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뉴스레터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Q. 결과가 불확실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끝까지 밀고 갈 수 있는 동기 부여 방법이 궁금해요.
A. 동기를 찾지 마세요. 공포를 쪼개세요. 그리고 기록하세요.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다 집에 귀가한 후, 무거운 눈꺼풀을 이겨내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모니터 커서만 깜빡이는 걸 보고 있자면 참 막막합니다. "이거 한다고 인생이 바뀔까?", "괜히 시간만 낭비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걸 불확실성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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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이 불확실성을 '생존 위협'으로 간주합니다. 원시 시대에 수풀이 흔들리는데 그게 토끼인지 사자인지 모르면 일단 도망가는 게 상책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 뇌는 결과가 확실하지 않은 일에 에너지를 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그래서 결과가 불확실하다는 것은 인간을 가장 미치게 만드는 고문 중 하나입니다. 차라리 누군가 너는 딱 3개월만 고생하면 무조건 월 100만 원은 벌 거야 라고 보증수표라도 써주면 좋으련만, 비즈니스 세계에는 그런 친절한 보증인은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름값(라이센스나 유명세)를 보증삼으려고 합니다.
오늘은 여러분들이 찾아 헤매고 계시는 동기 부여라는 마약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동기 부여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 프로젝트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에 그렇습니다.
(행간이 좁게 보이는 분은 레터 제목 위에 있는 “Read Online”을 누르시면 웹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마다 시스템 환경이 달라 생기는 일이에요.)
1. 열정은 믿을 게 못 됩니다: 동기 부여는 일회용 건전지입니다.

그냥 할 수 있게 내 삶을 재정렬 해야합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켜면, 수많은 "가슴 뛰는 일을 하라", "간절하게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동기 부여를 주는 성공 포르노 콘텐츠들이 넘쳐납니다. 가슴을 울리는 음악, 뼈를 때리는 명언, 성공한 이들의 화려한 결과물. 그걸 보고 나면 도파민이 솟구치고 당장이라도 밤을 새워 코딩을 하거나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당장이라도 세상을 바꿀 앱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뽕'은 길어야 3일, 짧으면 다음 날 아침 지옥철에서 증발해 버립니다.
우리는 이것을 의지력 혹은 열정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뇌과학적으로 보면 그저 감정의 고양 상태일 뿐입니다. 감정의 날씨에 좌지우지 되는 거죠. 감정은 날씨와 같아서 내 의지로 통제할 수 없습니다. 비가 오는데 우산도 없이 "비야 멈춰라"라고 소리쳐봤자 소용없는 것처럼 말이죠.
성공한 지식창업가나 인디해커들이 프로젝트를 완주하는 건, 그들이 매일 밤 열정에 불타올라서가 아닙니다. 그들은 자신의 의지력을 믿지 않습니다. 대신 그들은 시스템을 믿습니다. 아니면 그 시스템을 뛰어넘을 만한 능력이나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아, 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순간 이미 진 겁니다. 그 고민하는 데 쓰는 에너지가 작업을 수행하는 에너지보다 더 크기 때문이죠. 그냥 씻고 나오면 바로 책상에 앉게 만드는 환경, 노트북을 켜면 작업 창이 바로 뜨게 만드는 세팅. 이런 건조하고 지루한 루틴이 뜨거운 열정보다 훨씬 더 멀리 우리를 데려다줍니다. 하지만 루틴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두려움이 있죠. 바로 "망하면 어떡하지?"라는 공포입니다. 이 공포를 다루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2. 불확실성을 해체(Unbundling)하세요.

덩어리를 쪼개보세요.
사이드 프로젝트가 힘든 진짜 이유는 목표가 너무 거대하고 추상적인 덩어리라서 그렇습니다. "월 천만 원 버는 서비스 만들기", "구독자 1만 명 유튜버 되기". 준비된 것이 없는 상태에서 저런 말을 하는 건, 목표가 아니라, 기도메타이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결과값(매출, 구독자 수)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Small-d)이 아니라, 시장과 알고리즘이라는 외부 환경(Big-D)이 결정하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통제할 수 없는 것(Big-D)을 목표로 삼으면, 인간은 필연적으로 무기력해집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반응이 없으면 뇌는 "가성비가 안 나온다"고 판단하고 파업을 선언하죠. 이게 현타의 정체성입니다. 이 막막한 공포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쪼개기라고 봅니다. 직업을 쪼개서 지식 상품을 만들 듯, 여러분의 공포와 목표도 원자 단위로 쪼개야 합니다.
[Big-D] 덩어리 목표 (통제 불가)
앱 런칭해서 대박 나기 (성공 확률 1% 미만)
[Small-d] 언번들링 목표 (통제 가능)
내 아이디어가 먹힐지 10명에게 물어보기 (실행 가능)
핵심 기능 딱 1개만 구현된 랜딩페이지 만들기 (실행 가능)
커뮤니티에 글 올려서 반응(데이터) 수집하기 (실행 가능)
그러니깐 목표를 성공에서 데이터 수집으로 바꾸세요. "이 프로젝트로 돈을 벌겠다"가 아니라, "이 가설이 시장에 통하는지 아닌지 데이터를 얻겠다"로 접근하면 실패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반응이 좋으면? Go. 반응이 없으면? "아, 이 방법은 아니구나"라는 귀중한 데이터를 얻은 겁니다. 과학자가 실험에 실패했다고 좌절하나요? 아니죠. 오답 하나를 지웠으니 정답에 가까워졌다고 좋아합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그냥 긁는 로또 복권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긁는 로또 복권이 되어야합니다.
3. 튜터러너(Tutor-Learner)의 마인드셋

[신문과 놀자!/풀어쓰는 한자성어]敎學相長(교학상장)(가르칠 교, 배울 학, 서로 상, 길 장)
그래도 불안하시다면, 안전망 하나를 더 깔아드리겠습니다. 저희가 제안하는 튜터러너의 마인드셋을 장착하는 겁니다. 튜터러너는 배우는(Learner) 동시에 가르치는(Tutor) 사람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로젝트의 결과물(Product)에만 집착합니다. 앱, 웹사이트, 책 같은 것들이죠. 이것들은 결과만 보여주는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이 시장에서 외면받으면, 그동안 투입한 시간과 노력은 매몰 비용(Sunk Cost)이 되어버립니다. 여기서 멘탈이 터지죠.
하지만 똑똑한 창업가는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을 자산으로 만듭니다. 소위 말하는 프로세스 이코노미죠. AI가 코딩은 대신해 줄 수 있어도, 여러분이 겪은 고통스러운 맥락으로 캐릭터 빌딩은 못해줍니다.
개발하다가 막혔던 오류를 어떻게 뚫어냈는지 (문제 해결력)
마케팅 예산을 태웠는데 왜 폭망했는지 (실패 분석)
팀원 구하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인사이트)
이 모든 것들이 콘텐츠가 됩니다. 내 매력을 돋보일 수 있는 콘텐츠가 됩니다.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콘텐츠로 보여주면, 거기서 얻는 정보들이 그 사람을 구성하는 일부가 됩니다. 프로젝트가 대박 나면 베스트고, 프로젝트가 망해도 그 과정을 담은 '실패기'는 콘텐츠가 되어 팔립니다. "망해도 콘텐츠 하나는 건진다"는 배짱이 생기면, 불확실성은 더 이상 공포가 아니라 흥미로운 소재거리가 됩니다. 밑져야 본전이 아니라, 밑져도 이득인 판을 짜놓고 시작하는 겁니다.
Fin.
사이드 프로젝트는 단순히 용돈을 버는 재밌는 것을 하는 행위에서 끝나기에는 아깝습니다. 거시적 환경(Big-D)을 보면, AI가 노동을 대체하고 평생직장이 사라지는 시대에, 나만의 둥지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Small-d(전략적 선택)입니다.
그러니깐, 거창한 성공을 꿈꾸며 스스로를 압박하지 마세요. 대신 오늘 하루, 딱 30분만. 내 거대한 불안을 아주 작은 덩어리로 쪼개고(Unbundling), 그 과정을 텍스트로 기록하는 데 써보세요. 그 하루하루의 +1이 쌓여, 어느새 뒤돌아보면 나만의 해자가 되어, 이직을 하실 수 있거나, 돈을 벌 수 있는 나만의 무언가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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