 상품력 x 도달력 x 판매력. 더하기라면 한둘이 약해도 나머지로 메우는데, 곱하기라서 하나라도 제로면 전체가 제로에요. 추출이 0이면 엉뚱한 나를 팔고, 검증이 0이면 안 팔릴 걸 만들고, 상품이 0이면 좋은 걸 못 알아보게 두고, 도달이 0이면 아무도 모르게 두고, 판매가 0이면 다 좋아한 손님을 그냥 보냅니다. 올리브영이 무서운 건 매출의 크기가 아니라 다섯이 다 0이 아니고, 다른 기업들보다 높다는 데 있었어요.

곱셈에서 따라오는 결론이 있어요. 본인 수입의 높이는 가장 강한 능력이 아니라 가장 약한 능력이 정합니다. 물통의 물높이가 가장 낮은 판자에서 결정되는 것과 똑같아요. 다른 판자를 아무리 높여도 물은 제일 낮은 데서 샙니다. 그러니 돈이 안 벌릴 때 할 일은 잘하는 걸 더 잘하는 게 아니라, 가장 약한 하나를 찾아 메우는 거예요. 다행히 어디가 약한지는 증상으로 압니다. 뭘 팔지 모르겠으면 추출력, 만들어도 반응이 없으면 검증력, 좋은데 설명이 안 되면 상품력, 아무도 모르면 도달력, 다 좋다는데 결제가 안 되면 판매력이 약한 거예요.

그리고 다섯 중 하나는 결이 좀 다릅니다. 추출력만 능력치고 나머지 넷은 기술이에요. 기술은 배우면 늘지만, 능력치는 그 기술들이 얼마나 세게 발휘될지를 정하는 바탕입니다. 추출이 흐리면 나머지 넷이 다룰 재료 자체가 흐려요. 올리브영의 진짜 힘이 매장이 아니라 무엇이 팔리는지 아는 데 있었듯, 여러분의 출발도 무엇으로 팔리는 사람인지를 아는 데서 시작합니다. 나는 힘 안 들이고 아는데 남들은 헤매는 것, 너무 익숙해서 "이게 무슨 강점이야" 싶은 것, 거기가 여러분이 돈 벌 수 있는 부위가 됩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 뭘 하면 되냐면

말로만 "약한 데를 메워라" 하면 그것도 공자 왈 맹자 왈이죠. 다섯 능력별로, 이번 주에 진짜 손으로 할 수 있는 것 하나씩만 두고 가겠습니다. 전부 다 하지 마세요. 위 증상표로 짚인 본인이 제일 약한 하나만 골라서 해보세요.

추출력. 본인한테 '지우기 테스트'를 해보세요.
올리브영 MD가 입점 제안서에서 남들 다 쓰는 표현을 지우고 남는 한 줄을 봤다고 했었습니다. 그걸 본인한테 하는 겁니다. A4 한 장에 "나는 ___하는 사람입니다"를 열 줄 써보고, 같은 업계 누구나 쓸 수 있는 문장을 빨간 펜으로 다 그으세요. 남는 한 줄이 여러분의 엣지입니다. 남는 게 없으면? 슬프지만 그게 지금 진짜 문제겠죠. (대부분 여기서 막힙니다.) 보너스로, 사람들이 여러분한테 반복해서 묻는 질문 다섯 개를 적어 두세요. 그게 팔 거리의 원석이 될 수 있답니다.

검증력. 만들기 전에 파세요.
풀버전 다 만들어 놓고 "안 팔리네" 하지 마세요. 개발비 날립니다. 가장 작은 버전, A4 한 장짜리 가이드든 1회 상담이든 먼저 파세요. 결제가 일어나면 검증된 거고, 안 되면 추출이나 상품이 틀린 거예요. 올리브영도 매대에서 먼저 팔아보고 그 데이터로 PB를 냈잖아요. 여러분도 본인 매대에서 먼저 팔아보세요. 결제나 예약이 곧 검증입니다.

상품력. 알맹이는 두고 이름만 바꾸세요.
홍삼환은 안 팔리고 홍삼스틱은 1조 6천억어치 팔린다고 했죠? 같은 알맹이, 다른 그릇이 키입니다. 여러분 상품 이름을 기능이 아니라 고객의 상황과 결과로 바꾸세요. "글쓰기 강의"가 아니라 "퇴사하고 첫 뉴스레터, 30일안에 구독자 100명내는 강의". 내용은 한 글자도 안 바꾸고 라벨만 갈아도 전환율이 달라집니다.

도달력. 그 '남는 한 줄'을 콘텐츠로 푸세요.
위 추출에서 나온 한 줄 정의, 그게 콘텐츠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매주 새 주제 찾느라 머리 쥐어뜯지 마세요. 그 한 줄 정의를 다섯 조각으로 쪼개 다섯 편으로 풀면 끝이에요. 여러분이 올리는 콘텐츠가 곧 여러분의 올리브영 매대가 될 수 있습니다. 매대가 없으면 아무도 못 봐요.

판매력. 마지막 망설임 딱 하나를 지우세요.
올리브영의 오늘드림이 한 일은 "지금 살까 말까"의 망설임 시간을 지운 거였어요. 여러분도 결제 직전의 망설임 하나만 지우세요. 가격을 끝까지 숨기지 말고 먼저 보여주고, 후기 한 줄이라도 더하고, 결제 버튼까지 가는 길을 세 번 클릭에서 한 번으로 줄이세요. 다 좋다던 손님을 마지막에 그냥 보내는 게, 이 다섯 중 제일 아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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