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궁극의 질문을 찾았다

나는 무엇이 두려운가. 궁극의 질문은 답을 찾는 순간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질문과 함께 오래 살아가야 합니다.

르코&렉스7분 분량

궁극의 질문을 찾았다

[맹그로브 고성]에서 머물렀습니다.

동이트는 새벽에 레터를 씁니다.

저는 렉스님과 강원도 고성으로 워케이션을 왔습니다. 멀리보는 것도 좋지만 멀리서 보는 것이 더 필요한 시기가 있어서요. 눈앞에 있는 것들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각자의 삶과 우리의 일을 들여다보고 평소와 다른 질감의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레터를 보내고 놀랐습니다. "의사결정 매뉴얼"이라는 제목으로 저의 원칙들을 정리해 보자는 심산으로 보냈는데, 평소보다 훨-씬 많은 피드백이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직접 말로써 그리고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내주신 구독자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 매뉴얼이 만들어지기까지 가장 많이 한 일이 질문이었어요. 이틀전날 밤, 자려고 누웠는데 문득 한 질문이 또또 떠올랐습니다.

"나는 무엇이 두려운가."

그 순간, 이거 "궁극의 질문이야!”하는 생각이 번뜩 들어서 문장만 메모를 해두고 다시 잤습니다. 그리고 나와 관계 맺고 있는 깊고 소중한 사람들과 이 질문의 답을 함께 찾아봐야지 했습니다. 마침 이번 워케이션이 좋은 기회가 되어 렉스님과 대화를 나눌수 있었습니다.

“렉스님은 무엇이 가장 두려우세요?” 로 시작한 그 대화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20대의 꿈과 40대의 두려움

2-30대에는 성공에 마음을 두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40대가 된 지금, 그동안 숱한 실패를 경험하고 나니, 생존에 초점을 맞춰 살고 있습니다. 상향지향(성공/성장)에서 하방관리(생존/유지)로 삶의 기조가 이동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잃을 것 없었던 2-30대에는
내 꿈이 무엇인가?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 라고 물었고

지금의 저는
나는 무엇이 두려운가?
무엇을 잃고 싶지 않은가?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라고 자문합니다.

2-30대에는 가진 게 없으니 잃을 것도 없었습니다. 오직 내 한계를 뛰어넘고 세상을 바꾸는 멋쥉이가 되고 싶었죠. 하지만 내 그릇을 알게 된 후로 크게 잃어본 건강, 오랜 시간 떨어져 살아서 소원해진 가족 관계, 서로 다른 길을 가는 20년 지기 친구와의 느슨해 져버린 우정, 사랑하는 사람과의 미래와 같은… 더이상 미뤄두기 어렵고 잃으면 다시 찾아오기 어려운 것들에 마음을 씁니다. 그래서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자연스레 찾아왔을 것이고 아마도 그 감정이 응축되어 질문으로 나타난 것 같습니다.

나는 매일 나를 향해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하면서 삽니다. 어떤 질문은 당장의 현상에 대한 질문입니다. "오늘 점심 뭐 먹지?", "이 제안을 받아들일까?", "이 글을 어떻게 시작할까?" 같은 것들이죠.

그러다가도 간혹 다른 차원의 질문들이 찾아옵니다. 1~2년, 혹은 더 길게는 10년, 어떤 때는 평생의 내 삶의 패턴을 들여다보게 하는 질문입니다. "나는 무엇이 두려운가"는 바로 그런 질문이죠. 10년간의 나를 톱아보며 내가 인지한 나의 작동방식에서 한계가 무엇인지 점검하고, 그것을 깨기 위한 작업입니다. 이런 종류의 질문을 저는 "궁극의 질문"이라고 부릅니다.

궁극의 질문은 답을 찾는 순간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질문과 함께 오래 살아가야 하죠. 지난주 공유한 의사결정 매뉴얼도 사실 여러 궁극의 질문에서 비롯된 것들입니다.

3년의 벽

나에 대해 자세히 알아가고, 그로 인한 행동과 사고의 패턴이 어느 정도 고착화되면서, 어떤 지점에서 내가 행동의 제약이 걸리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사업이든 관계든 3년을 넘기지 못한 적이 많습니다. 왕성한 호기심 탓으로 치부하기도 했고 환경적인 이유 때문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시장이 안 좋아서, 파트너가 맞지 않아서, 타이밍이 안 좋아서. 하지만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깨달았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내 행동의 제약이 만든 결과입니다.

3년에 멈춘 이유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관계와 사업은 초반 1년은 설렘과 기대로, 2년차는 현실과 마주하며, 3년차에 진짜 나와 마주하게 됩니다. 그 순간, 내가 가진 한계가 드러나고, 그것을 넘어서지 못하면 무너집니다.

지난주 레터에 썼던 "성장은 어제보다 +1을 만드는 것"이라는 원칙도, 사실은 이 3년의 벽을 넘기 위해 만들어둔 임시방편입니다. 여튼 무언가를 그만두지 않기 위해 평소 그 제약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있었는데 문득 "나는 무엇이 두려운가?"라는 질문이 떠오른 것입니다. 이걸 알아내면 매번 비슷한 고비에서 나를 멈춰세웠던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고 그럼 새로운 단계에 진입할수 있다는 가정입니다. 그래서 질문이 떠오른 뒤 아주 기뻤습니다.

비즈니스 파트너, 렉스님과의 대화

"나는 무엇이 두려운가"라는 질문은 누구와 대화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답으로 정의됩니다. 렉스님과 대화를 나누며 제가 협업 관계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문제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모르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10대 때부터 저는 언제나 문제가 디폴트인 상태에 놓여서 살았습니다. 늘 마이너스의 삶이였기 때문에 문제 그 자체는 제게 두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해결의 대상이고, 어떻게 해결할지 모색하는 과정을 즐기기도 합니다. 지난주 레터에서 말씀드린 "선택지에 답은 없다. 빨리 선택해서 답으로 만든다"는 항목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문제 앞에서 멈추지 않고 일단 움직이는 편입니다.

이번 대화를 통해 깨달았습니다. 제가 정말 두려워하는 건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보가 공백인 상태”였습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지금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도움이 된다면&원한다면 도와야 하니까), 이 일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다르다면 차이를 좁히는 대화를 해야 되니까), 업무상 병목이 되는 지점이 무엇인지(잦은 병목이라면 업무를 분담하면 되니까) 등 우리의 일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일과 관련한 상대방의 “상황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서 문제 해결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 두려움이 찾아왔던 것입니다.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면 업무적인 정보 외에도 파트너의 생각과 감정, 현재 처한 상황 등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파트너십은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건 가끔 찾아오는 이벤트일 뿐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완전한 솔직함과 그에 기반한 정보 공유입니다. 이것이 신뢰를 만들고 협업을 지속하게 합니다. 그래서 정보가 막히면 신뢰가 흔들리고, 신뢰가 흔들리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찾아옵니다. 그 무력감이 바로 제 두려움의 정체였구요.

이 사실을 렉스님에게 솔직히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렉스님의 세심한 경청, 명료한 질문, 기꺼이 수용하는 태도 덕분에 두려움의 원천을 찾아내서 해결할수 있었습니다.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반복된 제약을 만드는 두려움이 있고 그것을 서로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문제는 사라질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두려움은 혼자서 불안을 분석할 때는 크기가 계속 커지지만,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 수면위로 끌어올려 언어로 규정하면 그 순간 줄어들거나 사라지기도 합니다.

소중한 사람과 대화를 시작해 보세요. 그리고 두려움을 먼저 꺼내보세요. 그것만으로도 여러분의 내면에서 전에 없던 일이 벌어질 수 있어요.

나만의 궁극의 질문 찾기

어떻게 자신만의 궁극의 질문을 찾을 수 있을까요? 궁극의 질문은 저마다 다르고 실체가 없으니 현상적으로 어떤 속성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첫째, 답이 단번에 나오지 않습니다. "오늘 점심 뭐 먹지?"는 30초 안에 답이 나올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무엇이 두려운가?"는 며칠, 몇 달, 어쩌면 몇 년을 두고 답을 찾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답이 계속 바뀝니다.

둘째, 반복되는 행동 패턴에 힌트가 있습니다. 제가 3년을 넘기지 못하는 패턴을 발견했듯이, 궁극의 질문은 대부분 우리 삶에서 반복되는 무언가를 가리킵니다. "왜 나는 항상 이런 선택을 할까?", "왜 늘 이 시점에서 무너질까?" 같은 질문들이 바로 궁극의 질문 전 단계에 해당하겠지요.

셋째, 불편합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궁극의 질문은 내가 나약하고 구린 곳을 구석구석 들여다 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견디고 곡해없이 직시해야 질문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질문이 정확하면 답은 툭 나오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제가 10여 년간 발견부터 고민까지 해온 질문인데 렉스님 대화한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소화제를 먹은 것처럼 뻥뚫린 기분을 느꼈습니다.

넷째, 함께 답을 찾아야 합니다. 제가 이 질문 떠오르는 순간 바로 메모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대화해보기로 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나와의 대화를 통해 답을 얻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대체로 궁극의 질문은 대상이 있고 그 사람에게 드러내서 함께 모색할 때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직 "나는 무엇이 두려운가"라는 질문의 답을 다 찾지는 못했습니다. 어쩌면 평생 찾아가는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질문을 쥐고 사는 것만으로도, 달라질 것이라서 충분히 희망적입니다.

  • 당신이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한계는 무엇인가요?

  • 어떤 순간에 당신은 멈추나요?

  • 무엇이 당신을 조심스럽게 만드나요?

  • 당신은 무엇을 잃고 싶지 않나요?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그리고 그 질문들 중에서, 며칠이 지나도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는 질문이 있다면, 그게 여러분의 궁극의 질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주 레터에 이런 피드백을 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고독한 자리와 역할의 끝나지 않는 길에 들어서서 한참을 가고 있다가, 지혜로운 동료를 만난 기분으로 읽고 있습니다."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여러분 역시 우리에게 지혜로운 동료입니다. 함께 질문하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동료 말이죠.

오늘 밤, 자리에 누워 문득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면, 그걸 메모해 두세요. 어쩌면 그게 당신의 다음 10년을 이끌어갈 궁극의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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