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답 없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답을 드릴게요

좋은 질문은 경유지가 있고 조건이 붙어야 합니다.

르코&렉스6분 분량

답 없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답을 드릴게요

저는 사람들의 질문을 다 모아둡니다. 보물창고죠. 궁금해 하는 것이 곧 원하는 것이고 그게 하나의 패턴으로 발견되면 고객 니즈라서 문제해결의 원천이 되고 나아가 사업으로 발전할수 있죠. 내 머릿속에 있는 가설과 내 마음속에 있는 욕망은 다 허수라서 실 데이터를 모아두는 것입니다.

이 질문들을 오랜만에 들여다보다가 흥미로운 걸 알게 됐습니다. 그 이야기를 해볼게요.

1. 답없는 질문

AI시대의 돌파구로써 질문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공허한” 콘텐츠가 급증합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왜 그런 질문을 던질수 밖에 없는지, 그래서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 말하는 콘텐츠는 드뭅니다. 두루뭉술하게 "질문이 중요하다"고만 할 뿐이죠.

어떻게 하면 수익화를 할수 있을까요? 팔로워 어떻게 늘려요? 승진하려면 뭘 해야 하죠? 돈되는 사업 아이템은 어떻게 찾아요? 브랜딩 잘하는 법이 있나요?

이런 질문을 해보신 적 있나요? 그리고 이 질문을 던지고서 쩌는 답을 얻어본 적이 있나요? 이건 물음표가 있어서 질문인 것 같지만 사실 아닙니다. 질문이라고 상정을 해버리니 스스로도 “왜 답을 하기 어려운, 나쁜 질문을 던질까?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날 수 없었는데요.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이건 질문이 아니라 “지금의 욕망과 두려운 감정을 벗어나려는, 최소비용의 실행”입니다.

"어떻게 하면 수익화를 할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초보 크리에이터는 빨리 돈을 벌고 싶은 욕망을 해소하고 싶은 것이고, “브랜딩 잘하는 법이 있나요?”라고 묻는 3년 차 창업가는 마케팅에 마냥 돈 태우기 두려워서 시작한 브랜딩이 이렇다할 성과가 나오지 않자 답답한 상태를 벗어나고 싶은 것이고, "승진하려면 뭘 해야 하죠?"라고 묻는 대기업 7년차 직장인은 동기들과 비교당하는 초조함을 줄이고 싶은 것입니다.

이들은 목적지로 향하는 데 허들이 되고 있는 특정 문제의 해결, 지식에 대한 탐구, 깨달음의 기쁨이 필요해서 전문가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 아닙니다. 불편한 상태를 빨리 해소하고 싶어서 자신에게 소리친 것이죠.

오늘날 질문은 문제를 탐색하려는 게 아니라, 감정적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탈출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 지식의 4분면에 답이 있습니다.

질문하는 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지식의 4분면을 가져왔습니다.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인 도널드 럼스펠드가 2002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개념인데요. 현재는 지식 관리와 의사결정 이론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질문이 모르는 걸 알아내는 것이니 이 틀거리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지식의 4분면은 주로 리스크 관리와 전략적 의사결정에서 불확실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도구로 활용됩니다. 기업들은 이 프레임워크를 통해 알려진 위험요소들을 관리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들까지 고려한 시나리오 플래닝을 수행하죠. 특히 국방, 금융, 기술 개발 분야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맹점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불완전한 정보 상황에서도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한 체크리스트로 사용됩니다.

1사분면: 알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 (Known Knowns) - 확실한 사실, 검증된 데이터
2사분면: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 (Known Unknowns) -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 채울 필요가 있는 지식
3사분면: 안다는 것을 모르는 것 (Unknown Knowns) - 무의식적 편견, 암묵적 지식, 당연하게 여기는 가정들
4사분면: 모른다는 것도 모르는 것 (Unknown Unknowns) - 예상치 못한 위기, 혁신적 발견

이제 지식의 4분면을 질문의 4분면으로 바꿔보겠습니다.

1사분면: 상수 - 내가 직접 경험하고 검증해서 확보된 정보의 단계
2사분면: 첫질문 - "내가 모른다"를 자각하는 순간이자 질문 대상을 찾아가는 단계
3사분면: 꼬리질문 - 대화 과정에서 편견이 조정되거나 암묵지가 드러나는 단계
4사분면: 새로운 질문 - 한발 떨어진 사고와 인풋을 통해 새로운 질문을 발견하는 단계

이 질문 메커니즘은 선형적(2사분면→4사분면→1사분면)으로 반복되면서 지식이 고도화 될뿐만 아니라, 새로운 질문(4사분면)을 통해 비선형적 도약이 가능합니다.

3. 좋은 질문은 경유지가 있고 조건이 붙어야 합니다.

"질문은 목적지와 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목적지가 있어야 조건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조건이란 1번인 "알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즉 내가 직접 경험하고 검증해서 확보한 토대 또는 검증 전 가설을 말합니다.

대체로 사람들의 목적지는 '돈 벌기', '승진하기', '성공하기' 같은 뭉뚱그려진 모두의 목표입니다. 이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만 더 좋은 답을 얻으려면 개인화된 목적지와 그걸 쪼갠 경유지를 설정하는 게 좋습니다. 마일스톤이죠.

예를 들어 "매출을 늘리고 싶다"는 목적지를 가진 창업가가 있다면, 이를 "3개월 내 리드 전환율 15% 달성" → "6개월 내 고객 만족도 4.5점 달성" → "1년 내 반복 구매율 60% 달성" 같은 경유지들로 쪼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 경유지로 가는 과정에서 했던 검증이나 세운 가설을 조건으로, 마지막 남은 퍼즐을 채우는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 목적지(궁극): 매출을 늘리고 싶다

  • 경유지(마일스톤): 3개월 내 리드 전환율 15% 달성

  • 조건: 지난 두 달 동안 광고 유입 대비 전환율은 평균 8%였고, 랜딩페이지 A/B 테스트에서 디자인 변경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 최종질문: “동일 예산으로 전환율을 지금보다 1%이상 높이기 위해서는 랜딩페이지의 훅 메시지를 어떻게 바꿔보면 좋을까요?”

4. 맥킨지가 질문에 몇 천만원을 쓰는 이유

맥킨지에서는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줄 최고 수준의 전문가를 찾아가서 인터뷰한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한 정보 수집이 아닙니다. 2사분면(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에서 출발해서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꼬리질문을 이어갑니다. 그래야 4사분면(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고, 나아가 인터뷰이와 쿵짝이 잘 맞다면 3사분면(모른다는 것도 모르는 것)까지 건드려 완전히 새로운 질문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꼬리질문입니다. 단순히 "이것 좀 알려주세요"가 아니라, 대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지점들을 계속 파고드는 것이죠.

월스트리트의 임원을 만날라치면 시간이 돈인 사람들이니 몇 천만 원의 돈을 지불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1시간에 수천만 원이 날아가는 자리라면 질문의 퀄리티와 꼬리질문을 적재적소에 던지는 종합적 사고능력이 고도로 훈련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5. 삶의 운영체계를 바꿔야 합니다.

사람들은 지적 탐구나 문제 해결을 위해서가 아니라, 감정적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는 비난할 일이 아닙니다. 누구나 처음에는 욕망과 두려움에서 출발하니까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조건으로 전환하는 과정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삶의 운영 체계를 바꿔야 합니다. 스스로 부딪혀서 1사분면을 쌓고, 그 과정에서 2사분면을 인지하면 즉시 알만한 사람을 찾아내서 질문하고(뭘 줘야겠죠), 꼬리 질문으로 4사분면을 수면위로 올리며, 평소 깊고 넓은 인풋&사유를 통해 3사분면을 드러내는 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합니다.

1000피스 퍼즐을 사서, 999개는 맞추고 1개를 물을 때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좋은 질문은 마지막 남은 퍼즐 한 조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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