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취향은 사실 유행이다

취향이라 부르는 것 대부분은 유행을 따른 것입니다. 에이전트는 남들이 많이 산 제품보다 내 불편을 해결하는 제품을 찾습니다.

르코&렉스7분 분량

취향은 사실 유행이다

유행이 점찍고 나타나 취향이 되었습니다.

내추럴 와인을 마시거나 먼작귀를 보는 사람에게 이유를 물으면 "제 취향이에요"라는 말이 돌아옵니다. 오랜시간 선호해온 것일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유행을 따르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요즘 유행이라서요"라고 답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고른 이유는 유행인데, 설명할 때는 취향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죠. 그럼 왜 유행보다 취향을 선호하는 걸까요?

유행을 따른다고 말하면 남을 따라 하는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에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정서가 오래 깔려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와 반대로 나다움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더해졌습니다. 우리는 이 두가지 압력을 양쪽에서 받고 있죠. 트렌드를 따르면서 취향이라고 말하면 두가지 요구를 모두 채웁니다. 남들과 같은 것을 샀으니 튀지 않고, 취향이라고 불렀으니 나다워 보입니다.

취향이 만들어지는 원인은 풍요와 결핍, 두 가지입니다.

풍요에서 생기는 취향은 어떤 것을 자주 접하면서 익숙해질 때 만들어집니다. 어릴 때 집에서 클래식을 자주 들은 사람은 커서도 클래식을 편하게 듣죠. 반면 결핍에서 생기는 취향은 생활하면서 반복해서 느끼는 불편에서 시작합니다. 그 불편을 해결하려고 고른 상품이나 방법을 계속 쓰다가 취향이 됩니다.

두 취향은 만들어지는 시기가 다릅니다. 풍요에서 생기는 취향은 주로 어릴 때 만들어집니다. 아이는 좋고 싫음의 기준이 아직 없어서 자주 접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어른들은 이미 겪은 일을 바탕으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기준을 세워 두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접해도 이미 세운 기준에 맞는지부터 따집니다.

어른이된 우리는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을 먼저 계산합니다. 그래서 돈과 시간에 여유가 생겨도 실패할 가능성이 낮은 상품을 고릅니다. 실패할 가능성이 낮은 상품은 이미 많은 사람이 사서 써 본 상품, 곧 유행하는 상품입니다.

취향은 네 단계를 거쳐 만들어집니다.

불편 → 반복선택 → 말로 표현된 기준 → 취향

예를 들어 키보드를 하루 종일 쓰는 사람이 손목이 아파서 여러 키보드를 써 보다가, 키를 누를 때 힘이 덜 드는 제품을 골라 몇 년째 쓴다고 해 보겠습니다. 처음에는 손목이 덜 아파서 계속 썼지만, 지금은 키를 누르는 깊이와 소리, 키 배열까지 자기 기준으로 설명합니다. 다른 키보드가 유행해도 이 사람은 자기 기준에 맞는 키보드를 계속 고릅니다.

김이나 작사가가 그런 말을 했죠. “잘 관리된 콤플렉스(결핍)가 그 사람의 결이 된다.”

어떤 선택이 유행에서 나왔는지 불편에서 나왔는지는 유행이 바뀐 뒤에 확인됩니다. 유행을 따라 고른 상품은 유행이 지나면 더 사지 않습니다. 불편을 해결하려고 고른 상품은 그 불편이 남아 있는 동안 계속 삽니다. 고른 이유가 남들의 선택에 있지 않고 자기가 느끼는 불편에 있기 때문입니다.

취향을 파는 브랜드는 유행이 바뀌면 고객을 잃습니다. 처음부터 그 제품을 고른 이유가 남들이 많이 산다는 데 있었기 때문입니다.

불편을 해결하는 회사는 앞에서 말한 네 단계 중 첫 단계에서 고객을 만납니다. 고객은 자기 불편을 해결한 제품을 계속 삽니다. 계속 사면서 왜 이 제품이여야 하는지 스스로 설명하기 시작하면, 그 제품은 고객의 취향이 됩니다. 이 고객은 유행이 바뀌어도 다른 제품으로 옮기지 않습니다.

그게 바로 팬이고 브랜드입니다.

에이전트는 남들이 많이 산 제품보다 내 불편을 해결하는 제품을 찾습니다

출처: Patrick Collison의 X https://x.com/patrickc/status/2108706907859116280

스트라이프 CEO Patrick Collison은 개인 에이전트가 경제를 어떻게 바꿀지 정리한 글에서 이렇게 묻습니다.

“모든 소비자가 구매 전에 적어도 10시간씩 제품을 조사한다면 시장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지금은 더 좋은 제품이 있어도 몰라서 익숙한 제품을 삽니다. 에이전트가 그만큼 꼼꼼하게 비교해 준다면, 제품을 더 좋게 만든 회사가 지금보다 큰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콜리슨은 두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1. 에이전트들이 모두 같은 제품을 최고라고 추천하면 “인기 제품”에 수요가 더 몰립니다.

  2. 에이전트가 사람마다 다른 필요를 반영하면 각자에게 맞는 제품을 고르게 됩니다.

저는 두번째에 배팅하겠습니다. 내가 필요한 걸 사야하는데 모든 걸 비교할 시간은 없으니 대다수의 필요를 충족해서 인기를 얻은 제품을 고릅니다. 즉, 1과 2의 본질은 같습니다. 내 불편과 필요입니다.

에이전트가 내가 겪는 불편과 사려는 이유를 이해하면, 순식간에 비교해서 가성비 좋은 제품을 골라서 내 눈앞에 내놓을 것입니다.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날 것을 가장 먼저 경고한 사건이 얼마전 있었죠. 메타가 MUSE를 출시하자 은행들이 혼비백산한 일입니다.

은행이 권하던 적금을 에이전트가 다시 고릅니다

은행 창구에 가면 직원이 "이번에 금리 좋은 적금이 나왔어요. 요즘 많이들 하세요"라고 권합니다. 인터넷은행 앱을 열면 첫 화면에 이벤트 중인 새 적금 배너가 뜹니다. 이때 다른 은행 상품과 금리를 하나하나 비교해 보는 사람은 드뭅니다. 남들이 많이 든다니까, 혜택을 준다고 하니까 가입합니다. 예적금도 유행을 따라, 혜택따라 고르는 셈입니다.

메타가 개인 AI 에이전트 뮤즈를 내놓자 은행의 수익성이 위협받는다는 전망이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에이전트가 고객의 예금을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으로 수시로! 알아서! 옮겨 준다면 은행은 창구 권유와 앱 배너만으로 예금을 붙잡아 두기 어렵습니다. 아폴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록도 이렇게 예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에이전트는 고객이 1년 뒤 목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 1년 만기 적금 가운데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을 찾습니다. 고르는 기준이 "요즘 많이들 하는 상품"에서 “1년 뒤 내가 쓸 돈을 가장 많이 불려 주는 상품”으로 바뀝니다. 상품 이름과 가입 이벤트는 비교 대상에서 빠지고 금리, 만기, 가입 조건만 남습니다. 적금이라는 제품이 처음부터 고객에게 해 주던 일이 그것입니다.

취향의 근거가 "남들도 샀다"에서 "내 불편이 줄었다"로 바뀝니다

에이전트가 불편을 기준으로 제품을 찾으면 취향이라는 말도 점차 제자리를 찾아 갈 것입니다. 지금 취향은 남들이 고른 것을 나도 고른 뒤 붙이는 설명입니다. 앞으로는 내가 왜 이 제품을 계속 쓰는지 설명하는 기준이 됩니다. "제 취향이에요"라는 같은 말 안에 "이 제품이 제 불편을 해결해 줍니다"라는 이유가 들어가죠.

그래서 제품을 만들고 팔려면 이 이유부터 알아내야 합니다. 껍데기에 공들이고 마케팅에 돈쓰기 전에 고객이 무엇이 불편해서 다른 제품을 찾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콘텐츠로 고객의 불편을 묻고, 그 답으로 제품을 고칩니다

프콘핏에서 콘텐츠로 고객에게 계속 묻자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제품이 있으면 좋겠죠?"라고 묻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 무엇이 불편하고 지금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를 묻습니다.

손이 편한 키보드를 찾는 사람도 이유가 다릅니다. 누군가는 키를 누르는 힘이 부담스럽고, 누군가는 먼 키로 손가락을 뻗는 동작이 불편합니다. 같은 글에 반응한 고객이라도 원하는 제품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답을 듣고 제품에 반영한 뒤, 써 본 고객에게 무엇이 나아졌는지 다시 확인합니다.

이때 콘텐츠는 제품을 알리는 일과 고객을 이해하는 일을 함께 합니다. 고객이 쓰는 말로 불편을 설명하면 같은 불편을 겪는 사람이 찾아옵니다. 그 사람이 자기 사례를 덧붙이면 우리가 놓친 조건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제품을 고치고 결과를 확인할수록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필요한 제품인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고, 그 설명은 고객과 고객의 에이전트가 제품을 비교할 때 그대로 근거가 됩니다.

고객이 "다들 쓰길래 샀어요"라고 말한다면, 유행이 바뀔 때 그 고객을 다시 설득해야 합니다. 창구 직원의 권유로 든 적금을 에이전트가 다른 은행으로 옮기는 것과 같습니다. "이걸 쓰면 제가 겪던 불편이 줄어요"라고 말한다면, 계속 고를 이유가 제품 안에 있습니다.

1인 1회사는 AI로 얻은 실행력을 고객의 불편을 푸는 데 씁니다

프콘핏의 주요 기능을 구현한 뒤 렉스님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개인이 이렇게까지 비즈니스 인프라를 갖추고 사업을 할 수 있다니 놀랍네요. 이게 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1인부터 30인 회사까지 존버하며 운영해본 저로서는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 정도(100인 회사)의 화력을 갖추고 사업을 시작한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제 볼 꼬집듯 던진 질문입니다. 그러자 렉스님이 이 상황을 명료하게 정리해주셨습니다.

"개인이 대기업의 인프라를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회사의 일을 크게 네 덩어리로 나누면 기획하기x만들기x팔기x운영하기입니다. 이 네가지가 유기적으로 밸런스를 갖고 돌아가야 지속적인 매출이 나옵니다. 곱하기이기 때문에 하나라도 비어있는데 매출이 나왔다면 그건 일회성의 보너스입니다. 근데 혼자 사업하면 불가피하게도 이중 한가지에 시간과 능력이 몰빵된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네가지는 전혀 다른 DNA가 필요하니까요.

예컨대 기획하기는 호기심 많은 아이가 자라서 문제해결력이 탑재되어야 하고, 만들기는 손재주 많은 아이가 자라서 디테일을 깎는 능력이 생겨야 하고, 팔기는 역마살 낀 둘째로 자라서 적응력과 뻔뻔함을 탑재해야 하고, 운영하기는 공무원 집안에서 자라서 정해진 거 묵묵히 잘하는 능력이 탑재되어야 합니다.

이 네가지는 서로 상충하기 때문에 자아가 분열하지 않는 이상 한 사람 안에 존재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자영업자나 프리랜서가 불안한 이유와 매출이 안나오는 이유는 같습니다. 이걸 모두 커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주로 “팔기”고요.

고객을 찾고, 반응을 분석하고, 제품을 제작하고, 고객을 설득하는 일을 이제 개인도 혼자 합니다. 부서마다 사람이 있어야 하던 업무를 AI와 자동화로 처리하면서, 개인도 회사와 대등하게 경쟁합니다.

저는 우리가 “1인 1회사”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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