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 가구 40%
경제 성장율 2%
AI
이 세가지 조합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설 연휴에 뇌에 넣고 요리조리 생각해볼 만한 글을 가져왔습니다:)
커뮤니티를 말끔히 말아 먹어 봤는데요.
창업 3년차 쯤, <미술식당>이라는 걸 했습니다. 2012년에 우리나라에 처음 소셜다이닝이라는 문화가 소개됐어요.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밥 먹는 거죠. 지금이야 소셜활동이 워낙 다양하게 자리 잡아서 그럴수 있겠구나 싶지만 당시에는 “어색하지 않을까? 체할 거 같아!”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소셜다이닝, <집밥> 서비스의 메인 화면
저는 매일 한남동, 이촌동, 경주, 부여등 전국의 뮤지엄으로 출근 하고, 가끔 로마, 뉴욕, 이스탄불등 세계곳곳의 꽤 유명한 뮤지엄과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어느 논문에서, 1년에 미술관을 가지 않는 사람이 93%라는 걸 보게 돼요. ‘좋은 작품 가져다 놓고 전시를 멋지게 만들면 뭐해. 안가는 사람은 안가는데..’ 미술관은 7%에게 더 좋은 작품과 전시를 보여주는 일을 하고 있었죠. 그때 제 업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됩니다. “93%를 미술관으로 오게 하는 방법이 뭘까?” 이것이 저의 유일한 관심사가 됐어요.
당시 창업 씬의 분위기를 좀 말씀드리자면, “일단 하나씩 다 모바일에 집어넣고 플랫폼 위에 태워보자!” 하는 느낌이었어요. 서비스 앞단에 일단 AI를 붙이고 있는 지금의 모습과 비슷하겠네요. 모바일 시대 초입, 온라인에 연결된 시간이 폭증하니까 사람들의 니즈를 연결하면? 그게 돈이 됐죠. 바야흐로 연결 안됐던 게 뭐가 있었는지 찾는 게임, 아니 창업이 시작됩니다.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가 다소 어수룩하게 데모데이하는 모습을 보며, “저런 서비스가 된다고?” 하며 약간 무시했던 기억이 납니다. ‘되는 걸’ 창업하는 게 아니라 ‘되게 만드는 게’ 창업이라는 걸 이젠 알게 됐지만, 그땐 대표병 초기라서 나 잘난 맛에 살았습니다.
전세계 어디나 미술관 주변은 맛집이 많습니다. 7%가 입맛이 까다롭잖아요. 그래서 밥 먹자고 유인해서 전시 보게 하는 <미술식당>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었죠. 93%가 맛있는 음식과 지적 허영을 싫어할 리 없으니까요. 본업이 끝난 주말에 사람들 모객하고, 직접 전시 도슨트를 하고, 미리 섭외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전시에 대한 감상을 나눴습니다. 나중엔 레스토랑과 협업해서 전시의 컨셉에 맞는 코스 요리를 만들어 제공하기도 했고, 트레바리의 이벤트 프로그램으로 협업하기도 했어요.

트레바리와 함께했던 미술식당. 윤수영 대표는 사진 컨셉이 늘 비슷합니다. 즐거운 상태예요.
4년 동안 격주로 프로그램을 열었고, 말끔히 말아먹었습니다.
어떤 커뮤니티를 기대하나요
회식문화는 이제 거의 자취를 감췄고, 요즘은 주말에 등산 가자고 하는 상사 없죠. 회사에서 주말에 부서 대항 체육대회 하나요? 불만이 쇼츠로 터져나와 전국민 뭇매 맞겠지요. 한달씩 붙잡혀 교육받던 연수원이 이제 직원들 휴양시설이 되었다고 하죠.
1970년대 대한민국, 회사의 성장이 곧 국가 발전이었고 또한 내가 잘 사는 길이었기 때문에 공동체의 사회적 기능은 모두 회사가 담당했습니다. 개개인의 취향이 ‘단합’이라는 한 단어 속으로 깡그리 빨려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2000년대 반전이 일어납니다. 인터넷이 깔리면서 회사-집말고도 “모일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 지면서 지금의 커뮤니티 역사는 시작된 것입니다.
왜 커뮤니티는,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은데 오랫동안 유지되는 곳은 거의 없을까요?
성공하는 이유는 수 백가지지만 실패하는 이유는 몇 가지 안되거든요. 그래서 지난 번에 뭘 잘못 설계해서 실패한 건지 이것저것 파보다 보니 35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됐는데요. 명분을 한 꺼풀씩 걷어내면서 따라 들어가다 보니 가장 마지막에 이 질문에 이르더군요.
지금 시대를,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가?
이 글은, 커뮤니티를 다루지만 “내 인생, 어떻게 살아 내야 할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내 미래 해상도를 높여줄 이야기, 시작해 볼게요.
일단 종로의 피카디리 극장 앞으로 가보시죠.

"오늘 저녁 7시, 종로 피카디리 극장 앞. 노란색 손수건을 가방에 묶고 있을게요."
라디오 PD인 '해피엔드'와 쇼핑호스트인 '여인2'는 각자의 상처를 갖고서 PC통신 화면 속으로 도망옵니다. 얼굴도 모르는 두 사람을 이어준 건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라는 음악입니다. 이름 대신 닉네임 뒤에 숨어 솔직한 문장들을 전송합니다. 그리고 해피엔드가 현실 만남을 제안합니다. 1997년 개봉한 영화 <접속>의 한 장면입니다.
PC통신 하신 분들 손
그때 회사에서 부장님이 “김대리 주말엔 잘 쉬었나?” 라고 인사(치레)를 하면, “아이고 부장님 말도 마세요. 남들 안듣는 음악 찾아서 듣는 걸 좋아하는데요. 우연히 라디오에서 [벨벳 언더그라운드]라는 뮤지션에 꽂혀서 신촌과 청계천으로 LP음반을 구하러 다니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습니다. 'Pale Blue Eyes'라는 노래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기가 맥힙니다” 라고.. 그때 그시절…말할수 있었나요?
모난 돌이 정맞던 시대, 덕숨찐(덕력을 숨긴 찐따) 직장인들을 컴퓨터 앞으로 불러 모으는 일이 벌어집니다. 바로, PC통신입니다.

전화선을 PC에 꽂자 '삐-' 소리가 나면서 파란 화면이 열리고, 사람들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학교, 직장, 동네라는 물리적 한계에 갇혀 있던 인간 관계가 '취향’ 이라는 새로운 축을 중심으로 전국구로 확장된 것입니다. PC통신은 전국의 수 많은 한석규와 전도연을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얼굴도 이름도 가린 덕후들의 티키타카는 첫만남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이른바, ‘벙개’문화의 시초가 됩니다. 피카디리 극장은 번개의 명소였죠.
하지만 이 평화로운 낭만은 1997년 IMF 외환위기로 끝이납니다. '평생직장'의 신화가 깨지고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작되자, 더 이상 동호회 나가서 한가하게 '음반'이나 '영화' 이야기만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기술은 조직속 고립된 개인을 연결하고, 경제 위기는 개인을 더욱 고립시킨다.”
이게 커뮤니티가 진화하는 규칙입니다. 그리고,
이 놀라운 그래프 한번 보세요.

3일 동안 뒤지다가 두 가지 추세의 상관성을 찾아냈습니다. [출처: 르코&렉스]
커뮤니티의 진화를 이해하려면 두 개의 추세선을 봐야하는데, 하나는 올라가는 선, 하나는 내려가는 선입니다. 두 그래프의 추세는 상수이며 기술 트리거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세대의 커뮤니티가 탄생했습니다. 우연이 아닙니다. 필연입니다. 그리고 이전의 기술 트리거는 연결을 강화했지만 AI는 연결만 강화하지 않겠지요. 더 고립시키고 아예 대체할수 있습니다.
내려가는 선은 경제 성장률입니다.
1990년대 초 9.9%였던 GDP 성장률이 지금은 2%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입니다.
성장률이 높을 때는 답이 간단했습니다.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됐어요. 경제가 매년 10%씩 커지니까, 그 파도를 타면 모두가 올라갔습니다. 커뮤니티가 필요 없었어요. 아니, 정확히는 회사 자체가 커뮤니티였습니다. 직장 동료와 술 마시고, 등산 가고, 야유회 가고. '사적인 모임'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박했습니다.
그런데 성장률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파도가 작아집니다. 다 같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누군가는 올라가고 누군가는 제자리입니다. 회사가 더 이상 "같이 가면 다 잘 되는" 곳이 아니게 됩니다.
올라가는 선은 1인 가구 비율입니다.
1990년 9.0%에서 시작해서 2024년 36.1%. 지금도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804만 5천 가구.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3분의 1 이상이 혼자 삽니다. 특정 집단이 30%를 넘어서면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기능이 바뀌고 문화를 주도하는 힘을 갖게 됩니다. 가구 회사는 4인 가구 쇼파 만들다가 1인 가구로 방향을 틀고, 건설사는 오피스텔과 원룸을 짓습니다.
1인 가구, 회사에서도 경쟁하느라 고독한데 집에 와서도 혼자라 외롭습니다. 이게 반복되면 고립감으로 이어집니다. 사람사는 냄새가 사라진 일상, 이 공백을 메우는 게 바로 커뮤니티입니다.
20%, 30% 그리고 이제 40%!
1세대, 1인 가구 비중은 20%를 넘지 않았습니다. 알아주지 않고 심심해서 모였습니다.
2세대, 1인 가구 비중이 30%를 빠르게 향합니다. 외롭고 불안해서 모입니다.
3세대, 1인 가구 비중은 40%에 육박합니다. 고립감에 생존하려고 모일 것입니다.
세대 | 시기 | 1인가구 | 경제 성장률 | 기술 트리거 | 커뮤니티 핵심 가치 |
|---|---|---|---|---|---|
1세대 | 1994~ | 9% | 9.9% | PC통신 | 낭만 |
1.5세대 | 1999~ | 15.5% | 4.3% | 초고속 인터넷 | 여가 |
2세대 | 2009~ | 23.9% | 3~4% | 스마트폰/플랫폼 | 자기계발(성장) |
2.5세대 | 2020~ | 30.2% | -0.7~2.8% | 코로나 | 자기통제(루틴) |
3세대 | 2024~ | 38% | 2.1% | AI | 생존 |
사람들 좀 모아서 소셜 활동을 하려는 게 아니예요. 2세대에 왜 취향 커뮤니티(남의집, 문토)는 망했는데 자기계발 커뮤니티(트레바리, 넷플연가는 취향에서 자기계발로 피보팅)는 생존했을까요? 3세대 자기계발 커뮤니티는 과연 지금 시대의 사람들에게 충분할까요? 이 지표를 보면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1인 창업가 100만 시대”
1인 가구의 증가뿐만 아니라 1인 창업가도 계속 증가할 것입니다. 창업가는 성장하기 위해 자기계발하지 않습니다. 생존하기 위해 방향을 정하고 실행해야 하죠.
35년의 커뮤니티 역사에서 반절 정도는 직접 창업하고 운영하고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1년 반동안 500여명의 창업가를 만나면서 현실에서의 고립감, 미래의 불안감을 속속들이 데이터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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